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수장학회 ‘감사’ 전혀 문제없었다?

서울시교육청 법적 강제력 낮아 형식적 실태조사 가능성…“투명성 보증 못해” 지적

“(정수장학회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감사까지 진행했지만, 전혀 문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운영돼 왔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언급한 서울시교육청 감사는 정확하게 말하면 실태조사다. 지난 2월 전국언론노조는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공익법인 이사장의 법적 상한선(8000만원)에 맞게 연봉을 받는지를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실태조사는 7월 26일에서 30일 사이에 3일간 진행됐다. 8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은 실태조사 결과 경미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장학회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0월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했다. | 서성일 기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수장학회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수장학회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의 관리·감독 기능이 법적·제도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태조사는 공공감사와는 달리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주무관청의 권한이 낮다. 일례로 공공감사의 경우 감사에 불응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와 같은 민간단체를 실태조사할 때는 감독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법적 권한이 낮은 만큼 형식적인 조사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수장학회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팀의 관계자는 “실제 현장을 가서 회계서류나 전반적인 관련 자료나 장부를 요구했고, 이를 넘겨받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실태조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7년만에 3일간 실태조사 실효성 의문
지난 7년 동안 정수장학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없었다는 점도 이번 실태조사의 결과가 정수장학회의 투명성을 보증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번 정수장학회 실태조사는 2005년 이후 7년 만이다. 공익법인의 관리·감독 규정에는 정기적인 실태조사에 대한 의무가 없다. 지난 7년 동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3일 동안의 실태조사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2005년 실태조사 결과, 당시 박근혜 이사장에게 지급되는 1억3200만원의 연봉이 과다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시정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후임자인 최필립 이사장의 2010년 연봉은 1억7000만원으로 2005년보다 오히려 30% 넘게 인상됐다. 주무관청이 실태조사를 한 후 문제점에 대한 시정을 권고해놓고 7년 동안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팀 관계자는 “이는 권고이지 법적 규제사항이 아니다. 법적 사항이 아니라서 처벌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최필립 이사장의 연봉이 지적사항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올해 초 법이 바뀌어 공익법인 이사장 연봉은 연간 8000만원 이상 받을 수 없게 됐는데, 최 이사장 또한 올해부터 법정 상한선에 맞게 연봉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7년 만에 하는 실태조사라면 2005년 실태조사 이후의 모든 기간이 조사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익법인의 관리·감독에 허점이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공익법인을 관리·감독하는 법이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배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공익법인 주무관청의 지도·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공익법인의 감독기구는 주무관청 이외에는 다른 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무관청의 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익법인 관리·감독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