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구글 짝사랑’ 괜찮을까?

구글, 전 세계 온라인·스마트폰 운영체제 장악… 한국 시장도 유튜브에 점령당해

구글을 향한 한국 정부의 ‘짝사랑’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세계 각국이 글로벌 인터넷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를 속속 마련 중인 가운데 유독 ‘친구글 정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를 놓고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 대항전략 작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 2월 25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민·관이 합동으로 구글에 맞설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성장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구글에 대항하는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방안, 구글에 의한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법 규제의 존재방식, ICT 서비스 이용 이력 등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방책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현재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60%,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을 사실상 구글이 모두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이미 세계 각국은 구글 견제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연방반독점청(FAS)은 토종 검색엔진 제공업체인 얀덱스의 제소에 따라 구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얀덱스 측이 “구글이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장하지만 구글 검색엔진과 플레이스토어를 선탑재하고 다른 앱스토어 설치를 막는 등 폐쇄적인 운영정책을 갖고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2011년 5월 경찰이 개인 위치정보 수집 혐의로 구글 자회사이자 모바일 광고 대행사인 애드몹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검찰은 위도·경도· 등 GPS 위성정보이지 위치정보는 아니라고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러는 사이에 9월 구글은 아시아 데이터센터를 싱가포르·홍콩·대만 3곳으로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2억 달러였다. 유력 후보이던 한국이 제외됐는데, 경찰의 이 수사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김창길 기자

유럽·일본·러시아 등 적극 견제 나서
유럽은 구글과 수년째 ‘전쟁’ 중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구글과 같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와 불공정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EU는 2010년 구글의 검색 중립성 문제에 대한 불공정 혐의 조사를 진행해 2013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는 해결책으로 검색 서비스와 다른 상업적 서비스를 분리하는 동의안을 의결했다. 작년 6월에는 포르투갈 앱마켓 사업자인 앱토이드가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EU에 제소하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구글과 분쟁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정보주권 문제와 세금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한 국가의 인터넷 검색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자는 막대한 검색 데이터 등 중요 정보를 손에 쥐게 된다. 이 같은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구글이 데이터를 악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정보국(NSA)이 미국 IT기업을 통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를 감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글이 각국에서 막대한 광고수익을 챙기고 있지만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구글이 조세회피처 등을 통해 교묘하게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는 탓이다. 호주는 2011년 구글이 10억~1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데 법인세는 78만 달러밖에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은 오는 4월부터 다국적 기업이 국가 내 경제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인위적으로 나라 밖으로 옮길 경우 일반 법인세율보다 높은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효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5년간 3992억여원의 세금을 과세하기로 구글과 합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구글세’를 부과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구글은 매년 국내에서 애플리케이션(앱) 판매만으로 약 1조5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있다.

지배력을 앞세운 구글의 ‘끼워팔기’ 관행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사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올해 말부터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에 선탑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자결제 주도권을 놓고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구글의 이 같은 조치는 안드로이드 지배력을 앞세워 자사의 전자결제 서비스를 사실상 ‘강매’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구글플레이’ 등 자사 앱을 선탑재하는 문제로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배력 남용으로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동영상 국산 플랫폼은 거의 전멸한 상태
구글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속적으로 친구글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곳보다 막강한 나라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최근 세계 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OS별 스마트폰 사용자 수(IB)와 점유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무려 93.4%였다. 이는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인 67.5%와 비교해 25.9%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안드로이드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꼽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평균(74.3%)과 비교해도 19.1%포인트 높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2011년 이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콘텐츠 산업의 최고 핵심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 역시 구글의 ‘유튜브’에 점령당한 지 오래다. PC 온라인의 경우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80%가, 모바일의 경우 50%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국산 콘텐츠를 만들어도 이를 실어줄 국산 플랫폼은 거의 전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지만 박근혜 정부의 ‘구글 짝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창조경제와 궁합이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구글 서울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은 현장까지 달려가 창조경제를 운운하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구글 서울캠퍼스를 좋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단적으로 서울캠퍼스는 올 4월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구글은 아직 얼마의 예산을 매년 어떻게 투자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하나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구글의 이름값이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투자자들은 한국에 널려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별다른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생색’을 낼 수도 있고, 어쩌다 기업 육성이 잘되면 큰 수익을 노려볼 수도 있는, 남는 장사인 셈이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서울캠퍼스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지만 구글은 단지 ‘좌판’만 벌이고 ‘춤’은 우리나라가 추는 꼴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