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데이터는 깨끗한가요?

서버 돌리려면 엄청난 전기 필요… 인터넷 검색에도 이산화탄소 발생

회사원인 홍길동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일이 잦다. 부서에 제출할 보고서가 많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을 때는 네이버, 다음 같은 국내 포털사이트를 이용하지만 해외 자료는 구글을 주로 이용한다. 검색을 많이 하는 홍씨는 심각한 ‘탄소 유발자’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차를 타거나 보온을 위해 석유와 석탄을 쓴 사람들과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데는 동급이라는 애기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종이를 아낀다고 자신했던 홍씨로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홍씨는 어떻게 탄소 유발자가 됐을까.

인터넷 검색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한 번 구글링(구글 검색)을 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0.2g 정도다.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서 1000번 이런저런 검색을 했다면 2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의미다. 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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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구글링할 때마다 0.2g 배출
검색을 위한 데이터를 담는 저장소가 서버다. 서버에는 문서, 동영상, 사진, 그래픽, 음악 등 온갖 데이터들이 다 있다. 서버는 검색 요청을 받아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분석한 뒤 검색자가 원하는 데이터만을 뽑아서 제공한다. 서버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또 서버는 검색과정에서 엄청난 열을 뿜어대기 때문에 이를 식혀야 하다. 서버를 식히려면 냉각·공조시설을 써야 하는데 이때도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전기의 50%가 여기에 들어간다.

결국 인터넷 검색은 전기를 쓰는 행위와 같다는 말이다. 이런 서버들로 이뤄진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이현숙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전기통신산업(ICT)은 더 이상 굴뚝 없는 청정산업이 아니다”라며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 서버에 저장된 뉴스를 읽고, 포토갤러리의 사진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순간 이미 우리는 전기를 사용했고,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의 수요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경우를 보자. 네이버는 하루 방문자 수가 1800만명. 페이지 뷰만 12억건이다. 매초 7400번의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검색이 가능한 것은 12만대의 서버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내 서버는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 서버들을 식히기 위한 냉각·공조시설도 24시간 돌려야 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쓴 전력량은 5200만㎾h가 넘는다. 서버 운영에만 2만2352tCO₂(이산화탄소톤·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한 값)를 배출했다. KTX로 부산을 18만번가량 오갈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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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체로 확대해 보면 2013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가 소모한 전력량은 약 26억㎾h다. 무려 100만 가구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의 0.5%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5억3000만㎾h에서 3년 동안 연평균 45%씩 늘어났다. ‘전국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나라’는 전기를 기반으로 세운 셈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4008만명으로 이용률은 10년째 세계 평균의 2배를 넘는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다. 트래픽이 많을수록 서버의 열도 많이 나고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공조장치를 더 열심히 돌려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력량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모두 모으면 6840억㎾h나 된다. 온라인 세상의 전력 사용량을 국가 단위로 비교해 본다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6번째 규모가 된다. 서울시가 15년간 쓸 수 있는 전력량이기도 하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113개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는 51만개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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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재생에너지 사용 공식화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가 결국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보다 전기료가 싸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피한다. 2009년 그린피스는 재미있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른바 ‘쿨(Cool) IT 캠페인’이다. 그린피스는 ‘쿨 IT 선두주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재생가능 에너지원과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 전력 사용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여러분의 데이터는 얼마나 더러운가요?’를, 2015년에는 ‘깨끗하게 클릭하세요’ 등의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ICT는 청정산업이라는 기존의 인식들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2011년 6월 일본 통신사업자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녹색성장 서밋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페이스북은 가장 먼저 실천에 옮겼다. “앞으로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5개월 뒤인 2012년 5월에는 애플이, 6월에는 이베이가 100%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거나 데이터센터에서의 석탄전기 사용을 중단했다. 구글은 2013년 5월, 아마존도 2014년 11월 같은 약속에 동참했다. 지난 2월 영국 BT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100% 태양광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47개 현의 휴경지를 이용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를 갖춘 솔라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사용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조성하는 솔라벨트는 54만 헥타르로 서울시의 9배 크기다.

그린피스가 국내 IT기업 7곳을 분석해 발표한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가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업체들의 환경성적표는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 C&C로 1%(태양광)에 불과했다. KT 0.44%, 네이버 0.006%로 매우 미미했다. 그나마 LG CNS, LG U+, 삼성SDS, 다음카카오 등은 아예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그린피스는 투명성과 재생에너지 정책 부분에서 네이버에 A를 준 반면, LG U+, 삼성SDS, 다음카카오는 ‘F’로 평가했다.

ICT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하는 것은 시민 여론이다. 그린피스가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쇼’를 찾은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69%가 ‘한국 IT 업계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다음카카오(41%)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네이버(27%), 삼성SDS(19%)였다.

네이버는 6월 1일 “데이터센터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공식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생가능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 전부를 충당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기업 중 네이버가 처음이다. 네이버는 값비싼 전기를 쓰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사용의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다음카카오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자체 서버가 없어 타사로부터 서버를 빌려쓰고 있는 상태라 지금으로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다만 추후 자체 서버를 확보하게 될 경우에는 재생가능에너지사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업계를 바꿀 수 있는 진취적 결정을 내린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기업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