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정신 나간 어느 누리꾼의 불 저항력 실험?

“그깟 고양이 장난 한 번 한 것 가지고 그걸 그렇게 욕하나.” 한 누리꾼이 뭇매를 맞았다.

욕먹을 짓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동물보호단체는 경찰에 그를 고발했다.

그는 구랍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불 저항력에 대한 실험과 결과’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나는 대한민국 또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소방관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이번 실험을 했다”고 밝힌 그는 1ℓ의 휘발유로 강아지를 적셔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면 얼마나 사는지 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 ‘복실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는 ‘버티지 못하고 불타버렸다’는 것.

2014년 12월 23일, 한 누리꾼이 불 저항력 실험을 했다고 밝힌 강아지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은 이미 수개월 전 ‘억울하게 생긴 개’라는 이름으로 돌았던 사진이다. | 파코즈

블로그에는 대형견 사진과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 사진이 있었다. 현재는 삭제되었다. 그는 여기에 “밤이라 화질도 별로 좋지 않고 자세하게 촬영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덧붙여 놨다. 그는 고양이 ‘델타’를 다음 실험대상으로 예고하며 사진을 게재했다. 블로그의 제목도 ‘한○○의 고양이 실험실’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강아지 사진은 그냥 퍼온 것”이라며 “사실 고양이와 친하니 알았으면 그만해달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확인해보니 강아지 사진이 다른 데서 가져온 사진인 것은 맞다. 즉 “애완견 산 채로 불태워 죽여 ‘공분’”이라고 보도한 일부 인터넷 매체의 뉴스는 오보다. 사진은 2014년 6월께 ‘억울하게 생긴 개’라는 제목으로 퍼진 강아지 사진 시리즈 중 한 장이다. 그가 앞으로 실험대상이라고 밝힌 고양이 사진도 학대하는 사진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관종’(관심종자: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이 벌인 한때의 해프닝? 그렇게 끝날 것 같진 않다.

“동물보호법 8조 5항을 보면 동물 학대행위를 판매하거나 상영, 인터넷에 게재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어요. 실제 본인이 했든 안 했든간에.” 동물자유연대 김승래 간사의 말이다. 동물자유연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동물학대를 벌인 한○○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제보가 구랍 26일 현재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넷

위 ‘억울하게 생긴 개’ 사진이나 고양이 사진은 학대라고 보기에 애매하지만, 같이 게재한 불에 타고 있는 강아지 사진이 동볼보호법 위반이라는 것. 이 법 46조 3항을 보면 ‘위 8조 5항을 어기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8조 5항과 46조 3항은 지난 2013년 8월 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조항이다. 한씨의 ‘장난’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를 개설한 포털 네이버의 쪽지 기능을 통해 한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한씨로부터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한씨가 원래부터 ‘관종’이라서 ‘어그로’(주목)를 끄는 게 목적이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그런데 다른 케이스와의 차이는 실명과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 아마 평생을 짊어지고 갈 낙인이 될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