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대선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집토끼를 지키고 산토끼를 잡기 위한 유력 대권주자들의 이미지 메이킹이 분주하다. 유력 대권주자들은 고유의 이미지를 강화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지지층을 확대해나가려 한다. 유력 주자들과 달리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산토끼를 잡기보다는 집토끼를 결집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이미지 변화는 절박한 과제다. 7월 9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는 49.2%로 44.9%를 얻은 안철수 원장을 앞섰다. 박 후보가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안정권이라고 불리는 50%로 진입하기에는 1%가 부족하고 2위와의 지지율 차이도 크지 않다. 여권에서 실질적인 경쟁자가 없는 만큼 박 후보의 지지층은 이미 결집된 상태다. 박 후보로서는 중·장년 및 보수층을 넘어 청년 및 중도층으로까지 지지층을 확장해야 한다.

7월 10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식을 마친 후 지지자들 속으로 들어가 손을 흔들고 있다. | 서성일 기자

고정 이미지 탈피 지지층 결집 노력
지난 7월 10일 박 후보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통의 상징인 광장에서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고 젊은층으로 지지층을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당초 캠프 내에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학로를 출마 선언 장소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후보는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모티콘으로 젊은 감각에 호소하거나 젊은이들을 일부 행사에 동원 배치하는 등으로 젊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의 출마 선언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4000여명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이 박 후보에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원칙’ ‘약속’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었다. 한 지지자는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출마선언장 한편에 전시해 놓았다. 70대의 한 지지자는 박 후보를 보기 위해 전날 강원도 춘천에서 올라왔다. 그는 박 후보의 이미지를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표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원칙’이라는 것은 사실 젊은층에게 다가가는 데 장애물이다. 젊은층은 ‘원칙’보다는 ‘유연함’을 선택한다. 장기적으로 누적돼온 것이 이미지인데 이것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본인보다는 측근을 통해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이상돈 정치발전위원,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을 주변에 배치하는 이유는 개혁적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박 후보는 이들을 통해서 ‘보수’에서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 ‘젊은 보수’로 이미지 변화를 꾀해 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후보는 정책이나 콘텐츠와는 별개로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등장시켜 변화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후보의 이미지는 후보의 앞에, 옆에 누가 서 있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측근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하는 것은 전통적인 이미지 정치 중 하나다. 1997년 DJ-JP 연합이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친노 딜레마’가 있다. 친노 이미지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반면, 강한 친노 이미지가 지지층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측은 친노 이미지를 부정하기보다는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의 TV광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등장시킬 생각도 있다.

문재인이 노무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해서 친노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갈 수는 있었도 밟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참여정부의 공과를 함께 짊어지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후보가 친노 이미지를 계속 끌고가는 것은 득이 안 된다고 본다. 똑같은 드라마를 두 번씩 보여주겠다는 건데 본인 고유의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 이미지로는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문 후보 측은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로 이미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비슷하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이 지지층을 나눠서 갖고 있는 꼴”이라며 “향후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서 세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의 유사한 이미지를 강조해 친노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서고 안 원장과의 연대로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미지 거품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유력 주자들과 달리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산토끼를 잡기보다는 집토끼를 결집시키는 게 관건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한 이미지 메이킹의 사례로 평가된다. 신율 교수는 “슬로건은 후보자 원래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은 중도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했기 때문에 후보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고 회자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만일 중도 이미지가 아닌 다른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을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회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정책이나 콘텐츠와 무관한 이미지 정치가 결국 후보 본인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내용 없는 이미지는 거품이 되어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미지로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안철수 원장도 ‘이미지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안철수 원장은 신비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에 따라 지지율이 춤을 춘다”고 말했다.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도한 이미지 정치가 내용 없는 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철희 소장은 “미디어 시대라서이기도 하지만 유력 주자가 없기 때문에 이미지 정치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 빨리 성과를 보려는 조바심 때문에 이미지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이나 내용이 왜소화·형해화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