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계, 납득이 가십니까?

실업률·소득불평등 지수·월세가격 지수·주택보급률 등 ‘엉터리 논란’

실업자는 거의 없다. 월세는 매달 떨어진다. 주택은 넘쳐난다. 빈부격차는 날로 해소된다.

통계지표가 설명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이런 지표에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일까? 통계청이 체감실업률인 3개의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하면서 통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참에 현실과 맞지 않았던 ‘엉터리 통계’들을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통계청은 10월 12일 10월 공식 실업률은 3.2%라고 발표했다. 이날 주목받은 것은 통계청이 처음으로 밝힌 3개의 고용보조지표였다. 이를 활용해보니 ‘체감실업률’은 4.4~10.1%까지 나타났다. 고용보조지표란 ‘일하고 싶어도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용보조지표와 공식 실업률의 차이는 ‘실업자’의 정의에서 나온다. 공식 실업률에서 ‘실업자’가 되려면 3개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①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고 ②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을 할 수 있지만 ③지난 1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 등이다. 이 중 하나만 충족하지 않아도 통계상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자 되기가 더 힘들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고용보조지표 대입, 실업률 3배로 뛰어
예를 들어보자. 먼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배민경씨(26). 2년째 학원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기업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입사하면 일할 수 있지만 아직 기업들의 신입채용 공고가 나지 않아서 공부만 하고 있다. 배씨는 실업자가 아니다.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씨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란 통계학적으로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 사례. 이혁진씨(46)는 다니던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얼마 전 퇴직했다. 마냥 쉴 수 없어 학원 차량을 몰기로 했다. 아이들 통학시간에 맞춰 차량을 몰다보니 아침 1시간 오후 1시간 등 하루 2시간 일한다. 급료는 월 30만원이다. 건설사에 취직하고 싶지만 아직 일할 곳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도 통계상으로는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자는커녕 취업자로 분류된다. 주 1시간만 일하면 통계는 ‘취업자’로 분류해준다.

세 번째 사례. 경비일을 하다 그만둔 박용철씨(55)는 계속 일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주 아흔인 아버님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일주일간 간병을 했다. 박씨도 이번주는 실업자 통계에서 빠졌다. 지난주 일할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일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0월 기준으로 1584만명이다. 15세 이상 인구(4265만명)의 3분의 1이 넘는다. 실업자(86만명)의 20배나 많다. 그러니 실업률이 3%대까지 떨어진다. 실업률 3%대면 완전고용에 가깝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으면서 발생하는 일시적 실업이 통상 2%는 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실업률도 낮고 고용률도 낮은’ 이상한 나라다.

3개의 고용보조지표는 ‘사실상 실업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2개의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먼저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로 주당 36시간(하루 7시간 미만) 근로자 중에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사람은 취업자가 아닌 실업자로 간주된다. 또 하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지난주에 갑자기 아프거나 육아, 가사, 가족일 등으로 취직을 했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잠재취업가능자)과 지난주 일을 원했고, 일이 주어졌으면 일할 수 있었지만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잠재구직자) 등이다.

고용보조지표1은 ‘실업자’와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를 고려한 지표로 10월 기준 4.4%가 나왔다. 고용보조지표2는 ‘실업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한 지표로 10월 9.0%였다. 고용보조지표3은 ‘실업자’와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고려한 지표로 10월 10.1%였다. 고용보조지표3에서 분류한 ‘사실상 실업자’는 288만명에 달한다. 공식 실업자 수(86만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양극화 심화되지만 지니계수는 하락
실업률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불평등 지수도 논란의 대상이다. 처분가능소득(세후) 기준의 지니계수는 2013년 0.302로 2011년 이후 3년째 낮아지고 있다. 지니계수는 0으로 갈수록 빈부격차가 줄었다는 의미다. 양극화가 완화되고 있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납득하는 국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니계수는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문제다.

2012년 지니계수의 경우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이 공동으로 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0.353이었지만 통계청 공식 지니계수는 0.307에 그쳤다. 또 2010년 지니계수도 통계청은 0.310이라고 했지만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0.371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통계청의 소득분배지표는 상위 소득자를 누락하고 금융소득을 축소보고하는 것이 심해 불평등도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지니계수를 2012년 내놓겠다고 얘기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한국감정원의 ‘월세가격 지수’도 엉터리 시비를 불러오는 통계다. 올 들어 수도권의 월세가격은 매달 떨어졌다.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전달 대비 0.1~0.2%씩 떨어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월세까지 합쳐서 보면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자료에 근거해서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는 다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전국의 월세가 떨어진 적이 없다. 전월 대비 보합 내지 0.1%씩 올랐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다른 이유는 양측의 집계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표본대상가구가 실제 지불한 월세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보증금도 월세로 모두 전환해 합산한 가상의 월세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주택보급률도 논란이 많은 통계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한다. 지난해 주택보급률은 103.0%로 이미 100%를 넘었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많다는 얘기다. 주택 수가 많으면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주택 수에는 비닐하우스, 쪽방, 고시원, 옥탑방 등도 포함된다. 미분양 주택이나 시골 폐가도 주택 수에 들어간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거주하기 힘든 곳까지 집으로 잡다 보니 집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통계들을 기초로 정책들이 수립된다는 사실이다. 통계치가 다르면 현실과 맞지 않는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책은 헛돌게 된다. 실업률 3%대와 10%대는 정책이 같을 수 없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업률 등 일부 통계는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다양한 지표를 공표해 체감경기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대책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