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사람을 살리는 교도소 ‘아가페 랜드’

처음 여주 소망교도소를 찾던 날. ‘아가페 랜드’라는 표지석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아가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하는 말이다. 2010년 한국 교회가 연합하여 세운 아시아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교도소가 지나치게 좋은 거 아닌가’라고 놀라움과 동시에 의아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죄수번호 대신 이름 뒤에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고, 재소자가 아닌 수용자라 부르며, 모든 수용자는 교도관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교도소장과 수용자가 먹는 밥상의 반찬이 똑같고, 누구나 동등하게 반찬을 배식받으며 배불리 먹는다. 수용자와 조리사가 함께 만드는 음식은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자원봉사자들은 일부러 일찍 가서 밥을 먹고 봉사를 시작한다. 봉사자들이 기억에 남는 수용자에 대한 신상을 교도관에게 물으면 “그분은 참 좋은 분인데, 안타까운 사정이 있어요”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도관이 수용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족만큼 따뜻하다. 수용자들의 방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환하고, 수용자만큼이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곳. 이곳에 자원봉사 강의를 가는 날이면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져서 좀 더 머물렀다가 오고 싶어진다. 소망교도소의 교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아이디어 뱅크, 김무엘 교화과장을 만났다.

가족사랑캠프에서 수용자와 아내가 뜨겁게 안아주고 있다. | 박상미

교도관의 삶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신학대학을 다녔는데, 가까이 지내던 동기가 자살을 했어요. 목숨을 끊기 전에 어떤 신호를 주변인들에게 보냈을 텐데, 저는 그걸 몰랐어요.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죠. 저는 성직자의 길을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졸업 후 편입해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상담을 공부해서 주변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범죄심리학을 수강하면서 인근 교도소를 참관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힘 없고 빽 없고 돈도 없는 약자들이 다 모여 있는 거예요. 내가 이들과 함께 가야겠다, 내 소명이구나…. 그 후 교도소에서 실습을 하면서 제 미래를 결정했죠.”

창의적인 교육과정이 많아서 놀랐어요. 국영교도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소망교도소는 정부와의 위탁계약으로 운영되는 민영교도소입니다. 우선, 인적자원이 다릅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직원은 국영교도소 교도관 출신을 비롯하여 학원 강사, 예술가, 심리학자, 회사원, 직업군인 등 배경이 아주 다양해요. 우리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뜻이 통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소장님부터 이력이 남달라요. 검사 출신의 변호사이시지요.
“20여년 검찰에 몸담았던 분이시죠. 이런 분도 단지 ‘사람을 살리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 소망교도소에서 사명감으로 봉사하고 계신 거죠. 이런 직원들의 마인드는 소망교도소의 오늘을 있게 한 소중한 자산이자 국영과 다른 특징입니다.”

자원봉사자가 직원보다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금전적 가치로 결코 따질 수 없는 소망교도소만의 보물 같은 자산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자들이 수용자들의 내적 변화를 돕고 있습니다. 엄마·아빠처럼, 큰누님이자 형님, 삼촌, 멘토의 모습으로 수용자들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서 놀랐어요. 교도소가 아니라 ‘성인 대안학교’ 같아요.
“자, 그럼 지금부터 소망교도소에 입소해보시겠어요?(웃음) 먼저 1단계. 수용자는 처음 입소 당일 기준으로 2주에 걸쳐 ‘변화로의 첫걸음’ 프로그램을 통해 소장과의 만남, 소망의 가치관, 심리검사를 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타임캡슐 작성, 생활 안내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합니다. 2단계는 약 4주간의 기초 인성교육에 투입됩니다. 텃밭 가꾸기, 영농, 음악 및 미술 치료, 힐링 글쓰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후에 자원봉사자가 집중 투입되는 6개월간의 집중 인성교육을 받게 됩니다.”

인성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네요. 기술교육과 예술교육은 그 다음 단계인가요.
“집중 인성교육을 마치면 각종 직업훈련, 학과고시, 컴퓨터 인성교육 등 생활 프로그램에 본격 참여합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 활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매주 화요일은 수준 높은 문화 콘서트를 관람합니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 중창, 앙상블, 명사특강, 뮤지컬 등이죠. 수요일은 오케스트라 연습, 월요일과 금요일은 합창단 연습, 그리고 서예와 미술 등 다양한 문화적 활동에도 참여합니다. 이 활동들이 3단계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 유명한 ‘타임캡슐 개봉’을 하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출소를 3개월 앞둔 시점부터 받는 마지막 단계가 인성교육인데, 여기서는 ‘레인보우’라고 부릅니다. 입소 시 작성했던 개인 타임캡슐을 개봉하면서 입소 당시의 내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을 비교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출소 이후 사회 적응에 필요한 구체적인 집중 인성교육을 받게 됩니다.”

다양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이때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겠네요.
“그렇죠. 주로 문제해결 훈련에 참여합니다. 소장과의 마지막 환송 간담회를 끝으로 출소를 합니다. 그러나 출소가 끝이 아닙니다. 이때부터는 자원봉사자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합니다.”

수용자들이 만든 공예품 | 박상미

소망교도소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족사랑캠프’ 사진을 보고, 여기가 교도소가 맞나? 저는 깜짝 놀랐어요. 과장님 가족도 함께 있더군요.
“수용자와 가족들 모두 하얀색 예쁜 티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사진을 보셨군요? 연 2회 이상 가족과 온종일 함께할 수 있는 ‘가족사랑캠프’를 실시합니다. 이때는 저도 일곱 살 된 제 딸 이랑이를 데리고 참여합니다. 이랑이는 수용자 자녀들과 함께 온종일 놀아요. 딸도 이제 아빠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딸과 수용자 자녀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이나 저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기회죠. 수용자 가족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발을 씻겨주고, 처음으로 포옹을 하고, 화해를 하는 시간입니다.”

인성교육은 수용자뿐 아니라 교도관들도 함께 받는 것이군요.
“맞아요. 소망교도소가 국영교도소와 구별되는 점은 바로 각 단계별 과정 속에 녹아 있는 인성교육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어디가 더 좋고, 어디가 더 나쁜지 판단할 수는 없어요. 소망교도소가 민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속히 접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죠. 애초에 국가가 민영교도소 제도를 도입하게 된 주요 명분 중 하나입니다.”

교도소가 교도소답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좋은 인문·교양 수업을 받고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니냐고….
“이걸 기억해 주세요. 교도소에 수용된 사람들 대부분이 언젠가는 다시 우리 주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요.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교도소로, 교도소에서 우리 사회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단지 개인의 내적인 결함이나 문제 때문에 죄를 범하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자의 상당수가 불행한 가정 속에서 혹은 고아원에서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어릴 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남의 인격을 존중할 줄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은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기능적 가정이 증가하는 건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범죄자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수용자들의 교화를 도와야 할 이유이겠군요.
“소망교도소는 강력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수용자의 3분의 2 정도 됩니다.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자들, 존중의 개념도 없었던 자들, 가족의 사랑이 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저들의 근본에 깔려 있는 범죄원인을 단지 저들 개인 탓으로만 간주하고 이들이 행한 범죄에 상응하는 고통을 가한다면, 오히려 출소자로 인해 사회는, 내 가족은 전보다 더 큰 범죄 피해의 위험에 노출될 거예요.”

그래도 죄의 대가는 치러야지요.
“당연하죠! 그래서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들은 자유를 구속당하고, 통제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통제 안에서 사랑과 존중을 받으면서 변화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 이들의 인생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고, 인성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그래도 우리 공동체가 행복하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고, 이런 공동체를 통해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거죠. 이웃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은 내 가족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요?”

‘재범률 0%에 도전하는 교도소’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퇴소 후에 다시 죄를 짓는 분도 있긴 하지요? 그런 분을 다시 만난 적도 있는지요.
“안타깝지만 있어요. 착한 청년인데,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란 거예요. 결국 그 청년도 아버지한테 폭력으로 맞서다가 우리 교도소에 왔어요. 여기서 다 치유 받고 퇴소했는데 걔가 또 아버지한테 폭력을 가해서 다른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거예요. 법무부에서 우리한테 다시 보내주진 않으니까…. 마음이 무너지는 소식이죠. 우리 교도관들이 찾아가서 만났어요. 너, 왜 그랬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아들은 변했는데, 아버지는 하나도 안 변한 거예요. 퇴소 후에도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참고 참다가 폭발한 거죠. 그래서 가족이 함께 변해야만 합니다. 저희는 수용자의 가족 치료까지 고려하고 있어요. 가정이 회복되면 범죄도 예방할 수 있어요. 가족사랑캠프도 가족치유프로그램의 한 부분입니다.”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구요.
“출소 직전 인성교육은 출소 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어요. 3개월 특화 과정으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입니다. 젊은 연령대 수용자와 사회의 소통을 위한 ‘힙합 커뮤니케이션’, 응용예술, 드라마, 미술, 음악, 영화 등의 각종 치유 프로그램, 취업 및 창업 지원, 그리고 출소 후 건강한 자아상 형성을 위한 솔루션 컨퍼런스 등이 있어요.”

다른 교도소에도 소개하고 싶은, 가장 효과가 컸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지만, 2단계 ‘집중 인성교육’입니다. 수용자들은 이를 ‘아가페 교육’이라 부르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자원봉사자들 때문입니다. 집중 인성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 중 전문적인 지식인은 많지 않습니다. 60~70대 봉사자가 다수고, 한글만 겨우 아는 분도 있죠. 봉사자와 수용자가 그냥 자신들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수용자가 ‘이건 뭐지?’라는 의아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교육과정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수용자들이 그 시간을 애타게 기다려요.”

자원봉사자들의 영향력이 크군요. 비결이 뭘까요.
“수용자를 존중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에요. 수용자는 진심으로 봉사자의 마음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은 출소 후에도 계속 이어져요. 다른 교도소에도 ‘지식기반 집중 인성’보다는 이와 같은 ‘감성기반 집중 인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추천합니다. 직업훈련이나 전문지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변화 없이 습득한 직업기술이나 자격증은 오히려 범죄의 도구가 될 수도 있어요.”

기억에 남는 수용자가 있나요? 그분은 지금 어떻게 사시는지.
“함께 생활하는 수용자들의 생일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놀라운 분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한 분이었죠. 여기서 그분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대요. 생일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며, 남의 생일을 자기 생일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분은 우리 자원봉사자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모처의 출소자를 위한 쉼터에서 출소자들을 돌보며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고 계세요. 지금은 오히려 제가 그분에게 배울 게 더 많아요.”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2010년 개소 때부터 지금까지, 주말에만 집에 갑니다. 평일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게 마음 아프죠. 7살 딸이 어릴 땐 아빠를 못 알아보기도 했어요. 수용자들 챙기다가 내 가정 깨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죠.(웃음) 힘든 내색 없이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늘 고마워요. 교도관이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개소 후 5년간 일하면서 하루도 긴장을 풀어본 적이 없지만, 수용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보람이 너무나 큽니다.”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사람을 살리는 교도소 ‘아가페 랜드’.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곳 교도관들은 퇴소한 ‘형제님’들의 근황을 알려주고 그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한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징벌은, 범죄에 상응하는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참회하고 사회에 진 빚을 갚으며 평생을 살도록 교화시키는 일이 아닐까.

<박상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