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국내 무대 없어 해외 가는 ‘옹알스’

이번주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코미디에 대한 생각을 한 번 털어놓을까 합니다. 여러분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코미디 무대가 몇 개인지 아시나요?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을 통상적으로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이라고 일컫습니다. 여기에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을 추가할 수 있고요. 아시아에서는 일본 오키나와 국제영화제가 코미디 부문을 운영하고, 부산도 최근부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열고 있습니다.

개그 퍼포먼스 그룹 ‘옹알스’./옹알스 제공

그렇다면 이런 국제적인 코미디 무대에 가장 많이 섰던 대한민국 아티스트를 알고 계신가요? 만약 알고 계시다면 여러분은 한국 코미디에 굉장히 조예가 깊은 분일 겁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코미디에 대한 열정만으로 세계와 맞섰던 개그 퍼포먼스 그룹 ‘옹알스’입니다. ‘옹알스’는 지난 2007년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KBS 공채 개그맨이었던 조수원과 채경선 그리고 조준우가 무대 위에서 공 3개 이상을 공중에 던져 받는 저글링을 하던 것이 시초였죠. 이후 ‘옹알스’는 자연스럽게 코너가 폐지됩니다. 그동안 연습했던 장기가 너무 아쉬웠던 그들은 공연무대에 나섭니다. 대한민국에서 코미디를 하기 위해서는 방송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날고 긴다 하는 코미디언들은 모두 방송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의 <개그콘서트>,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케이블채널 tvN의 <코미디빅리그> 등이죠. 이 무대를 벗어나면 대한민국에서는 코미디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 무대가 현재는 거의 없습니다.

개그 퍼포먼스 그룹 ‘옹알스’./옹알스 제공

‘옹알스’는 결국 무대를 세계로 옮깁니다. 그들이 <개그콘서트>를 내려와 길거리 공연을 하던 시절 장애우들을 입원시킨 병원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몸 개그’에 장애우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옹알스’는 세계로의 진출을 계획합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5년, ‘옹알스’는 세계인들이 기억하는 개그 그룹이 됐습니다. 그들의 공연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아직 말을 배우지 않은 아기들이 나와서 상자에서 나오는 갖가지 물건들에 호기심을 보인다는 줄거리입니다. 공이 나오면 저글링을 하고, 마이크가 나오면 비트박스를 합니다. 원래 4명으로 출범했던 ‘옹알스’는 지금 2진격인 4명의 신인 연기자들을 받아 8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옹알스’의 사연을 들어보면 대한민국 코미디 시스템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방송 시스템을 벗어나 자신들의 연기에 도전했고, 한계에도 부딪혔습니다. 전유성, 송은이, 박수홍, 조혜련 등 선배 개그맨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이달 말부터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을 합니다. 여건은 해가 갈수록 나아집니다. 원래는 맨땅에 헤딩하듯 거리 공연을 했던 그들이 이제는 코미디 무대를 꾸미는 감독들이 주는 상을 받고, 올해는 공연 관객 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고 호주로 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최근까지 서울 명보아트홀에서 공연을 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여의치 않습니다. 20대에 코미디를 시작했던 그들은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됐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눈에 아른거려서 해외 공연을 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장도에 오릅니다. 우리나라 코미디도 방송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재미만 있다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공연문화가 생겼으면 합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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