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대선주자들의 주거정책 공약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여야가 내세운 주택공약은 대동소이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주택공약의 중심에 내걸었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뉴타운 열풍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주택 매매와 관련한 공약보다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었다. 이는 주택정책사에서 의미있는 변화다”라고 말했다. 대선국면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우스푸어, 전·월세 대란, 가계부채 등 주거 불안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주택정책을 다루는 패러다임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소유’에서 ‘거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주택정책의 제1 공약으로 서민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들었다. 대선후보들의 주택정책이 아직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것은 아니나 각 후보 측은 당에서 내놓은 총선 공약과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과 마찬가지로 대선에서도 후보들 간의 주택정책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캠프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주택부문에서는 이미 양당이 수렴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어느 후보든 더 이상 황당무계한 정책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현재 부동산시장에 커다란 파도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튀는 정책은 오히려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부터) | 국회사진기자단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약 72만호로 총주택의 약 5% 비중에 해당한다. 이는 유럽과 미국이 20~30%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2018년까지 임대주택 120만호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후보는 8월 22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들이 많아져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2만호씩 건설, 중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중점
‘소유’에서 ‘거주’로 주택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안정적 거주를 위한 전·월세정책도 제시되고 있다. 2010년 이후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전세수요가 급증하고 이는 다시 전·월세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여야는 공통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전·월세 가격 급등지역에 제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전·월세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 경우 그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초과 인상을 금지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도 ‘공정 전·월세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별로 집의 평형이나 여건 등에 따라 표준 전·월세를 산정해 이를 전·월세의 표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역별 표준임대료를 산정해 임대료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임대료 인상률은 매년 5% 이내나 물가상승률 중 낮은 비율로 정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전·월세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임대등록제’가 먼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수현 교수는 “등록이 되어야 규제도 지원도 가능하다. 현재 임대사업용으로 등록된 비율이 5%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임대등록제는 모든 임대차 관계를 투명하게 해 전·월세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해 주택을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한 정책도 제시됐다. 주택바우처제도가 대표적이다. 주택바우처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전·월세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OECD 국가의 대부분이 실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주택 저소득층 14만 가구를 대상으로 월평균 11만5000원을 지급하고 연차적으로 혜택을 받는 가구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김두관 후보 측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수당 지급을 검토 중이다. 저소득층 전·월세 가구를 대상으로 20만원까지 주택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주택마련 자금 지원정책도 제시
주택마련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박근혜 후보는 8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이 굉장히 힘들지 않느냐”며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게 부담없이 마련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지원은 전세자금의 이자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가 8월 14일 발표한 ‘무지개 신혼주택 100만호 무상융자’ 정책이 대표적이다. 신혼부부들의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 전부 혹은 일부를 무이자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융자금액은 가구당 4000만원으로 최대 6년까지 지원된다. 매년 20만 가구씩 5년간 100만 가구로 늘려 결혼을 앞둔 200만명에게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 박민규 기자

‘거주’와 ‘복지’의 관점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주택은 고가의 상품인 만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 확충만 해도 이제껏 LH에서 담당을 해왔다. LH 부채의 상당 부분이 공공임대주택 건설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LH 외에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국민주택기금으로 전환해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 정서상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기는 어렵고,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목표 수익률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국토해양부와 같은 관료조직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에서는 주거 불안정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표를 의식할 필요 없는 정부 조직은 여전히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DTI규제 완화도 여전히 주택을 ‘공급’과 ‘개발’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조명래 교수는 “정치권과는 달리 실제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는 여전히 안 움직이고 있다. 공공주택 보급 등 주거복지는 여전히 인색하다”고 말했다. 주택의 패러다임이 ‘공급’에서 ‘권리’로, ‘개발’에서 ‘복지’로 바뀐 만큼 국토부의 기능 중 일부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