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더블: 달콤한 악몽-다중존재 ‘도플갱어’의 확장판

(주)엣나인필름

제목 더블: 달콤한 악몽 (The Double)

제작연도 2013년

제작국 영국

러닝타임 93분

장르 미스터리, 로맨스

감독 리처드 아요데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미아 와시코브스카, 월래스 숀

개봉 2014년 9월 25일

등급 15세 관람가

젊은 직장인 사이먼(제시 아이젠버그 분)은 회사 동료이자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가씨 한나(미아 바시코브스카 분)를 흠모한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인 데다 주변인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에 익숙한 그는 망원경으로 그녀의 방을 훔쳐보는 것을 일상의 유일한 낙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드디어 한나에게 속내를 고백하기로 결심한 파티장에서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된 사이먼은 낙심하는데, 이후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한 제임스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고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매력적인 제임스는 그렇잖아도 볼품없던 사이먼의 존재를 서서히 위협해 오고 급기야는 한나의 사랑까지 독차지하려 한다.

많이 봐왔던 이야기다. 영화뿐 아니라 다른 여러 형태의 창작물 속에서도 꾸준히 볼 수 있는 소재다. 일명 ‘도플갱어’라 언급되는 다중존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독일의 도시전설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대부분은 실체가 되는 오리지널의 존재성을 위협하거나 노골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악운의 징표로 그려진다.

작년 일본에서 개봉한 공포영화 <바이로케이션>에서는 ‘바이로케이션’이라는 살짝 다른 개념의 유사 형태를 등장시킨다. 고전적 형태의 도플갱어는 매우 소극적인 형태로 오리지널의 주변을 맴돌 뿐이지만, 바이로케이션은 타인과 교류하는 적극성을 지닌다. 또 오리지널의 경험을 고스란히 갖고 진짜처럼 행동하므로 주변인들이 두 개의 존재를 혼동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같은 세계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평행우주 이론도 근간이야 어떻든 형태적으로는 도플갱어 전설의 거대 확장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도플갱어보다 바이로케이션의 분류에 적합한 분신이 등장하는 이 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은 모티브가 된 원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분신’이 그것이다. 코미디 배우 출신의 젊은 영국감독 리처드 아요데는 결코 녹록지 않은 고전원작의 무게감을 선배감독들의 화법을 차용해 슬기롭게 극복해낸다. 감독 스스로가 영향을 받았다고 당당히 고백한 장 뤽 고다르, 데이비드 린치, 오손 웰즈 같은 거장들이 일궈낸 고귀한 성취의 잔재들은 실제 이 작품 곳곳에서 교묘히 혼재되어 발견된다.

작은 규모의 영화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선명한 주제의식, 요즘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두루두루 매력적인 요소가 풍성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음악이다. 감독의 데뷔작부터 함께 작업해온 작곡가 ‘앤드류 휴이트’의 몽환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배경 연주곡들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모노톤의 영상에 역동적 리듬을 불어넣는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장면들에 사용된 삽입곡들은 거의 아시아 국가의 음악들이 사용되었는데, 명확한 이질감이 만들어내는 묘한 정서가 영화가 그려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확장시키고 있다.

터치스크린

대부분 196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 음악이 전부지만 ‘아시아 국가의 음악’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가요도 한 곡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중현이 작곡하고 김정미가 불러 1973년 발표한 ‘햇님’이란 곡이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며 사실상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음악으로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편협하지만 이 영화를 좀 더 곱게 보게 되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