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설계]조언자는 있어도 창업감독은 없다

창업 담당 교수라는 타이틀 덕분에 심심찮게 창업 관련 상담 의뢰를 받는다. 소속돼 있는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40세 이상의 시니어 창업자들도 알음알음 소개로 연락을 해온다. 대부분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힌 분들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하계방학 동안 운좋게(?) 창업 관련 교육자로서 그리고 피교육자로서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하나는 창업보육 전문매니저, 다른 하나는 창업지도사 양성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기존 창업전문가들의 교육과 코칭법에 아쉬운 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사업계획서 작성, 회계, 세무 공부, 창업 관련법 연구 등 창업자에게 필요한 이론과 기본지식은 배울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각종 위험요소나 업종·업태에 따른 특이사항 등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각각 다른 문제를 가져와 상담하는 중년 창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일정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결국 제조업 창업을 통해 1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며 체득했던 경험들이 상담의 주를 이루게 된다.

미국같이 창업 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창업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서도 창업 성공자의 면면을 보면 평균 2.8회 이상 실패한 후 성공을 한다. 궁극적인 성공에 이른 사업아이템도 처음 창업 시 아이템이 아니라 실패한 후 현실에 맞춰 다시 찾아낸 2차·3차 아이템 비중이 높다고 한다. 결국 창업이라는 세계는 조언자나 전문가는 있을 수 있지만 감독이나 코치는 존재할 수 없는 실전의 세계인 셈이다.

창업설계

2013년 한 해 대한민국의 신설법인 수는 7만5574개로 월평균 6000개 이상의 신설법인(개인사업자는 제외)이 설립되었다. 이들의 첫 홀로서기 가능성은 기껏해야 5%다. 생존을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과 도움되는 지식을 주는 창업전문가 역할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희망 전도사’ 역할은 해야 된다고 스스로 주문한다.

<김천규 충남대학교 창업교육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 chunkyuk@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