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감세, 결국 화를 불렀다

감액 추경·세수 부족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위기에

결국은 사단이 났다.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어린이집’으로 불똥이 튀었다. 시·도교육감들은 “돈이 없다”며 보육료 보이콧을 선언했고, 기획재정부는 “어린이들을 볼모로 삼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현 상태로라면 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들의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10월 7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도 3~5세 어린이집 예산인 2조1429억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상교육은 국가와 자자체 부담으로 돼 있고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교부금 대상이 아니다”라고 ‘보육료 보이콧’의 근거를 설명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끈했다. 최 부총리는 이튿날인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감들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는 결과가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3~5세 유아에 대해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2012년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며 반박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난 6일 경기 부천교육지원청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시총회’를 열고 위기에 처한 지방교육재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제공

올 교육재정교부금 1조4000억원 줄어
정부는 2011년 만 3~5세 유아를 위한 ‘누리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월 20만원부터 시작, 지원비를 단계적으로 올려 2016년에는 모든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지난해와 올해 1인당 지원비를 추가로 올리지 못한 채 월 2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급기야는 예산 떠넘기기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감이 기자회견까지 감행한 것은 올해 실지급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0조9000억원이 지급됐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39조5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줄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에다 교육세를 합쳐 편성된다. 내국세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증권거래세, 인지세 등이다. 경제성장이나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이상 내국세는 매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왜 줄어들었을까?

비극의 시작은 2012년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마지막해인 2012년 9월, 2013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잡았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도달하기 불가능한 수치였지만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2013년 하반기에는 다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여 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기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예산안 편성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2013년도 세수입 목표치도 부풀려졌다. 2013년 총수입을 372조6000억원으로 잡아 2012년(343조5000억원)보다 8.5%나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정부는 돌변했다. 대선이 끝난 지 8일이 12월 27일 정부는 201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1%포인트 떨어뜨렸다. 이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까지 떨어뜨렸다. 6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반토막 낸 셈이다. 성장률이 반토막 나니 세수입 목표치도 원안대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성장률 하향조정을 근거로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들어갔다. 성장률 하향조정을 근거로 정부는 이른바 ‘감액추경’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총수입은 2013년 본예산 대비 11조8000억원이 축소된 360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세수입은 본예산보다 12조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세금을 적게 걷는 만큼 민간에서는 돈이 추가 지원되는 꼴이 됐지만 실제로는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에 따른 세수입 정정 성격이 강했다.

세수입이 1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국세와 연동된 관련 재원들도 지급이 줄어들게 됐다. 대표적인 항목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었다. 12조원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축소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추후 정산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법령에 따르면 선지급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차차기연도에 재정산할 수 있다. 당시 기재부는 “국세 감액추경에 따라 지방교부세 2조원을 감액해야 하지만 지방재정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조정하지 않았다”며 “향후 정산 시까지 지방재정 지원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감세가 어린이집 발목 잡아
그 정산이 되는 해가 바로 2015년이다. 폭탄을 돌리다 2년 만에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감액추경을 한 상태에서 2013년 세수입은 또 줄어들었다. 경기가 나빴고, 2008년부터 시행했던 법인세 감세효과도 컸다. 이 결과 정부가 최종 결산해 보니 2013년 당초 목표보다 실제 거둔 세금은 8조5000억원이 적었다. 이와 연동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7000억원을 추가로 줄여야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순삭감된 돈은 감액추경 2조원, 세수부족 7000억원 등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비 내국세가 늘 것으로 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3000억원을 지난해보다 증액했다. 하지만 2조7000억원이 빠져나가면서 결과적으로는 지난해보다 교부금은 1조4000억원이 줄어들게 됐다. 이것이 지난해 40조9000억원에 이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는 39조5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줄어들게 된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률 부풀리기가 단초가 됐지만 결국은 당시 했던 무리한 감세가 어린이집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10대 대기업에 깎아준 법인세가 3조200억원에 달한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자료를 보면 전체 법인세 감세액이 지난해 9조원이 넘는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웠다고 해도 법인세 감세만 없었더라면 2조1000억원짜리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족사태가 올 1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올해만큼의 정산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감액추경이 없었던 만큼 일부 정산이 되더라도 소액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 측 생각이다. 내년 내국세에 연동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5000억원가량이 정산되더라도 45조원의 실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39조5000억원)보다 5조5000억원이 많은 액수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시·도교육감의 반발을 정치적 의도로 보기도 한다. 내년 이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늘어나는 데다 학생수가 크게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는데도 ‘엄살’을 부리는 것은 교육감들이 남는 예산을 딴 사업에 전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은 반박하고 있다. 각종 경직성 경비가 늘어나는 데다 현행 1인당 22만원인 보육료를 2016년까지 30만원으로 올리면 정부 예측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 교육감은 “올해만 해도 각종 사업들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료 부족분을 교육청이 책임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