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명박 후보 서면면접 “주택 연 12만 호씩 공급”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11월 4일 서교동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비보이 춤을 추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학창시절(대학교 동아리 활동 등)을 얘기해달라.

“대학을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다녔기 때문에 사실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새벽 4시, 시장이 열리기 전에 전날 쌓인 쓰레기를 치워놓고 학교에 가야 했다. 그래서 종종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학교를 다니다간 이명박이란 사람이 고려대 학생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학년 때 학생회장에 출마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자처하는 것은 강력한 의지와 구체적 비전, 실천력 때문이다.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거창한 비전도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은 별개다. 제 삶이 말해주듯이, 일로 계획을 실천하고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평생 동안 그런 일을 해보았다. 말 잘 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의붓아버지가 열한 살짜리 딸의 가슴을 만진 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담당 판사였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일부에서 판결 결과만 보고 법원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재판의 결과는 여러 가지 상황과 증거를 모두 살핀 후 내린 것이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모르는 내가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법원의 판결도 상식과 국민의 법 감정에 어느 정도 부합해야 한다고 본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고 강력한 방지 대책이 요구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30이 평생 월급을 모아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집 없는 2030세대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2030세대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내 집 마련을 위해 신혼부부 주택을 연 12만 호씩 공급하겠다. 신혼부부의 소득수준별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전세자금을 저리 융자하도록 하겠다. 동시에 주택 50만 호를 매년 공급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의 내 집 마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맞벌이 부부는 늘어나는데 보육정책은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다. 2030세대 직장인을 위한 보육정책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0세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의 보육비를 국가가 지원하겠다. 또한 ▲임신 전후 산전검사 등 필수 의료항목에 대한 의료서비스 보장 ▲불임치료 보조생식술 100% 지원 ▲분만 의료비 지원 ▲만 5세 이하 아동의 입원 진료비는 물론 외래 진료비 본인 부담금 면제 ▲필수 예방 접종 무료 실시 등도 지원하도록 하겠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국·공립 보육시설은 민간 보육시설이 들어가기 힘든 농어촌 지역과, 장애아동, 영아를 위한 시설 등의 경우에 우선적으로 확충하겠다. 그러나 전체 보육시설 중에서 민간보육시설이 90% 이상이 되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 보육시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시급히 추진하겠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입장은(언제부터, 어떻게 시켜야 하나).

“국제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영어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외국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교육을 질적·양적으로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대부분 국민이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교육 및 관련 제도를 고치고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교사자격제도를 마련하고, 매년 교사 3000명을 양성 배치할 것이다.”

소득계층 간 사교육비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은.

“역대 정부는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쳐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사교육비 해결 방안으로는 획일적이고 하향 평준화된 학교 교육을 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다. 이를 위해 나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프로젝트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 교육제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등 ‘공교육 두 배, 사교육 절반’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명박 후보의 사교육비 절감 등을 골자로 하는 교육 공약에 대해 학원 강사들은 “사교육시장이 작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공교육 두 배, 사교육 절반’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사교육 문제는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해결할 것이다. 영어, 수학, 예·체능 등 과목별 감소 효과와 내신, 수능, 논술 등 부문별 감소 효과를 감안하면, 현재 약 30조 원 규모의 사교육비를 그 절반인 15조 원 규모로 줄일 수 있다.”

국립대생 및 저소득층에 대한 등록금 상한제 혹은 등록금 면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모든 저소득층 고등학생에 대해 등록금 및 학교 운영 지원비, 학습부대경비 등 일체를 지원할 것이며, 대학생의 경우,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과 그 이외의 학생에 대해서는 소득연계형 맞춤형 학자금 지원제도를 마련할 것이다.‘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별도의 교육재정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다.”

2030은 일자리가 가장 관심사다. 청년실업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최근 우리 성장이 정체 상태에 있어 신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데에 있다. 결국 해결의 근본적인 방안은 7%의 경제 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신성장 산업,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의 취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취업교육 강화, 인턴제 활성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

최근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보면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다.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 그리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해법이 있다고 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준수, 공정한 고용 관행 확립 및 비정규직 직업교육 확대 등의 정책과 함께 경제성장률 7% 달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도록 하겠다.”

1700만 2030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2030유권자들에게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와 정치를 바꿀 힘이 있다. 신세대답게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세계적 무한경쟁의 시대에 누가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말이 아닌 실천으로 경제를 살릴 것인지를 판단해주기 바란다. 저에 대한 2030세대의 기대가 이뤄지려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