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흥행감독 이름 내건 식상한 공포

(주) 와우픽쳐스

제목 데모닉

원제 Demonic

감독 윌 캐논

출연 마리아 벨로, 프랭크 그릴로, 코디혼,

상영시간 83분

개봉 2015년 6월 25일

등급 15세 관람가

“제임스 완 감독 영화는 실망시킨 적이 없지.” 옆자리에 앉은 동행객에게 말했다.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다. 의외다. 제임스 완이 이런 아마추어 필 나는 영화를 찍다니. 엔딩타이틀이 올라가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다. 실수였다. 필자는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정보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현장에서 받은 보도자료도 넘겨보지 않았다.

뒤늦게 돌아와 생각해보니 제임스 완은 4월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감독이었다. 다른 영화 만들 틈이 없다. 포스터에 언급된 ‘<컨저링>, <애나벨>의 제임스 완 공포 완결판’이라는 말이라든지 ‘<컨저링> 이후 25년, 그집…’이라는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되었다. <컨저링2>는 2016년에나 나올 예정이다. 역시 포스터의 배경사진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의 집’ 역시 <컨저링>의 ‘그 집’과 비교해보니 달랐다.

제임스 완은 제작자다. 쉽게 말해, 영화에 돈을 댄 사람이다. 영화 감독은 윌 캐논이다. IMDB에는 아직 영화 포스터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건 결국 마케팅의 승리일까. 그런 것같지 않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보면.

20년 전 어떤 사건이 있었다.(보도자료에서 왜 25년 전이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한 사교집단의 집단 몰살 사건이다. 교주는 마사 리빙스턴이라는 여자.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마사 리빙스턴의 집이다. 주인공 존은 환각에 시달린다. 그 집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는 환상이다. 여자친구 미셸의 전 남자친구 브라이언은 ‘고스트 스팟’류 사냥꾼이다. 실제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전 세계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넘친다. 장비를 챙겨 그들은 20년 전 사건의 현장으로 간다. 그리고 재현된 사건. 20년 전 사건의 ‘미스터리’는 이제야 풀리게 되는 걸까.

영화의 중심인물은 마사 리빙스턴의 집에 들어간 6명의 젊은 친구들이 아니다. 사건 조사를 맡은 지역경찰과 심리학자다. 브라이언 일행이 집 구석구석에 설치한 카메라들이 사건의 실마리다. 요즘 디지털 캠코더는 촬영된 영상을 모두 하드디스크에 보관한다. 마사 리빙스턴의 집 옆에 천막이 쳐지고, 현장에서 발견된 생존자 존의 취조와 하드디스크 복원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된다. 사건의 실체가 찍혀 있을 감시카메라 영상의 복원작업은 더디다(냉장고에 하드디스크를 넣어 얼리면 손상된 영상이 정말 돌아오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는 존의 진술과 복원된 ‘발견된 영상(found footage)들’을 교차편집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솔직히 말하자. 식상하다. <블레어위치>(1998) 이후, ‘파운드 푸티지’는 하나의 하위장르로 확립되었다. <블레어위치>가 그랬듯 특히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장르다. ‘이것은 실제 영상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비디오카메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니까.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이 이 장르의 묘미다. 식상하다는 건, 영화가 채택한 방식에서 이미 결말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결말은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장르 자체에 내재한 한계일까. 꼭 그런 것같진 않다. 이 코너에서도 리뷰했지만 역시 ‘파운드 푸티지’물인 신예감독 조쉬 트랭크가 만든 <크로니클>(2012)이나 맷 리브스의 <클로버필드>(2008)와 같은 영화들은 “이것은 진짜 필름이야, 믿어줘”라는 상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영화들이니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