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회 출석은 잘하는데 성적은 영~

18대 국회 1년 결산, 법안 상정은 많지만 갈등법안 때문에 처리 늦어져

지난해 9월 열린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에서 본회의장의 대형 화면을 통해 개회사 장면이 중계되고 있다.

‘출석은 꼬박꼬박 하는데 성적은 영 신통찮네.’
18대 국회 1년 평가다. 지난해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는 지난해 말 한·미 FTA비준동의안 상임위 상정 건으로 ‘해머국회’ ‘소화기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촛불시위로 여야 합의가 지연되면서 첫 본회의가 7월 10일에야 열림으로써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집계한 자료를 바탕으로 ‘Weekly 경향’이 분석한 결과 1년 동안 18대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무려 89%에 이르렀다. 17대 국회의 본회의 출석률 86.2%보다 약 3%포인트 상승했다. 모두 52회 열린 본희의에 전부 출석한 의원은 24명이다. 강성천·고흥길·권경석·김영선·김태원·김학용·박대해·배영식·심재철·유기준·이범래·임두성·정태근·정해걸·조진형·주호영·허원제·홍일표·홍준표 의원(한나라당)과 김재윤 의원(민주당), 권선택 의원(자유선진당), 정하균 의원(친박연대), 송훈석(무소속),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한나라당 의원만 19명이다. 딱 한 번 참석하지 못한 의원도 20명에 달했다. 출석률 상위의 대부분은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했다.

본회의 출석률 89%로 3%포인트 상승
당선무효 또는 재·보궐 당선자를 포함해 307명 의원 중 281명이 출석률 75% 이상을 기록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출석률이 가장 낮다. 출석률 50%다. 이밖에 전재희·이광재·이용삼·강기갑·이정희·서청원·조경태·최욱철·양정례·전여옥·홍희덕·이달곤·권영길·송영선·이상민·현경병 의원의 출석률이 낮았다. 전재희·이달곤 의원은 각각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한 경우고, 강기갑·서청원 의원은 정당 대표직 수행 때문에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용삼 의원은 휴가를 신청해 결석한 경우가 많았다. 이광재 의원은 구속으로 출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출석률이 비교적 낮은 국회의원 중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18대 국회에서 특위를 포함한 상임위 출석률은 87.83%로 17대 국회 80.58%에 비해 7%포인트가 높았다. 17대 국회의 출석률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출석률을 보인 것이다. 18대 국회 1년 동안, 특위를 제외한 상임위에서 100% 출석한 의원이 예상 외로 많았다. 상임위원장은 대부분 100%의 출석률을 보였다. 위원장 외에 법사위에서 노철래 의원, 기획재정위에서 백재현 의원, 정무위에서 박종희·권택기 의원, 농림수산식품위에서 조배숙·김영록 의원, 행정안전위에서 유정현·이범래 의원, 환경노동위에서 강성천·김재윤·정진섭·조원진 의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나경원·전병헌·김을동 의원, 국토해양위에서 박기춘 의원, 지식경제위에서 임동규·김용구 의원, 국방위에서 김성회·김영우·유승민 의원, 보건복지위에서 강명순·안홍준·양승조·임두성·정하균·이애주 의원, 예결위에서 김학용·박민식·이사철·이범래·김성수·정태근 의원 등이 100% 출석했다. 본회의처럼 상임위에서도 출석률 상위에는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많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황영민 간사는 “출석률은 의원의 성실성을 볼 수 있는 척도”라면서도 “높으면 좋긴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것이며, 단지 참고사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발의 제출 건수 4000건 육박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의 출석률이 높았다면 실질적인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법안 발의는 어땠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나타난 자료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로 제출된 건수는 3956건(5월 11일 기준)이었다. 17대 국회 4년의 6387건에 비교한다면 1년 동안의 건수가 4년 건수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17대 국회에서 제출된 6387건의 의원발의 법안이 모두 처리됐으며, 이중 4945건이 폐기됐고 86건이 철회됐다. 폐기됐거나 철회된 비율이 78.7%였다.

18대 국회에서는 3956건의 의원발의 법안 중 1254건만 처리됐고, 2702건이 아직 처리되지 못했다. 참여연대의 황영민 간사는 “법안은 많이 생산되지만 갈등 법안때문에 일반 법안 처리가 도리어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처리된 1257건 중 폐기가 472건, 철회가 402건이다. 17대 국회에 비해 철회 건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눈에 띈다. 황영민 간사는 “17대 국회의 1년차에 비해서도 18대 국회 1년차에서 법안 발의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법안 발의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안이 부실한 경우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나라당 소장파 개혁모임인 ‘민본21’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진 의원은 “법안 발의 건수보다 통과 건수와 의결 건수가 중요하다”면서 “표결처리율은 지난 국회보다 낮다는 것이 18대 국회의 현실”라고 지적했다. 열심히 법안을 발의하지만 국회 파행 속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리의안 중 의원징계 접수 건수가 17대 국회 4년간 37건이었던 데 반해, 18대 국회에서는 1년 사이에 27건이나 됐다. 여야 간 정쟁이 심해졌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18대 국회 1년에 대해서는 ‘의원 개인은 열심히 하였으나 정당 간 대결구도 심화 때문에 정쟁으로 얼룩졌다’는 총평이 일반적이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국회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준비와 열의는 이전 국회보다 향상됐다”면서 “하지만 정당 간 대결이 의원의 의욕을 제약하고 성과를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명지대 김도종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의원들은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서도 “정당에서 당론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100% 출석하면 뭐하냐”고 반문했다. 권영진 의원은 “외부에서 평가를 들으면 18대 국회에서 의원 개인의 성실성과 자질은 좋아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면서 정당마다 당론이라는 틀로 개인의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때문에 당론과 당론이 충돌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18대 국회 더 비정상적·폭력적 운영”
지난해 말 외교통일상임위에서 FTA비준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해머와 소화기가 난무했고, 올해 초 소위 ‘MB악법’을 둘러싸고 국회 본회의실과 로텐더 홀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여권은 일괄적으로 법을 상정해 통과시키려 하면서 야당인 민주당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김도종 교수는 “16대 국회 이후로 국회는 점점 퇴행했다”면서 “17대 국회보다 18대 국회가 더 못하다”고 평가했다. 유창선 박사도 “18대 국회가 17대 국회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선의 강기정 의원(민주당)은 “17대 국회의 4년에 쓴 힘을 18대 국회 1년에 다 썼다”고 비유하면서 “18대 국회는 더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으로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3월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여야 의원들이 멱살을 잡은 채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철훈 기자>

18대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은 곧바로 거대 여당으로 향하고 있다. 유창선 박사는 “여대 야소로 시작했지만 여당이 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야당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정치력 부족으로 무기력한 운영을 했다”고 비판했다. 강기정 의원은 “청와대가 입법부를 좌지우지하려 한 데다 국회의장이 입법부의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8대 국회를 향한 비판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도종 교수는 “20년동안 매회 국회 초선의원이 40% 이상 차지할 정도로 국회가 바뀌었지만 좋아진 것은 없었다”면서 “의회 전체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회 운영 시스템이 옛 시스템 그대로기 때문에 아무리 맑은 물이 들어와도 흙탕물이 된다”면서 “운영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지난달 4월 30일 벌어진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의 본회의 부결을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았다. 여당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이 맞서 결국 법안이 부결된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상임위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면 상임위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민본21에서 정치개혁분야 팀장을 맡고 있는 권 의원은 “국회를 정당의 지배에서 독립시켜 의원 개인의 자율성을 신장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 상시화, 원내지도부 협의 대신 상임위 중심의 국회운영, 법안의 자동상정, 소수당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법안 조정 절차와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권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소수 야당으로서는 선뜻 받을 수 없는 제안들이 있다. 권 의원은 “18대 국회 때는 못하더라도, 우선 법을 개정해놓고 19대 국회에서라도 시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은 18대 국회 3년에 대한 전망 역시 어둡기만 하다. 김도종 교수는 “앞으로 18대 국회는 더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 권영진 의원은 대안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원내 지도부의 생각이 우선 달라져야 하지만 의원 개개인이 국민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구습에 맞서서 혁신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