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중화권 자본의 쇄도

최근 대만 출신 배우 허룬동(40·何潤東)의 내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영화 <와호장룡>에 출연했던 그는 지금은 배우 겸 드라마 제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치는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한국 진출을 위해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대만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주에서는 중화권 자본이 참여하는 작품들이 활발하게 촬영되고 있습니다.

리애의 친애하는 옷장./유쿠 투도우 제공

과거 미 대륙에 공습을 벌였던 영국 음악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고 불렀죠. 가히 ‘차이니즈 인베이전(Chinese Invasion)’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중화권의 한국 진출은 다양한 분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초기 단계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수입하는 일입니다.

한국에서 유행한 드라마나 예능의 판권을 구입해서 자국에서 트는 거죠. 이미 이러한 콘텐츠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종석, 박신혜 주연의 드라마 <피노키오>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도우(Youku Todou)’에 회당 28만 달러(약 3억1000만원)에 판매됐습니다. 김수현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별에서 온 그대>가 회당 3만~4만 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10배 가까이 폭증한 셈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제작진 자체를 수입하거나 노하우를 전수받는 일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PD는 SBS에 휴직을 신청하고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으며, ‘쌀집 아저씨’로 유명했던 MBC 예능국 김영희 PD 역시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나영석 PD가 연출했던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이미 중국에 판권이 팔려 제작진이 중국 제작진과 교류를 하고 있으며, <개그콘서트> <런닝맨> <무한도전> 등 예능이 그 제작 비결을 중국과 공유 중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합작입니다. 우월한 자본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예 한국 회사와 합작해 한국에 유통시킨 후 중화권에 가져갈 콘텐츠를 미리 만듭니다. 재능 있는 제작사와 제작 인력이 중화권 작품에 스카우트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중화권 자본이 한국 방송 제작에 유입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도우’ 역시 한국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방식은 홈쇼핑과 연동하는 콘텐츠입니다.

얼마 전 가서 들었던 그들의 방식은 굉장히 혁신적이었습니다. ‘유쿠’에서만 독점적으로 유통되는 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화면에 바로 떠오르는 링크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이미 중국에서는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 이 방식이 수입될 경우 현재 ‘유튜브’가 갖고 있는 동영상 사이트의 독점적 지위가 언제 ‘유쿠 투도우’로 갈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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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미 인구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영화는 1000만 관객이 들 경우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치부하지만 중국의 경우 1000만 관객이 봤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도(道) 개념인 성(省)에서 인기를 좀 얻었다 싶은 정도입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