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문국현의 경쟁력은‘스타성’에 있다

특장과 아킬레스건… ‘생명의 숲 운동’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 활동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김세구 기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경제인 문국현’에서 ‘정치인 문국현’으로 변신한다. 오는 8월 23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을 선언하고 대선의 대열에 나선다. 문국현 사장이 개혁 지향적 시민단체 대표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것도 정치적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범여권의 대권주자라는 ‘이점’을 마다한 채 독자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국현 실험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본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은 “문국현 사장은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경제인 문국현’이 전개해온 혁신적인 기업 운영, 기업의 사회참여운동, 반부패운동, 환경운동 등 일련의 행적이 정치적 야심과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얘기인 셈이다. 사실 그의 주변 인사들은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선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고 말한다. 그것이 시민사회단체 대표주자로 ‘옹립’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기업인 문국현’평가 매우 호의적

문국현 사장은 정치 신인이다. 또 정치적 기반도 전무하다. 그런데도 시민단체 대표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엇일까. 범여권이 대선을 불과 4개월 여 앞두고 대선 출발선에 선 그에게 힘을 합치자고 손짓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연 의미 있는 대권주자로서 현실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그 경쟁력은 우선 그의 ‘스타성’에 있다. 그는 시민사회의 대중적 지지를 받는 스타급 인사다. 문국현 사장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자산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시민사회에 계신 분들의 꿈과 새로운 희망 그리고 21세기에 알맞은 비전이 중요하다”며 “어느 단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하거나 후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생명의 숲 운동’ ‘동북아산림포럼’ ‘선한 사마리아 운동’ ‘서울그린트러스트 재단’ 등 60여 개나 된다. 그는 “환경과 인권, 반부패운동에 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적 기반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민사회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과거 정책 캠페인에 머물던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참여운동으로 수위를 높이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박기태 경주대 교수는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 보면 문국현 사장의 경영원칙인 ‘함께 사는 기업론’은 시민사회운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게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문국현 사장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열린우리당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미래구상)이 범여권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문국현 사장과 어떤 형태의 거중조정을 하느냐에 따라 문국현 사장의 정치적 위력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구상’은 시민단체가 중심인 된 정치세력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경제를 안다’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장점이다. 2007년 대선의 화두는 사실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혹독한 검증 과정을 겪으면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경제에 대한 기대와 이명박 전 시장의 퍼포먼스(실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사장 진영에선 이명박 전 시장과 비교해도 문국현 사장이 뒤질 게 없다는 생각이다. 문국현 사장을 돕고 있는 고원씨는 “문 사장은 글로벌그룹인 킴벌리클라크 동북아시아 총괄사장을 지냈고 26억 세계인을 상대로 장사한 사람”이라면서 “국가의 비호 아래서 성장한 권위주의 시대의 전문경영인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며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비교우위론을 폈다. 문국현 사장이 이 전 시장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치적으론 검증 안돼 지지도 미미

숲가꾸기 운동에 참여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그가 유한킴벌리 경영을 맡은 1995년이다. 거대 경쟁사의 출현으로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등 회사가 존폐 위기를 맞은 때였다. 그는 평생학습과 4조교대제 확대 실시, 기밀 판공비 없애기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주도해서 ‘유한킴벌리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가 전문경영인으로 있던 지난 13년간 유한킴벌리는 매출액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순이익은 무려 17배 이상 늘어나는 등 놀라운 성장을 했다. 유한킴벌리는 유아용품, 가정용품 등 8개 사업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문국현 사장은 아예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서 대권 출마 명분을 찾고 있다. 그는 “내가 대선출마를 결심하도록 만든 사람은 이명박씨일 것”이라며 “자기와 가족의 재산을 불리는 데만 관심이 있던 사람, 그 영혼이 땅에 있는 사람, 부패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전 시장을 ‘부패한 지도자’, 자신을 ‘깨끗한 지도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경제계에서 ‘기업인 문국현’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다. 문국현 사장은 기업 이득을 위해서라면 노동력 착취와 환경오염도 불사하던 재계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환경경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사람과 경제를 살리는 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은 한국 기업이 나갈 길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때 묻은 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여론조사기관인 P&R의 박태순 박사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문국현 사장의 ‘클린 이미지’는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반노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의 잠재적 발전성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문국현 사장이 냉엄한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정치인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됐지만 인지도와 지지도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문국현 사장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고 나를 지지하는 인사의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무슨 지지가 있겠느냐”고 태연해한다. ‘문국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창조한국’ 등 지지조직의 면면이 드러나면 정치권에 안착하는 것은 물론 ‘다크호스 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문국현 사장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기색이다. “한 세력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게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권오을 한나라당 의원)는 것이다. 특히 그를 대표주자로 관심을 갖던 ‘미래구상’이 민주신당에 합류하면서 그의 잠재적 지원세력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민주신당의 한 인사는 “미래구상의 민주신당 참여는 개혁세력의 통합에 최대의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서 “독자노선을 가는 문국현 사장을 지지하긴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합류냐, 독자노선이냐’ 오락가락

또 범여권 합류냐 독자노선이냐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그의 ‘이중적 태도’는 정치에 물들지 않은 클린 이미지와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국현 사장은 민주신당의 영입 손짓에 대해 “나에게 경선에 들어오라고 하지만 왜 오라는지 그 전략이나 생각을 잘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경선이라는 공간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민주신당 경선 승리자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통합신당에 합류할 뜻을 밝힌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민경선과 후보 단일화는 결과적으로 같은 결론을 낳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민주신당에 합류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개혁세력의 통합 의지를 보인 후보(즉 통합신당에 합류한 후보)와 보이지 않은 후보를 똑같이 대우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문국현 사장의 의도는 결국 프리라이딩(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 문국현 사장 측은 “결단력 부족이나 무임승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문국현의 전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너무 늦게 대권경쟁에 뛰어든 것도 그가 의미 있는 후보로 부상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문국현 진영이 시간적 제약 탓에 지지 세력과 지지기반을 결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의 측근인 최열 환경연합 대표마저도 “지금도 늦다”고 말했다. 물론 문국현 사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의 정치적 자산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과 환멸감”이라면서 “대선 준비는 두 달이면 충분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목희 국민경선출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대선이 두 달도 안 남은 시간에 출마를 하고 레이스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비췄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 사장의 정치적 감각이 의심스럽다”면서 “그가 정치에 입문하는 목적은 대선에 있는 게 아니라 총선에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적어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하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는 양상이 다르다는 얘기다.

문국현 시장은 아직 정치인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사람이다. 베일 속에 있는 그를 판단할 수는 없다. 8월 23일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감춰진 그의 정치 지도자로서 역량이 무엇인지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