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화 키운 다음카카오, 다음이 더 갑갑하오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 논란이 한 달이 넘도록 끊이지 않고 있다. 안이한 인식, 자만하는 태도, 미숙한 대처로 일관해 사태를 키운 코스닥 1위 기업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10/13 오후 6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다음카카오 기자간담회를 진행합니다.” 이날 오후 4시21분 기자의 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다. 마침 기자는 다음날로 예정된 다음카카오의 코스닥 상장으로 10조원대의 공룡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측기사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1시간 반을 앞두고 공지된 이례적인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노타이 차림에 푸석한 얼굴로 등장한 이석우 대표는 총 네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아니면 물을 마실 때마다 운집한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졌다. ‘안이한 인식’, ‘미숙한 대처’, ‘자만’, ‘진심으로 반성’. 이날 이석우 대표가 쓴 ‘표현’들이다.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기자회견 5일 전인 10월 7일부터 이미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무집행 방해가 적용되면 책임은 어떻게 질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만약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제가 최종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은 제가 달게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발생한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와 추가 보완책을 발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그런데 의외였다. 애초 논란이 되었던 사안은 통신제한조치, 이른바 ‘감청’ 문제가 아니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카톡 내용이 털린 사실을 폭로한 데서 촉발된 사태였다. 감청 문제는 카톡 측이 ‘감청영장 집행 불응’을 밝히기 하루 전 김인성 한양대 전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실제 사례를 공개하면서 부가된 문제였다.

압수수색 논란 중인데 ‘감청중단’ 대책
의아한 것은 이석우 대표의 태도다. 이 대표는 미국 로스쿨 출신이다. 법 전문가다. 10월 6일까지 집행된 감청영장이 편법적인 관행이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지난주 관련기사를 취재할 당시 기자는 다음카카오 관계자에게 법리 해석과 관련된 부분을 물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간 논쟁이었다. 감청영장의 비밀 준수 의무가 카톡 측에 있는지를 두고 벌인 논쟁이었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다음카카오는 기존에 집행된 감청영장의 편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게 10월 9일이었다. 4일 만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같은 팀의 또 다른 매니저는 10월 14일 기자에게 “과거에는 법의 취지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춰서 법 해석을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10월 15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박근혜 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국민감시 중단과 재발방지 촉구’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이요상씨도 참여했다. 이씨는 카카오톡에 “여러 가지 소식을 공유하고 사회 현안이나 행사가 있으면 알리는” 목적의 단톡방(단체대화방)을 개설, 주도하고 있었다. “정진우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 방에 있는 다른 사람이 초대해서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활동도 딱히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나인가 게시물을 올렸고, 주로 ‘눈팅’(대화에는 참여한 상태지만 발언 없이 지켜만 본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만 하는 사람이었어요.” 심지어 자료가 건네졌다는 6월 10일 당일, 정진우 부대표는 방에서 한 마디 말도 없었다. 그런데 그 방도 ‘털렸다’는 것이다. 이씨 등은 10월 13일 한남동 다음카카오 사무실 앞에 가서 시위를 했다. “정진우씨 기자회견을 통해 6월 10일치 내용 전부가 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이 안 왔습니다. 불법적인 공권력의 수색 앞에 샅샅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어요.” 이들의 대화내용도 사법당국에 건네졌다는 것은 추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시위 후 면담과정에서 다음카카오 관계자들은 이들이 올린 대화내용이 건네졌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10월 16일 저녁, 다음카카오 고위 관계자가 확인해준 내용이다. “확인해보니 우리 쪽 서버에 남아 있는 자료는 6월 10일 당일 하루치였다. 발언을 했든 안했든 당일 정진우 부대표가 들어가 있던 모든 카톡 대화방 자료가 건네진 것이 확인된다. (이요상씨가 주도했던) 그 카톡방 내용도 넘겨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제공 자료 3000명 넘을 가능성

카톡 검열 논란의 기폭제가 되었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0월 17일 <주간경향>을 방문,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10월 8일 검찰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 부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3000명은 말도 안 되고, 카톡이 제공해준 것은 6월 10일 집회 관련 메시지 몇 건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틀렸다. 이 발언은 <주간경향>이 입수한 ‘수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카카오 측이 제공한 사람들의 정보는 3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정 부대표는 10월 17일 <주간경향>에 “아직까지 카카오 측에서 제공한 원자료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유출된 사람들의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며 “보통 사람들이 다 그러듯 수시로 단톡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 것인데, 9월 27일 기자회견 당시 3000명이라고 한 것은 기자회견 때까지 남아 있던 단톡방 10여개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를 추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10월 16일 서울지검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참석했다. 한 언론은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이 대표가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정보제공을 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법·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는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 달 동안 지속된 카카오톡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걸까.

SNS 아닌 카톡 ‘일상’ 털린 데 분노 커
논란은 “사이버 상의 국론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9월 16일 발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틀 뒤인 9월 18일 소집된 ‘유관기관대책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배포한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방안’에는 궁서체로 “9·16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이 인용되어 있다.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민간 참가자들은 사전에 내용에 대해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발언을 명시적으로 수용한 것은 한 달 뒤인 10월 15일 열린 정부 측 ‘유관기관 관계자 대책회의’에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은 카카오톡이 SNS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 강정수 박사의 말이다. 강 박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치한 견해를 보이는 부분이다.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이 대체한 서비스는 SMS, 즉 휴대폰 문자메시지였다.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분노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그것이 트위터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발언한 것이 아니라 내밀하고 어쩌면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10월 15일 이전까지 사법당국의 문제의식이 없던 부분도 이것이었다. 기자가 과거 취재를 통해 만난 한 경찰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카카오톡 압수수색 자체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휴대폰을 압수하면 되는데 뭐 하러 복잡하게 카톡에 팩스 보내고 하느냐.” 이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휴대폰만 입수하면 지운 카톡 메시지도 다 복원해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카카오톡 서버까지 안 가도 된다는 것이다. 카톡 메시지 등이 흔히 수사자료로 사용되는 것은 불륜이나 사기사건 등에서였다. 하지만 시국사건의 경우엔? 검찰 문건에 ‘중점 수사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비방” 등엔?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13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내용 및 이용자 정보를 공권력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 정지윤기자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주간경향>은 지난주 실제 카톡 측이 감청영장을 통해 국정원에게 건넨 자료를 공개하고 분석했다. 실제 카톡 측이 건넨 자료와 같이 입수한 다수의 ‘통신제한조치(감청) 집행조서’의 마지막 부분에 거론되어 있는 ‘취득한 결과의 요지’는 “특이사항 없음”이었다. 실제 <주간경향>이 입수해 분석한 카톡 감청 대화내용도 너무나 평범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유머 동영상을 지인에게 보내거나, 카톡 단톡방에서 “생일 축하 파티는 언제하냐”는 식의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 내용 등이 건네졌다. 실제 공판기록을 보면, 법정에서도 ‘카카오톡으로부터 취득한 정보’가 중요 증거로 쓰인 경우는 <주간경향>이 검토한 자료 중에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문제였다.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일상’이 털린 것이다. 다시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를 보자. 검찰은 3000명이 털렸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밝혀진 사실은 정 부대표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단지 정 부대표와 같은 단톡방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경찰이 카톡으로부터 압수한 개인정보는 정 부대표의 휴대폰에 등록된 연락처도 아니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다음카카오의 사과와 대책 발표는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카카오 측은 논란의 와중에 실제로 다음 카카오 측이 사법당국에 넘긴 ‘정보제공 현황’을 공개했다. 한국의 인터넷업계에서는 최초 공개다. 그런데 이 표를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표에는 2013년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2014년 상반기 통계만 제시되어 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18일 시작한 서비스다. 공개한 자료에는 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3년 통계는 없을까. 이 대표는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해서는 전기통신법 위헌판결 이후인 2012년 12월 이후에는 제공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왜 표에는 2013년 상반기 0.38%의 통신자료를 제공했다고 되어 있었을까. 다음카카오 측에 문의했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 돌아온 답변은 “2013년과 14년 이외의 추가적인 수치 공개는 아직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하지 못했고, 추가 검토 후 향후 투명성 리포트에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였다. 둘째 의문과 관련해 다음카카오 측이 내놓은 답변은 “2013년 상반기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기록이 1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관련 상세 자료는 보존기한에 따라 삭제되어 현재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였다.

대책 진정성 의문, 글로벌 진출 치명타
앞으로 카톡은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난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 효과’로 카카오톡은 버려지게 될까. 강정수 박사는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SNS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이번 사태의 효과는 사람들이 ‘두 가지 서비스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을 설치했다고 기존에 쓰던 카카오톡을 지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강 박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결정적인 것은 카카오톡이 더 이상 글로벌 진출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번 카톡 사태는 독일에서도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선 뉴욕타임스도 비중 있게 한국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다뤘다. 독일의 경우 올해 2월 한국으로 말하면 소비자리포트에 해당하는 단체에서 메신저 앱의 보안등급을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1등은 트리마(threema)라는 메신저앱이었고, 2등이 요즘 한국에서 각광받는 텔레그램이었다. 카톡이나 라인은 하위권이었다. 이번 사태 후 이들 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과연 어떻게 될까. 다음카카오는 앞으로도 쇼핑이나 페이먼트 등 얹힐 무기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없었던 과거 싸이월드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결국 카카오는 로컬로 주저앉지 않을까. 이것이 ‘글로벌 시대를 대비하는 창조경제의 육성’을 주장한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네이버 밴드가 털리지 않은 건 경찰의 무지 탓?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0월 15일 오후,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 캠프모바일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오전 열린 ‘박근혜 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국민감시 중단과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에서는 네이버 밴드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압수수색 집행사실 통지’가 여러 건 공개되었다. 기자회견장에는 실제로 집행을 당한 사람도 나와 증언을 했다. 캠프모바일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자료는 정청래 의원이 공개한 동대문경찰서와 관악경찰서의 ‘집행사실 통지’로 보이는데, 그에 대해 이미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밴드가 10월 13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자체 조사해본 결과, 밴드는 채팅(대화) 내역을 보관하지 않으므로 대화상대의 인적 정보 및 대화내용은 제공할 수 없음을 통보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내용을 제출한 적이 없다는 것이 밴드 측의 주장이다.

실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통지서를 보면 ‘압수·수색·검증 집행의 대상과 종류’에 ‘밴드 대화내용’ 또는 ‘네이버 가입 밴드명(가입목록)’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사법당국이 밴드를 카카오톡처럼 대화방 서비스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착오로 보인다. 폐쇄형 SNS 서비스인 밴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일어나는 곳은 게시판이다. 밴드에도 채팅이 있지만, 부가적인 기능이다. 사법당국이 명시한 ‘대화내용’을 밴드 측에서는 ‘채팅’으로 해석해 자료가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모바일 관계자도 시인했다. “우리로서는 사용자 중심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맞다.”

검찰 관계자는 10월 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진우 부대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제대로 수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넷업체의 법무팀에 연락해 자료가 없다는 회신을 받으면 그냥 그렇게 수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각으로 본다면 맞는 지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과거 전교조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면 서버를 직접 가져오거나, 관계자 입회하에 이미징을 떠오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카톡이나 밴드와 같은 신생 소셜 인터넷 업체에 대한 직접 방문을 통한 압수수색은 아직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이 제공한 정진우 부대표 카톡 내용은?

<주간경향>이 입수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분석 수사보고서.

이번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서 제일 답답한 부분은 최초 폭로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도 자신과 관련해 압수수색당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어디까지 나갔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주간경향>은 카카오톡이 제공한 자료의 범위를 추정할 수 있는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10월 8일 검찰이 기자간담회에서 ‘검열 논란의 진상’이라며 언급한 “카톡이 제공해준 건 6월 10일 집회 관련 메시지 몇 건이 전부”라는 발언의 근거로 보인다. 그런데 메시지 몇 건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설명은 틀렸다. 이 보고서에 인용된 건수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이 압수수색한 카톡 내용은 ‘대화내용(66-111쪽), 사진(113-219쪽)’이다. 즉 총 161쪽에 해당하는 분량의 압수수색 문건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의혹도 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압수대상 카톡 대화내용은 2014년 6월 10일 23시 59분부터 당일 20시 54분까지다. 6월 10일 하루치가 아니라 약 3시간 분량에 불과하다. 그런데 실제 보고서가 범죄사실의 ‘근거’로 제시한 대화내용을 보면 ‘18시 17분부터 20시 12분까지, 16시 50분부터 54분까지, 12시 40분부터 44분까지)’의 대화도 보인다. 혹시 카카오 측은 경찰이 요구했던 자료 이상을 넘겨준 것은 아닐까. 다음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당초 경찰이 요청했던 것은 40일간의 자료였고, 서버에 남아 있지 않아 6월 10일 하루치만 제공했다는 것이 팩트”라며 “제공된 자료가 당일 24시간 내내 걸쳐 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주간경향>이 같이 입수한 검찰의 ‘보석취소청구 신속결정 촉구의견서’에는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적법하고 정당한 경찰의 과학수사에 대하여 피고인의 근거 없는 비난으로 인하여 현재 얼마나 큰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고, 선량한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반드시 보석을 취소하여 죄에 상응하는 재판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검열사태에 대한 검찰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용인·김태훈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