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30대 88% “투표에 참여하겠다”

“대선후보 정보 언론 통해 얻는다” 80.9%… 인터넷은 14.7%

이번 대선에서 청년층, 즉 20대와 30대는 얼마나 투표에 참가할까.
뉴스메이커 청장년층 대선 여론조사에서 청년층의 66.2%는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표1). 또 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가 54.2%,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33.8%다. 두 결과를 더하면 88.0%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경우는 7.3%였다(표2). 연령층별로 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20대와 30대가 각각 48.5%, 59.5%였으며,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경우는 37.8%, 30.1%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청년층 내에서도 30대의 투표 참여 의지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투표율은 50%대 가능성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반드시 투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선관위 통계를 보면 2002년 대선 당시 투표율은 20대가 56.5%였고, 30대는 67.4%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대선투표율은 상당히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국단위 선거로서의 의미도 갖지만 대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구전효과’도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즉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생활단위에서 공통분모를 찾자면, 기껏해야 인물이 아닌 당이 될 가능성이 많지만 대선은 후보와 당이 일치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지만 김 교수는 “실제 투표에 참여할 사람들은 조사에서 투표 참여에 대해 적극적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 국한해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한다. 청년층의 실제 투표율은 88%가 아닌 적극적 의사표시층, 즉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54.2%에 더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후보자에 대한 주요 정보를 얻는 경로로 신문과 TV 등 ‘언론’을 지목하는 경우가 80.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 ‘인터넷을 통해서’라고 밝힌 경우는 14.7%를 차지했다. 소위 특정 후보에 편파적인 일부 언론의 ‘아젠더 세팅’을 넘어,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뉴미디어’의 파워가 두드러졌던 지난 대선은 결국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했던 걸까.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 역시 언론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언론 비중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이 시장적으로는 위축되었지만, 정치정보에서 여전히 중심적 공급자인 것은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일부 언론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더라도 이미 독자들은 그 언론들의 정파성을 인지하고 있고, 그 언론들에 대한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그런 ‘아젠더 세팅’이 작동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청년층의 62.4%가 공약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표3). 일찍이 5월부터 후보가 확정되었던 2002년에 비해, 이번 대선에서 범여·범야 모두 후보 결정이 늦어지면서 전체적인 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장 최근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경우 출마선언 때 밝힌 좌파정권 종식-법치주의 확립의 아웃라인만 제시했을 뿐, 각 분야별 국정운영과 관련한 공약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규범적으로 대답한 것으로 보인다. 공약과 슬로건을 혼동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줄푸세타고 747’, ‘국민성공시대’, ‘가족행복시대’, ‘진짜경제 사람중심경제’ 등은 슬로건이지 구체적 정책을 담은 공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주의 투표 발생할 것” 78.4%

또 하나. 지역주의 투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청년층의 78.4%는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17.1%였다(표4). 권역별로 보면 표본수가 적은 제주를 제외하고 대구·경북지역 응답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경우가 89.7%로 가장 높았다. 정당별로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91.1%가 지역주의 투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년, 특히 참여정부 집권기간 지역주의는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선에 한정해볼 때 지역주의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유권자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지지도 조사 결과 지역 편중성과 이념성향 등을 동시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크게 봤을 때 후보나 정당 선택과 관련해서는 전체 연령과 청년층의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이념 성향이나 특정 후보 지지 혹은 철회에 대한 판단근거 등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청년층 내에서도 20대와 30대 사이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보수적 입장의 강세 속에서도 실용진보 즉 개혁과 성장을 택한 경우는 20대가, 진보 즉 개혁과 분배를 선택한 경우는 30대가 상대적으로 많다. 전효관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20대는 소비사회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세대기 때문에 상품질서 내로 완전히 포섭되어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며 “반면 30대는 소비사회를 경험하지만 이미 양극화와 내적 배제의 논리를 사회경험 속에서 익히고 있기 때문에 대안의 가능성을 실천하지는 않지만 또 그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하는 층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궁금증. 이제 불과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에서 2002년과 같은 ‘드라마’를 연출할 수도 있을까.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2002년 당시는 노무현 당시 후보의 경선과정도 드라마틱했고, 전형적인 이항대립의 서사구조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당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붐업되는 시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치의 상당부분이 이미 소셜 네트워크로 돌아가고 있으며, 또 사회 전체가 보수·실용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능동적 공중 참여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하나, 이전 대선과 다른 점은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정치 참여를 하더라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참여가 안 일어나는 딜레마가 생긴다”이라며 “정계개편이 아주 급박하게 이뤄지거나 후보들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 한 현재의 구도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여권 후보들은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정치권 격언에 매달리겠지만, 만사지탄이 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