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초선들이‘최우수의원’ 싹쓸이

국회의원 299명 의정활동 4년 평가

이낙연 의원 제외 9명 중 8명 차지
김석준 의원 1위… 비례대표 맹활약

17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의정활동 평가에서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대구 달서병) 등 9명이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김 의원 이외에 김양수 의원(한나라당 경남 양산), 이주호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손봉숙 의원(민주당 비례대표), 안명옥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김춘진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전북 고창·부안), 우원식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서울 노원 을), 이낙연 의원(대통합민주신당 전남 함평·영광), 정성호 의원(대통합민주신당 경기 양주·동두천)이 최우수의원의 영예를 안았다.
뉴스메이커는 언론사 최초로 17대 국회의원 299명(지역구 243명, 비례대표 56명)을 대상으로 4년간의 의정활동을 평가했다.

의정활동은 매년 정기국회 기간에 실시하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펼치는 정책·입법활동과 예산 및 결산활동을 포함한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 수치로 계량화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분야를 점수로 환산해 의원들의 등수를 매겼다. 뉴스메이커는 한국유권자운동연합과 함께 16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도 평가한 바 있다.
우수의원은 김기현 의원(한나라당 울산 남을) 등 12명이 선정됐다.

최우수·우수의원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면 첫째, 초선의원들의 성적이 월등히 좋았다. 최우수의원의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의 이낙연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 국회에 처음 입문한 의원이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각 당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공천 혁명으로 초선 의원이 대거(전체 의원은 60% 이상) 입법부에 진입했다는 사실 이외에 초선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의욕이 재선·삼선 의원보다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17대 초선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진보그룹이 많이 등장해 의정활동을 활발히 한 것 같다”며 시대적으로도 유권자와 각 이해집단이 과거보다 의정활동에 더 관여한 점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각당 대대적 물갈이 주효한 듯

17대 국회의원들이 2004년 6월 7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97점으로 전체 의원 중 1위를 차지한 초선의 김석준 의원은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가 아닌 다른 기관들이 만든 법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자료들을 법제처에서 제출받아 폐기해야 할 법을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법률 분야에서 과거사 정리에 앞장선 셈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 원안을 그대로 통과한 것은 16건에 달했다. 재선의 이낙연 의원은 16대 국회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의정활동에 열의를 다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가장 즐겁게 해야 할 일이 의정활동”이라며 “‘나는 국정감사가 좋다’는 글도 써서 홈페이지에 올렸듯이 의정활동을 즐겼다”고 회고했다.

우수의원 중에서도 초선 의원은 12명 중 7명이나 차지해 초선 의원들의 강세를 증명했다. 우수의원 중 엄호성·김학송·김효석·오영식·김성조 의원은 재선그룹이다.

둘째, 비례대표 의원들이 활약을 많이 했다. 각 당은 비례대표에 여성을 홀수 번호에 배치하는 등 여성에 대한 50% 할당과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정활동 4년 내내 정책·입법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 장애인 단체 등 사회단체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17대 국회에 들어온 비례대표는 전체 의원(299명) 중 18%(56명)를 차지한다. 이번 평가 결과에서도 최우수의원 중 비례대표가 33%를 차지했다. 이주호·손봉숙·안명옥 의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의사 출신의 비례대표 안명옥 의원은 “의정활동의 목표를 오감(五感) 정치, 즉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느끼는 정치를 해왔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고, 관련 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 구체적으로 정책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유능한 정책담당 보좌진도 한몫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여성·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들이 관련 분야에서 매우 잘한 것 같다”며 “소외계층,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최우수의원들의 뒤에는 유능한 정책담당 보좌진이 있었다. 유경선 보좌관(김춘진 의원실), 배선희 보좌관(손봉숙 의원실), 박판열 비서관(김석준 의원실), 류경재 비서관(이낙연 의원실) 등이 그들이다. 현재 국회의원은 8명(인턴 2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보좌관(4급) 2명, 비서관(5급) 1명, 비서(6·7·9급) 3명 등 6명의 직원과 인턴 2명이다. 이중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보좌진 전원을 정책·입법 활동에 투입하고 있으며, 지역구 의원은 보좌진 절반 정도를 의정활동에 참여시킨다.

17대 국회 들어 정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정책 보좌관 제도가 정착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과거에는 일부 의원들이 친·인척이나 선거 공신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의정활동의 질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관행은 없어졌으며, 박사 변호사들도 의원회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15~17대 국회를 경험한 이현진 비서관(손봉숙 의원실)은 “최근에 인턴을 채용했는데 서울의 명문대 출신 석사 이상 인재가 많이 지원했다”며 “인재 충원 방식에서 능력을 중시하는 공개 채용 방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7대 국회 의원들의 전반적인 의정활동을 평가한 결과, 16대 국회 등 이전 국회보다 양적인 면에서 대폭 성장했으며, 질적인 면에서도 발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들은 특히 국정감사와 법안 발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정책 대안 제시와 입법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은 의원들이 열심히 한 것 이외에 의정활동이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는 상임위와 본회에서 의원들의 활동을 회의록(속기록) 형태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데 이어, 17대 들어서는 동영상 형태로 실시간 중계했다. 의원들도 개인 홈페이지에 모든 의정활동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게재하고, 의정보고서와 정책 자료집을 발간해 유권자들에게 알렸다. 과거에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견제·감시했으나 지금은 모든 국민이 실시간으로 의원들의 활동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감 NGO 모니터단 홍금애 위원장은 “17대 국회 초반기에는 의원들이 겉보기에도 16대와 확실히 달라보였다”며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과욕에 넘쳐 현실과 괴리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어떻게 했나

뉴스메이커는 최근 한 달여 동안 17대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펼친 의정활동을 평가했다. 평가 기간은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2004년 5월 31일부터 2007년 1월 중순까지다. 회기별로 보면 247회 국회(2004.6.5.~2004.7.4.)부터 270회 국회(2007.12.10.~2008.1.8.)까지다.

평가 항목은 ① 국감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 우수의원 수상 경력 ② 법안 발의 횟수 ③ 발의 법안 원안 통과 횟수 ④ 국회 본회의 출석률 ⑤ 기타 분야 등이다. 국감 NGO 모니터단 우수의원 수상 경력은 1회 수상경력에 10점을 부여했으며, 4년 연속 수상의원은 합산해 40점을 줬다. 국감 NGO 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 등 270여 시민단체로 구성됐으며, 1999년 이후 9년 동안 의원들의 국감활동을 모니터하고, 그 결과 우수의원상을 매년 선정해왔다.

법안 발의 횟수는 의원들이 17대 국회 4년 동안 국회에 제출한 법안 개정안 및 법안 제정안을 합산해 ▲15점(50개 이상) ▲12점(40~49개) ▲9점(30~39개) ▲6점(20~29개) ▲3점(10~19개)으로 환산했으며, 발의 법안 통과 횟수는 ▲25점(5개 이상) ▲20점(4개) ▲15점(3개) ▲10점(2개) ▲5점(1개)을 부여했다. 단 발의법안 통과의 경우 원안 통과에 한해서 점수를 부여했으며, 수정 가결 또는 위원회 폐기 등의 법안은 제외했다. 의원들의 법안 관련 정보는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 의안 정보 시스템의 자료를 분석했다.

국회 본회의 출석률은 17대 국회 4년 동안 정기 및 임시국회 본회의 출석률을 환산해 각각 ▲20점(출석률 90% 이상) ▲17점(출석률 80~89%) ▲14점(출석률 70~79%) ▲11점(출석률 60~69%) ▲8점(출석률 50~59% 미만)을 줬다. 본회의 출석률은 국회 홈페이지 회의록을 분석해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 상황을 점검했다. 기타 분야는 국회도서관 이용 우수의원상 등 기타 분야(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우수의원 수상 제외)에서 공신력이 있는 상을 받은 의원에게 1회당 5점씩을 부여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