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4대강 사업비 22조원에서 98조원으로?

각 지자체 예산 요구액 공개… 시행과정서 사업비 증액 우려

7월3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제22차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시·도지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시·도지사들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추진 계획을 들었다. <연합뉴스>

22조원과 98조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당초 98조2932억원의 지방자치단체 요구 예산액에서 마스터 플랜을 확정하면서 22조2002억원의 사업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민주당 강창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올린 4대강 사업 요구액은 모두 98조2932억원이었다. 지자체에서 요구한 예산에서 불과 22.5%만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면서 지자체의 요구에 맞게 예산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부대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새만금·경부고속철도처럼 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당초 예상한 사업비에서 3배가 더 늘어났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실제로 사업에 들어가게 되면 4대강 사업비는 22조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확정한 사업규모는 22조원
국토부가 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는 시·도별 요구 금액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경기도가 20조1564억원으로 요구 금액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북도가 18조239억원, 전남도가 12조65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구시(10조700억원)와 경남도(10억4474억원)는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요구했다. 이 밖에 광주시 6조9409억원, 충북도 6조1113억원, 충남도 4조7362억원, 부산시 4조966억원, 전북도 2조6912억원, 강원도 1조3175억원, 대전시 1조501억원 순이었다.

지난 6월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확정한 사업 규모는 22조원대이다. 본 사업에 16조9498억원, 직접연계사업에 5조2504억원이 각각 투입될 계획이다. 이에 앞서 98조원이란 말이 나돌았다. 건설 전문 일간지인 ‘건설경제’의 5월18일자에서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은 “98조원에 이르는 지자체 요구사업을 토대로 이달(5월) 말 마스터플랜 수립 때 최종 사업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모두 98조원을 신청했음을 처음으로 살짝 언급한 대목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예산 배정도 처음엔 1조4000억원, 조금 지나니까 14조원, 안 그 자체로는 현재 98조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지자체들이 요구한 금액 98조원과 사업 내용을 명쾌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부의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의 관계자는 지난 6월 국회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지자체에서 요구한 금액이 100조원에 달한다”라고 말했을 뿐 각 지자체에서 얼마를 요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4대강과 관련 없는 곳의 교통시설 건설까지 4대강 연관 사업으로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사적 자리에서 “실제적으로 지자체가 요구한 사업을 보면 200조원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예산 따내기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요구가 물의를 빚었다. 당초 4대강 살리기 본부에서 마스터 플랜 확정 때 발표한 낙동강 유역의 보는 모두 8개였지만 나중에 추가로 2개가 더 있음이 밝혀졌다. 안동 하회마을 인근에 세워지는 하회보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자 건설기술연구원의 관계자는 지난 6월 국회 설명회에서 “정부에서는 두 개의 보를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요구해 반영시킨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MBC 100분토론에서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도 이 관계자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자체에서 요구해 받아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이 공개되기도 했다. 충북도는 6조1113억원을 건의해 1조3731억원이 최종 반영됐다고 보도됐다. 강원 지역신문에서는 산출 방식이 달라 4963억원과 1조1088억원 사이에서 반영액에 대한 혼선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경북에서는 5조8000여 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에서는 4대강 살리기의 마스터 플랜 총사업비 16조9000억원 중 34%인 5조8000억원이 이 지역에 집중돼 최대 혜택을 받았다고 홍보됐다. 부산시는 8000억~9000억원, 경남에서는 3조4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각각 배정된 것으로 보도됐다.

지자체별로는 정확한 반영액을 알 수 없지만 강 유역별로 이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4대강 유역별 공사비가 있다. 본사업의 16조9498억원 중 낙동강이 9조7875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절반이 넘었다. 나머지 세 강의 사업비는 한강 2조435억원, 금강 2조4727억원, 영산강 2조6461억원 등으로 비슷했다. 낙동강 지역에 사업비가 많다는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는 별도의 문답식 보도자료에서 이를 언급했다.

낙동강은 다른 강에 비해 길이가 길고 홍수·가뭄 등에도 취약함에 따라 사업 물량이 집중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로는 과거에도 전체 국가하천 정비사업비의 50% 정도가 낙동강에 투입돼 왔다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에도 혹시 ‘고(고려대)·소(소망교회)·영(영남)’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영남 지역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고 싶은 의도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역면적당 사업비를 표로 제시하면서 유역면적당 사업비는 영산강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낙동강에 본사업비 절반 넘게 투입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예산확보 1차전’을 벌인 전국의 시·도 지자체는 내년 예산 배정을 앞두고 또 다른 ‘예산확보 2차전’을 벌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면서 기존에 계획된 사업의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대강 예산을 우선 따놓고 지자체 지역내 다른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또 다른 ‘예산전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이 삭감되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

그러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벌써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4대강 예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야당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도로와 철도 등 민생과 직결된 SOC 예산에 대한 삭감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2012년까지 지속된다”면서 “경제위기 극복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도로·철도에 대한 예산은 삭감하면서 국민과 전문가들로부터 예산 낭비와 환경파괴라는 비판을 받는 4대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