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 ]추억 속의 재회 ‘토토가’

요즘 방송가는 ‘토토가’ 때문에 난리입니다. ‘토토가’가 뭐냐고요?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진행한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준말입니다. 1990년대에 활약하던 가수들을 모아서 공연을 펼치는 특집이었습니다.

우선 시청률이 어마어마합니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아무리 인기가 많더라도 시청률 20%를 넘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였죠. 15%가 안 되는 특집이 많았으며 낮은 경우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 집계로 22.2%를 기록했습니다. 막바지 김건모의 공연에서는 순간 시청률이 35%를 넘었다고 하죠.

MBC<무한도전> | MBC제공

게다가 요즘 인기 있는 음악을 확인할 수 있는 음원차트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발표된 지 16년, 심지어는 20년이 된 노래들이 차트의 상위권에 차고 들어왔습니다. 방송 후 5일이 지난 지금도 상위권에 노래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출연 가수들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Tears’(티어스)를 부른 소찬휘는 활동을 재개했으며, ‘와’를 불렀던 이정현도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토토가’에 등장했던 1990년대 노래들이 카페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SES가 쓰던 방울 모양의 머리띠 매출이 부쩍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토토가’가 들어가는 각종 공연이나 상호명, 제품명 등의 특허가 사전 신청되는 등 산업적인 면에서도 프로그램의 여파는 컸습니다.

MBC<무한도전> | MBC제공

하지만 1990년대 음악을 소재로 쓴 것은 ‘토토가’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12년 KBS2에서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특집 ‘청춘나이트’에서는 현진영, 김건모, 박미경, 구준엽, 김조한 등이 출연했고 이는 공연으로 정착돼 <청춘나이트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시청률은 심야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2% 남짓이어서 지금 같은 ‘열풍’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무한도전>은 주말 황금시간대 방송의 영향력에다 출연 가수들의 근황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하면서 공감을 형성했습니다. 멤버 김종국이 방송활동을 하는 동안 혼자서 터보 노래로 행사를 다녔던 김정남의 사연이나, 세 아이를 키우면서 걸그룹 가수라는 사실을 잊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후 눈물을 보인 SES 슈의 모습은 당대의 기억이 있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MBC<무한도전> | MBC제공

그러나 ‘토토가’에 대한 시청자의 열광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갈수록 획일화되는 현재의 가요계와 방송계에 대한 일종의 저항감 말입니다. ‘토토가’에 출연했던 김건모, SES, 소찬휘, 지누션, 엄정화 등의 가수들은 하나 같이 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대형기획사에 좌지우지되는 그룹 형태의 가수가 아닌 개성이 뚜렷했던 가수들이었습니다. 노래 실력은 다 천차만별이었으나 다양함이 주는 풍성함은 지금과는 다른 1990년대 문화의 윤택함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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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3시간이 넘는 녹화시간 동안 함께 노래하고 즐기며 추억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아마 그들은 과거 인기가수들의 모습에 열광한 게 아니라 당시 찬란했던 자신의 젊음을 발견하고 열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많은 어르신들이 <가요무대>를 보면서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20~30년 후 <가요무대>를 보는 지금의 30대가 그런 모습이겠죠?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