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청와대·권력기관은 영남향우회”

‘박근혜 정부 특정지역 편중인사 실태조사단’ 단장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3월 4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나누는 한 개의 국가 두 개의 국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쓰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통치전략은 지지율이 높을 때는 유지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지지율이 무너지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보수와 특정지역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다른 지역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충분히 통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100% 국민통합’과 특정지역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한 거짓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박근혜 정부 특정지역 편중인사 실태조사단’ 단장인 그는 최근 ‘박근혜 정부 영남 편중인사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과거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영남지역 인사 편중을 비교해 본다면.
“지금이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영남 편중인사가 심한 것 같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는 최소한의 지역 탕평인사를 하려는 시늉은 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를 호남 출신으로 앉힌다든지, 국가 의전서열 10위 안에 각 지역 출신 인사들을 골고루 포진시켰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와 몇몇 권력기관은 영남향우회가 돼버렸다.”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 지역 안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인사 수혜를 받지 못한 지역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결국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뢰감이 약화되는 요인이 된다. 공자는 창, 쌀, 믿음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믿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한 국가에서 국민들 간에 신뢰는 중요한 덕목이다. 또한 인사 편중은 여론을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

대통령이 왜곡된 여론만 믿고 국정운영을 하면 큰 실수로 이어질 텐데.
“같은 고향,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특정지역 사람들로 채워지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도된 집단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도 증명됐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 중 한 사람인 알프레드 슬론은 GM 사장 당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되면 그 의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나 인사혁신처 같은 곳이 있다. 이런 기관의 역할이 지역편중 인사를 바로잡는 것 아닌가.
“국민대통합위가 지역과 세대를 통합하는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유명무실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인사혁신처가 새로 생겼지만 ‘제왕적 대통령’에게 지역편중 인사를 시정해야 한다고 건의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특정지역 인사 편중을 막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국회에는 특정지역에 인사를 할당하자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법으로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이 아니라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가능하다. 대통령이 당선돼서 캠프 사람들을 청와대로 데리고 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위직 인사에서는 최소한의 통합과 포용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언론은 인사 편중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인재는 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등용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