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룸13-도무지 공감이 안 가는 스릴러

(주)팝엔터테인먼트

제목 룸13 (The Bag Man)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바하마, 미국

러닝타임 108분

장르 범죄, 스릴러

감독 데이비드 그로빅

출연 존 쿠색 , 레베카 다 코스타, 로버트 드 니로

개봉 2014년 11월 13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의 대명사는 거구의 블록버스터지만, 그 관념적 외형의 저변에는 도전정신을 품은 다양한 장르와 영화들이 존재해 명성을 지탱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큐멘터리나 제대로 극장에 걸려보지도 못한 채 DVD나 TV채널로 직행하는 B급 영화들도 나름의 생존법으로 독특한 소재나 자신만의 기발한 영상을 앞세워 영화제 수상이나 대박의 꿈을 좇는다.

저예산 영화들의 무기 중 가장 막강한 것은 당연히 남다른 소재일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없었거나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그것을 찾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차별성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여기에 독특한 기교를 더해야만 한다. 이미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새로운 촬영, 편집, 문법은 존재한다. 이를 구현하기 가장 적합한 장르가 바로 공포영화다. 하지만 공포장르의 극단적 취향은 대중성의 한계를 갖는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슬그머니 이런 우려를 우회하면서도 때론 되레 고급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는 매력으로 창작자들의 도전을 이끌어내는 장르가 되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여인을 살해당한 킬러 잭(존 쿠삭 분)은 거부 그래그나(로버트 드 니로 분)로부터 은밀한 거래를 제안 받는다. 가방 하나를 찾아 변두리 모텔에서 기다리면 거액을 지불하겠다는 것. 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리는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절대 가방 안을 열어보면 안 되고, 모텔 방은 필히 13호를 빌려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든 잭은 거래를 수락한다. 부상까지 당해가며 어렵게 가방을 손에 넣고 모텔에 도착해 안도하지만, 그의 숨을 조여 오는 위협과 의문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나하나 말꼬리를 잡아 빈정거리는 여관 관리인의 태도도 그렇고, 무엇보다 복도에서 마주친 몸 파는 여자 리브카(레베카 다 코스타 분)의 공포에 질린 눈빛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족히 상수의 나이는 넘겼을 것으로 보이는 새내기 연출가 데이비드 그로빅은 기록상 세 편의 출연작(그 중 하나는 이 작품의 변호사 역이다)과 한 편의 제작 작품을 경력에 올려놓고 있다. 그도 분명 직접 각본까지 쓰며 심려를 기울인 연출 데뷔작 <룸13>을 통해 이전 모범적 저예산 성공작들이 일궈낸 성취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2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작은 시골마을 모텔 안팎을 무대로 할애하는 이 작품은 유감스럽게도 어떠한 새로움이나 쾌감도 안겨주지 못한다. 총체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제작비의 대부분은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정도인 로버트 드 니로와 반대로 영화 전체를 홀로 이끌다시피 하는 존 쿠색을 모시는 데 쓰였을 텐데, 나름 유명 배우인 그들의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전개,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기제까지 도무지 납득되거나 공감 가는 부분이란 없다.

시작부터 관객들의 주위를 집중시킨 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급되는 가방의 존재와 그 속에 감추어진 내용물의 비밀은 이 영화가 관객들과 승부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꼭꼭 쥐고 있는 비장의 카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영화 자체가 이미 가장 큰 미스터리가 되어버린 탓에 최후까지 관객들의 인내를 붙잡아 놓기도 역부족이다.

터치스크린

결국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잠재된 저력인 다양성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님을 증명하는 데 또 한 번 일조를 했다. 그러고 보면 작금의 시대에 경제력 없이 특별하고 대단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잠시 잊고 있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