[건강설계]똑똑한 피부

수현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5년차다. 지금도 여드름이 올라오고 T존(이마와 코 부위)에 소위 ‘개기름’이 진다. 게다가 시도때도 없이 안면 홍조가 생기는 등 총체적인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고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수현씨는 피지 없는 피부를 만들기 위해 매일 세안할 때 클렌징 크림, 클렌징 젤에 비누를 사용하는 3단계 세안을 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엔 하루 4번 세안을 해 피부에서 뽀드득 소리가 나야만 만족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세안이 피부의 자연스러운 피지막을 제거하고 피지 분비를 자극해 시간이 갈수록 피지가 많은 피부 체질로 변하게 됐다.

이런 경우 한의학에서는 오히려 오일 성분이 많이 들어간 크림을 일정 기간 바르게 한다. 그것이 오히려 피지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드름 환자들은 피지가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여 세안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열심히 씻어도 특별히 좋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지성 피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이 생겼다고 얼굴을 문지르고 여드름을 짜면 피지선을 더욱 자극할 위험이 있다.

수현씨의 경우 과도한 피지 분비를 조정하기 위해 물세안을 하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그동안 과도한 자극으로 피부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터라 쉽게 피부가 붉어지는 안면 홍조 현상도 나타났다. 홍조증을 치료하기 위해 오히려 피부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자극을 가하여 일시적으로 더욱 붉게 만들었다가 진정시켰다.

이를 반복하게 되면 처음에는 10분도 채 견디지 못하던 피부가 무려 12시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피부로 바뀌게 된다.

피부는 악조건 속에 놓이면 스스로 살기 위해 생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위 치료법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한 것이다.

건강설계

한의학에서는 피부가 가진 생명력을 최대한 이용해 스스로 치유되게끔 유도해준다. 피부는 결코 무식하지 않다.

<손철훈 예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