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이미테이션 게임-독일군 암호 해독을 둘러싼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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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영국, 미국

러닝타임 114분

장르 드라마

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개봉 2015년 2월 1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바야흐로 아카데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2월 22일에 열리는 87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이 속속 극장에 간판을 걸고 관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고, 홍보와 맞물려 수상작을 점치는 기사와 여론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많은 수상부문 중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관심이 집중되는 건 역시 연기부문일 텐데, 올해 후보들 중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꽃미남 외모는 아니지만 TV 드라마 <셜록> 한 편으로 전 세계 여심을 뒤흔들고 있는,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이니 말이다. 드디어 그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린 <이미테이션 게임>의 연기는 여러모로 ‘셜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니 다시 한 번 팬들의 애간장이 녹을 만도 하겠다.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비밀정보부는 독일의 암호해독기계 이니그마를 분석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이 중 유난히 독단적이고 괴팍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동료들과의 협업을 거부한 채 스스로가 고안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만 광적으로 집착한다. 명석하고 매력적인 여인 존 클락(키이라 나이틀리 분)이 팀에 합류하고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자되면서 이제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계는 서서히 가능성을 보이게 되지만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앨런만의 비밀스런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퍼즐’은 이 영화의 중요한 핵심 단어다. 이야기의 시발이 되는 독일군의 암호와 해독이란 난제가 퍼즐이고, 인물들이 공유하는 최상의 취미이자 소통의 계기가 되는 매개체는 십자말 퍼즐이다.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모인 인물들의 배배 꼬인 관계 역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퍼즐 같고, 무엇보다 주인공 앨런 튜링의 개인사와 그의 손에 의해 창조되는 기계의 정체가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은 가장 복잡한 퍼즐이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등장하는 퍼즐을 빙자한 소품들은 사실 실체가 없는 미끼일 뿐이다. 영화는 애초부터 하찮은 해답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다. 대신 빈 자리에 영화란 매체가 제공할 수 있는 기교를 풍성히 채워놓는다.

차라리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퍼즐과도 같다. 다중의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절묘하게 뒤섞인 사건 전개와 이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정교한 구성 방식은 마치 인내심을 가지고 조각 하나하나를 맞춰야만 비로소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직소 퍼즐을 연상시킨다. 그 조각들은 실화소재, 전쟁,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드라마… 심지어는 유머까지 관객들에게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다양한 정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중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영화의 귀결에 이르러 확연히 빛을 발하는 인간애와 서정성이다.

터치스크린

이런 다채로움으로 인해 자칫 산만하고 이질적일 수도 있었을 텐데 위험을 극복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원동력은 당연히 명석한 각본과 연출이다. 연출을 맡은 노르웨이 태생 모튼 틸덤 감독은 오랜 TV연출 시기를 거친 후 단편과 장편을 병행하며 꾸준한 영화연출 활동을 해왔다. 2011년 발표한 <헤드 헌터>가 자국인 노르웨이를 뛰어넘는 흥행과 찬사를 이끌어내면서 할리우드의 러브콜까지 받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헤드 헌터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부업인 미술품 절도에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이중생활을 다룬 블랙코미디 범죄물인 이 작품은 국내에도 소리 소문 없이 소개되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