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2015년엔 달나라 관광? 20년 전 미래학자가 꼽은 올해 일어날 일

“제대로 맞춘 것 하나도 없군.” “진짜 막 쓴 듯.”

2015년 초,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과거 기사들에 대한 반응이다.

‘어머니는 왜 그리 고생만 하셨을까.’ 첫 번째로 거론된 기사의 제목이다. 실린 신문은 매거진X. 경향신문 섹션지였다. 기사의 부제는 ‘미래의 주부, 2015년의 가정생활’이다. 전통음식점을 경영하는 나이 38세 한소라씨의 2015년 어느날 하루를 가상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옆에 실린 그래픽 자료 속, 사이버틱한 의상을 입은 여인이 한소라씨일까. 그건 모르겠다. 기사가 실린 날짜는 1995년 7월 31일. 그러니까 2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한 기사다. 누리꾼들이 “막 썼다”고 평가한 까닭은 같이 제시되어 있는 2015년을 예측한 다른 기사들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1면에서 계속된 매거진X 본지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2015년에는 달나라 관광 가능.’ 보다시피 아폴로 계획 이후 인간의 달 탐사는 아직 실현된 적이 없다.

1월 초.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경향신문 섹션지 매거진X의 2015년 미래예측 기사. | 네이트 판

이어 붙어 있는 한겨레신문 1992년 12월 17일자 기사의 제목은 ‘2015년 암 완전정복’이다. 암과 관련한 최신 의학정보를 탐사해 쓴 다치바나 다케시의 책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에 따르면 인류가 ‘암 정복’과 관련해 달성한 위치는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기사 제목은 이것이다. ‘교통난·차 대기오염 2015년쯤 해소.’ 오늘 아침 출근 때도 기자는 막힌 길에서 버스가 움직이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뜯어보면 아무렇게나 막 쓴 기사는 아니다. 달나라 관광 예측은 기자가 한 것이 아니라 이언 피어슨이라는 미래학자가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언 피어슨이 작성한 ‘미래시간표’에 따르면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2005년께에는 완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실제 완성은 예상보다 5년이 이른 2000년에 이뤄졌다. 하지만 2015년엔 개개인의 의료카드에 게놈이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 화상휴대폰 등장(2000년), 인간과 기계의 대화 가능(2005년) 등의 예측도 대충 앞당겨 실현됐다. 기사 말미에는 이언 피어슨의 미래시간표를 볼 수 있는 URL주소가 첨부되어 있지만 현재는 열리지 않는다.

20년 전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유병선 경향신문 기자다. 지금은 회사를 퇴직한 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씨즈(seed:s)라는 비영리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유 이사장은 “당시 기사 내용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밀레니엄을 앞두고 언론사별로 미래예측 기획이 막 시작되던 때”라며 “그 기사를 쓴 뒤 ‘밀레니엄 키워드’라는 꼭지명으로 1년 가까이 미래 삶 예측기사를 기획해 신문에 연재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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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간표’를 만들어 제시했던 이언 피어슨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검색해보니 지금도 ‘잘 나가는’ 미래학자다. 앞서 언급한 2015년 달나라 관광 등 숱한 ‘틀린 예측’이 있었지만 개인 홈페이지 등에 소개한 ‘업적’에선 그 예측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