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배경설정 잘 몰라도 충분한 재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목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원제 The Avengers: Age of Ultron

제작연도 2015년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토니 스타크/아이언맨), 크리스 헴스워스(토르), 마크 러팔로(브루스 배너/헐크)

상영시간 14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15년 4월 23일

먼저 모두 궁금해 하는 답. 서울 로케이션 장면, 꽤 길다. 한 10분쯤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주 운전하며 지나다니는 도로가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되는 영화의 무대로 나오는 거, 신기한 경험이다. 그렇다고 서울이 꽤 매력적인 무대로 보이는 건 아니다. 강남역의 뒷골목도 왠지 지저분해 보이고, 헬렌 조 박사의 연구실-한강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이 근사한, ‘최첨단의 무엇’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건 부실공사-세금낭비라는 불쾌한 ‘기억’에서 오는 인지적 경로 의존성 때문일까. 1000만 관객? 가뿐히 넘을 것 같다.

영화의 볼거리나 오락성? 차고 넘친다. 거기다 고뇌하는 영웅, 인류라는 종의 멸망과 평화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내용까지. 그런데 신통하다. 분명 난해한 이야기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빌런(악당)의 음모를 제압하고 슈퍼히어로가 이겼다, 만세! 라는 기본 구도는 같다. 그런데 조금만 파고들면 의문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단 오프닝. 영화의 초입부터 악당 스트러커는 난데없이 등장한다. 그는 부하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사항전을 선동한다. 그래놓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항복하고 셉터는 어벤져스에게 넘겨”라고 말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캐릭터인가. 힌트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없다. 지난해 3월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 힌트가 있다. 영화가 끝나면 부가영상이 나온다. 어벤져스 사건 때 토르의 형제 로키가 사용하던 차타우리 셉터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아저씨. 스트러커다. 혼잣말처럼 그는 중얼거린다. “캡틴아메리카와 그의 친구들이 여기를 눈치채진 못하겠지.” 여기란 자신의 본거지다. 그리고 그 본거지에서는 어떤 특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차타우리 셉터가 주요 도구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사람은 두 사람이다. 그들을 보며 그는 또 중얼거린다. “요즘 시대엔 영웅이나 스파이는 필요 없어. 단지 필요한 것이라면 기적일 뿐.”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결국 그 아지트를 찾아낸 어벤져스가 공격해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두 초능력자는 남매다. 퀵 실버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자다. 그리고 스칼렛위치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생각을 읽어내고, 두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신조작 능력을 가졌다. 앞에서 신통하다고 한 건 이것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도 1000만 관객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연 그 중에서 이 영화 저 영화에 산재되어 있을 ‘암시들’을 다 숙지한 관객은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다.

터치스크린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다 뭉쳐 총출동한 게 2012년이다. 아마 영화 내용이 가물가물할 것이다. 영화적으로 히어로들은 쉰 것이 아니라 다 각자의 시리즈에 ‘출연’하다가 3년 만에 다시 뭉쳤다. 그만큼의 이야기가 더 축적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을 위해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지난해 개봉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세계’와 연결되기 위한 떡밥을 이 영화는 던져놓고 있다. 파면 팔수록 이야기 거리는 넘친다. <엑스맨> 시리즈에 이제 막 모습을 보인 퀵 실버와 <어벤져스>의 퀵 실버를 비교하는 따위. 그건 마블코믹스 ‘덕후’들 사이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배경설정 같은 것 싸그리 무시해도 된다. 영화는 그 자체로 충분한 눈요깃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잔뜩 담고 있는 성찬이다. 다른 마블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괜히 기죽을 필요도, 눈치볼 이유도 없다. 왜 성경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할렐루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