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동물 예능’의 번식

광고에 흔히 ‘3B 법칙’이 있다고 하죠? ‘3B’란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일컫습니다. 세 가지 요소를 등장시키면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요소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아기’가 주인공인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동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삼시세끼>. tvN 방송화면 캡처

케이블채널 tvN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지금 동물 출연자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배우 이서진과 2PM의 멤버 옥택연을 내세운 ‘강원도 정선편’에서 여러 종류의 동물이 캐릭터를 얻었습니다. 그 중 동네 강아지 ‘밍키’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새침한 매력의 염소 ‘잭슨’은 특히 여배우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도도함으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나 PD는 그들이 키우는 다섯 마리의 닭에게도 각각 이름을 붙여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어촌편’에서도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세 마리의 닭이 있고, 장모치와와종으로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산체’가 있습니다. 동네 강아지였던 밍키와 달리 산체는 <삼시세끼> 작가의 강아지입니다. 홀로 지내는 작가의 강아지가 우연히 만재도에 따라왔고, 작가의 고료로 출연료를 대신하고 있죠.

<삼시세끼>. tvN 방송화면 캡처

MBC에서는 아예 동물을 전면으로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밤-애니멀즈>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코너는 다시 3개로 나눠져 그야말로 동물 예능의 ‘성찬’을 준비했습니다. 중국의 세 마리 쌍둥이 판다가 등장하는 ‘곰 세마리’, 충남 당진의 목장에서 양, 말, 타조 등의 동물들과 함께 잠자고 생활하는 ‘OK목장’, 그리고 아이들과 강아지들의 동거를 다룬 ‘유치원에 간 강아지’ 등입니다. 등장하는 동물 수만 십수 마리에 종류도 굉장히 많습니다. 연예대상까지 탔던 ‘아빠! 어디가?’의 빈 자리를 메운 것을 보면 MBC가 거는 기대도 큰 듯합니다. SBS에서는 이제 700회를 넘긴 <동물농장>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휴일 아침에 방송돼 시청하기가 쉽지 않은 데도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형식 없이 동물들의 각종 사연을 소개하는 데도 14년이 넘게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동물 예능’의 번성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 하는 각 예능국 제작진의 고민의 결과입니다. TV 예능은 갈수록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촘촘하게 설정을 짜놓고 마치 짜고 치듯이 찍는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뭐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능 대본에는 대강의 설정과 과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대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통제가 잘 되지 않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고 왜곡이 없는 상황을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들의 귀여운 외모나 습성 등은 TV를 보는 어린이 시청자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죠. 성인들에게는 마음의 여유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됩니다. 동물 예능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애니멀즈>.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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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창 ‘육아’에 빠져 있던 예능프로그램들이 또 한 번 소재를 찾는 눈을 한꺼번에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예능에는 한때는 ‘리얼리티 바람’이, 한때는 ‘가상연애 바람’이, 한때는 ‘공익 바람’이 불었습니다. <삼시세끼>와 <일밤-애니멀즈>의 시도가 또 다른 쏠림의 시작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