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명박 지지율 추락 ‘일단 멈춤’

검증 공방 속에서도 ‘마의 35%선’ 유지… ‘의혹’ 보단 ‘경제 기대치’가 높은 탓'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예비후보가 7월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맷집이다.” “솔직히 저 정도 시달리면 뒤집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검증 공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오히려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많은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에 대해 범여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시장 지지도의 하방경직성이 예상 외로 견고하다”며 당혹스러움을 표시했다.

물론 이 전 시장 지지도가 반등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지지율 조사는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소 편차가 있다. 이 전 시장의 주민등록초본 발급과 관련한 검찰수사 착수를 기점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반등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7월 20일·14.3%-양측의 격차), 매일경제신문(7월 22일 13.6%), 문화일보(7월 24일 8.6%) 등의 조사에선 박 전 대표의 추격 고삐가 늦춰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본격적으로 검증작업을 시작한 이후 줄곧 추락하던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처음으로 반등한 조사들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도 “어지간한 후보 같았으면 무너지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경제 70%, 도덕성 10% 관심”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35% 지지도’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박 전 대표와 국민지지도가 높은 이 전 시장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지지도가 바로 35%선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인 P&R의 이경태 대표는 “대의원·당원과 국민경선 참여자의 예상투표율 차이를 고려하다면 10% 내외의 격차에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지탱하는 요인은 뭘까. 경선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치열해질 도덕성 공방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은 ‘마의 35%’선을 유지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우선 이 전 시장의 경제이미지에 주목한다. 이명박 진영에서 “이 시대정신은 경제”(박희태 경선대책위원장)라며 경제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경제가 주된 대선 이슈”라고 전제하고 “(국민은 후보의 도덕성이) 조금 의심스러워도 경제 해결 능력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도 “국민은 경제에 70%, 도덕성과 개혁성에 10% 정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경제대안 인물이 부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이 전 시장의 각종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상쇄하고 남는다는 얘기다.

사실 한국적 기업 풍토에서 경제이미지와 도덕적 기대는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자영업자인 박경철씨(62·서울 암사동)는 “이 전 시장은 정경유착의 시대에 잘 나가던 전문경영인이었다”면서 “그에게 순결무구한 도덕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우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권위주의 시대에 대기업 회장을 지낸 그의 경력도 지지도 추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예를 들면서 “원칙·대쪽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병역기피 의혹을 받는 것과 같이 인식의 불일치(Congnitive Dissonance) 현상이 일어날 때 지지율이 폭락하는 것”이라면서 “이 전 시장의 경제능력에 지지를 보내는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에 대한 도덕적 기대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인식의 불일치란 기대 이미지와 현실이 상충할 때 실망감이 크게 나타난다는 심리학 용어다.

추후 수도권 표심 예측은 엇갈려

이 전 시장 지지도가 지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의 표심’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전 시장의 핵심지지 지역인 수도권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는 탄탄하다. 영남지역은 최근 검증 국면을 지나면서 박 전 대표 쪽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수도권은 요지부동이다. 서동만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의 이념적 경직성이 추락한 이 전 시장의 지지표를 흡수하는 데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수도권의 개혁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신 이미지를 가진 박 전 대표의 이념적 편협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의 퍼포먼스(실적)로 만들어진 지지기반이 이 전 시장의 지지도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용진 외국어대 겸임교수는 “수도권 지지율의 밑바탕에는 이 전 시장이 앞장섰던 신행정수도 투쟁 과정에서 얻은 확실한 지지표가 있다”면서 “지방민심이 수도권에 영향을 주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실 현재까지는 민심의 흐름이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역구도가 견고하던 종전의 선거에서는 지역민심이 수도권에 영향을 준 반면 이번에는 그와 다른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상회한 것의 기폭제는 추석 민족대이동이었다. 수도권의 민심이 경부선을 따고 영남으로 전달됐던 것이다. 또 검증공방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안방인 영남지역에서 이 전 시장의 이탈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표심의 이동이 영남지역만큼 많지 않다. 홍형식 소장 역시 그런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에 나선 모든 후보가 교통개혁을 말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이 전 시장뿐”이라면서 “사실 행정적 업적에선 이 전 시장이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견고하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범여권의 통합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은 “이 전 시장 지지층의 4분의 1 정도는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범여권의 후보군이 좁혀지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전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도 “개혁적 성향이 짙은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에서 이 전 시장이 현저하게 앞선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도의 변화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홍형식 소장은 “범여권이 분열과 통합의 과정에서 정체성 논쟁이 후보단일화의 중심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정체성 공방에서 벗어나 경제대안 인물로 부상하는 대선 후보가 없다면 이 전 시장의 지지표를 흡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대선 본선의 핵심이슈가 개혁논쟁이 될 것인지 아니면 경제논쟁이 될 것이지에 따라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