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끝났지만 사활을 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들 사이의 혈투다. 2012년 하반기 갑자기 우파인터넷의 중심으로 떠오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약칭 일베)를 두고 여타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편집자 주>
대선을 5일 앞둔 20012년 12월 14일 새벽. ‘유머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맨날 산업화한다고 설쳤는데 막상 농업화 당해보니 기분이 어떠니?” ‘도배’다.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이날 커뮤니티 전쟁 상황은 다른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생중계됐다. 반(反) 일베 연합전선을 편 커뮤니티 목록에는 대부분의 유명 온라인커뮤니티가 망라되어 있었다. 이날 연합군에 참여한 커뮤니티 리스트엔 심지어 ‘패륜’의 아이콘으로 종종 거론되는 ‘소라넷’까지 이름을 올렸다. 일베 사용자들의 지원요청에 대해 일베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 유저가 남겼다는 댓글도 화제를 모았다. “형이 보기엔 너희들도 한번쯤 당해봐야 해.”
이날 치러진 ‘전쟁’엔 ‘일베대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들이 쓴 ‘농업화’라는 표현은 평소 일베 사용자들이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 ‘댓글 전투’를 벌이거나 ‘도배’를 할 때 쓰는 말인 ‘산업화’를 빗댄 말이다. 이날 ‘일베대첩’을 주도한 곳은 축구커뮤니티 ‘아이러브싸커(알싸)’였다. 왜 일베는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비슷한 시점에 페이스북엔 ‘너 일베충이니?’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페이지 사용법은 이렇다. 온라인에서 ‘운지’, ‘~하盧’, ‘산업화’, ‘좌좀’, ‘전땅크 부릉부릉’ 등의 ‘일베어’를 쓰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을 붙여 ‘너 일베충이니’ 페이지로 소환한다. 페이지에는 저런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며, 이른바 ‘일베충’이 일으킨 해악사례가 뭔지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페이지 개설자는 <주간경향>과 메신저 인터뷰에서 “‘어쨌든 (일베가) 재미있지 않느냐, 잘못된 부분은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식의 주장이 왜 문제인지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일베의 주사용 층인 고등학생부터 대학생층이 이미 극우적인 유머 코드를 일상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캐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든 페이지”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안티일베충’ 어플을 개발한 신석호 레드토네이도 대표(29)는 “일베에서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갖는 것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식에 벗어나는 비도덕적 내용이 올라오고 그것을 추천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장려되는 풍토에서, 일베에 올라간 일부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한 지 일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2012년 일베 돌풍, 이유는?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역사는 길면 199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이나 영화, 스포츠, 팬클럽, 미용 등으로 구분되는 이들 커뮤니티가 ‘정치화’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민주주의의 역진을 목격하며 이들은 각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대다수 커뮤니티에서 이 성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도 주목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해외야구커뮤니티인 MLB파크에 인증 글을 남겼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TV토론에서 밀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조롱과 패러디가 넘쳐났다. 대선 막판 터진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 대선이 지나고 난 다음 국정원 여직원이 ‘특정 대선 후보와 관련한 활동을 한 곳’은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오유(오늘의 유머) 게시판이었다.
그렇다면 보수우파는? 랭키닷컴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대선시기, 다른 커뮤니티의 접속자 수도 상승했지만 특히 급성장한 것은 우파성향의 유머사이트 일베였다. 2012년 초 월간 일평균방문자 수가 72만 6천명이었던 일베는 그 사이 오늘의유머, SLR클럽(사진동호회)를 제치고, 최대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절반 정도 접속자 수(219만 명)가 늘어났다.(표참조)
일베의 성장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일베를 수개월간 연구했다는 한 여대생의 ‘일베보고서’가 각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여성을 부르는 말이었다. (중략) 모든 여성은 보×(여성성기의 속어)로 불린다.” 일베사용자에 대해 ‘일베충’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박멸대상이라는 것이다. 인터넷하위문화연구서 <우리는 디씨>를 낸 이길호(서울대 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씨에 따르면 일베충 이전에 ‘정사충’, ‘막장갤러’를 둘러싸고 그런 논의가 있었다. 정사충은 정치사회갤러리 사용자들을 지칭한 말이었다. “반농담으로 이들을 게토화 전략이 논의되었다. 이들이 서식하는 곳을 폭파시키면 바퀴벌레처럼 밖으로 기어 나와 오염시키기 때문에 안정적인 서식처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베에 모인 사용자들은 스스로를 두고 ‘병신’이라고 지칭한다. 일베 논리로 그 반대는 ‘씹선비’다. 씹선비는 항상 도덕적으로 옳은 소리를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름’(이른바 “PC함”)에 집착하는 경향을 두고 말한다. 일베 사용자들은 다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오유) 사이트 사용자들이 좌좀(좌익좀비)+씹선비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 하필이면 오유였을까. 앞의 ‘너 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MLB파크, 클리앙, SLR클럽 등은 운영도 팍팍하고 이용자 연령도 꽤 높아 소위 ‘산업화’ 작업이 어려우며, ‘여성시대’ 등은 폐쇄적인 여성 커뮤니티라서 아예 진입 자체가 어렵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이용자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고 서비스 접근도 쉬운 오유를 가장 만만한 상대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베 vs 온라인커뮤니티 대전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베 일각에서 제기된 말이 ‘행게이’, 이른바 ‘행동하는 일베 게시판 이용자’다. 인터넷 사용자들을 ‘보수우파’로 바꾸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산업화 전사’들을 말한다. 디시인사이드 유저였다가 약 1년 전부터 일베의 성장을 지켜봤다는 일베 닉네임 춘풍(24·대학생)은 기존보수와 ‘일베’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영상 패러디를 기막히게 잘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누가 이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서 고용해서 작업을 시켰다면 그 결과물이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하게 재미로 만든 것과 같을까. 내 생각에는 그 퀄리티는 후자가 훨씬 높다. 일이 아니라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우파 팟캐스트 ‘떡볶이 수사대’ 제작자 대학생 황교영씨는 “일베의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적어도 젊은 층에게 정치에 대한 흥미를 일으켰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베의 ‘산업화 작업’에서 주무대는 네이트·네이버 뉴스 댓글, 그리고 네이트판이었다. 네이트판에서 활동은 댓글 ‘전투’와 함께 보수 후보, 즉 박근혜 후보에 유리한 글은 추천하고, 불리한 기사는 비추천을 주는 방식이었다. 대선 기간 내내 일베의 게시판에는 “네이트판 산업화 지원 요청”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른바 다른 커뮤니티 ‘산업화’도 시도했다. 야권지지성향의 글에 그동안 일베 게시판에 축적해놓은 반박자료를 퍼와 댓글로 다는 방식이었다. 다른 커뮤니티 산업화는 성공했을까.
실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뉴비’(신참자)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다. 일베게시판에 오른 ‘추억은방울방울’이라는 사용자가 올린 그림은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오유사용자였던 만화의 주인공은 일베를 비판하러 게시판에 들어왔다. 그런데 웬걸, 재미있는 것이다. 갈등하던 그는 일베인으로 변신을 결심한다. 오유인으로서의 정체성? 비상을 대비한 변장술 도구로 남겨둔다. (그림 참조)
다른 커뮤니티를 도발할 때 일베 사용자들은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 이들은 한참 다른 커뮤니티에서 분란을 일으키면서 “오유에서 왔습니다!”와 같은 글을 남긴다.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믿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일베인이라는 것을 서로 알리는 암구호를 썼다. “엣헴 에헴.” ‘씹선비질을 하는 오유인’이라는 표식이다.
사실, 일베와 오유의 대립과 비슷한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다는 것이 인터넷 하위문화 연구자 이길호씨의 설명이다. “바로 디시인사이드와 웃긴대학(웃대) 사이의 대립이다. 이들의 갈등은 특정한 유행, 자료의 기원이 자신이며 상대방은 표절이라는 주장이라는 식으로 시작됐는데,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오유와 일베 사이의 갈등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분란이 계속되자 오유의 운영자(바보)가 “일베에서 자료를 퍼오거나 언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냈다. 그래도 분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베의 만행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커뮤니티들이 연합해 나선 게 지난해 12월에 벌어진 온라인커뮤니티 전쟁이다. 도배에 이어 디도스 공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일베 사이트는 다운되지 않고 버텼다.
음모론이 나왔다. 일베 운영자가 밝힌 대로 정말 40G(기가)의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면, 막대한 재원과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하지 않고서는 버티기란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정당이나 모 기관과 같은 배후세력이 일베의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 이 설은 주로 진보성향 커뮤니티에서 득세했다. (하단 박스 기사 참조)
일베, 새로운 우파의 탄생?
일베를 어떻게 봐야할까. 지난해 ‘새로운 우파 출현의 징후’를 다룬 책 <우파의 불만>을 다른 저자들과 함께 펴낸 박권일 계간 <자음과 모음R> 편집위원은 일베를 두고 ‘네오라이트의 탄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베 사용자들이 자기 학생증을 인증한 이른바 ‘인증대란’ 사건을 두고 “그것은 곧 ‘우리가 민중이며 엘리트’라는 것이며, ‘가장 억압받았지만 가장 강력한 노동계급’이라는 좌파의 어법에 조응한다”고 밝혔다.
박위원은 “개인적으로 일베사용자는 중간계급이나 몰락한 중산층이거나 그 자녀이지 않나하는 가설을 갖고 있다”라며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불만을 과거 민주화운동세력이나 친노 탓으로 전가하거나, 노무현 정권 시절 양극화로 만들어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비난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을 갖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은 비슷한 일본의 익명기반 커뮤니티 ‘2ch’이나 ‘니코니코 동화’에 포진하는 ‘넷우익’을 닮았다. ‘자이니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본사회의 소수자인 재일동포나, 그를 옹호하는 일본민주당이 일본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위원은 “일베같은 사이트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학생운동이 몰락한 지금, 우파건 좌파건 인터넷이 의식화의 공간이 되면서 이를테면 ‘아크로’나 과거 ‘진보누리’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의식화의 학교 역할을 할 것이며, 그에 따라 종전까지의 인터넷이 진보의 아성이었다면 앞으로는 보수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극심한 인정투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디시인사이드 등 ‘서브컬쳐’를 연구해온 이길호씨는 “박씨의 전망대로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라며 “극단적인 평등주의와 콘텐츠에서 극우적 국가주의가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종적인 방향성이 극우로 결정된다면 연구자로서 상당히 당황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씨는 “외부에서 보면 반사회적으로 보이지만 거기에서도 작동하는 법칙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패드립(패륜적인 생각이 담긴 글을 올리는 것)이나 ‘색드립’ 같은 것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른바 ‘주작’(조작 증명)이라고 해서 검증하는 등의 최소한의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내부에는 나름대로의 사회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베가 과연 무엇이냐하는 정체성이 결정된 바 없다는 것이다. 외부와 내부의 차이에 의해서, 전쟁을 통해 정체성은 만들어진다.”
어떻게 본다면 오유는 일베의 거울이다. 서로는 상대방 안의 타자다. 앞의 일베 사용자 ‘추억은방울방울’의 다른 만화를 인용해보자. 일베가 무엇하는 곳인지가 궁금해 담벼락을 넘겨본다. 그런데 다른 선비차림(=오유) 인사가 그를 담벼락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일베충!”이라고 규탄한다. 일베라는 정체성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낙인찍혔다는 것이다. 다른 커뮤니티가 일베 등에 의해 이른바 종북, 좌좀으로 낙인을 당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다른 커뮤니티 사용자들에게 일베 사용자는 대화가 가능한 대상일까. 앞의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는 “솔직히 피로감을 느낀다”며 “그들이 바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시각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각심을 갖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윤은호씨(인하대 문화경영학과 박사과정)는 “사실 일베의 경우 ‘대한민국이 옳으니 좌빨은 틀렸다’는 식의 폭력적인 진영논리만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적 담론형성 규칙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평론가 허지웅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그런 견해를 생성하는 데 소위 민주개혁세력의 실패에 따른 피로감이 많이 작용했고, 지금도 이른바 당위의 방식으로만 움직이는 이른바 ‘깨시민’(깨어있는시민)들이 보수와 진보의 중간층에 주는 피로감의 총량을 놓고 보면, 역시 더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은 깨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길호씨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일베를 일베충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미 비인간이라는 것이다. 일베를 혐오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벌레로 규정하는 순간 모든 가능성을 닫겠다는 것이다. 이건 일베 쪽도 마찬가지다. 좌좀으로 규정하며 ‘너 홍어지!’ 식으로 이야기할 때 더 이상 대화는 불가능하다.”
2013년 1월, 온라인커뮤니티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보수정권 5년 후, 2018년1월에 커뮤니티 지형도를 다시 그려본다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부터의 각자의 변화 노력에 달려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의 특징 중 하나는 운영자의 개입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표운영자의 일베 닉네임은 ‘새부’다. 과거 트위터 등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새부는 ‘새침부끄’를 줄인 이름이다. 일베는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을까. 시작은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갤러리(코갤)이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1대 운영자는 ‘모에명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코갤러(코미디 갤러리 사용자)였다. 디시인사이드의 운영자들이 코갤에 올라온 이른바 ‘패드립’, ‘색드립’에 해당하는 글을 삭제해 사라지기 전에 외부서버에 별도로 저장하는, 말하자면 임시저장소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일간베스트저장소’였다. 모에명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사비를 털어 넣어 코갤에서 소위 ‘네임드’(저명한 사용자)가 되었다. 2대 운영자는 SAD라는 닉네임 사용자다. SAD가 2010년 입대를 하면서 운영권을 넘긴 이가 지금의 ‘새부’다.
일베의 현재 운영진은 새부와 기지(기술지원), 운지(운영지원) 등을 포함 모두 4인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너 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프로그래밍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새부가 시스템을 아주 튼튼하게 구축해놓고 액티브한 사이트를 만들어 지금의 일베를 일궈냈다”라며 “흔히 일베를 유머사이트로 분류하는데 현 운영자 ‘새부’가 이 사이트를 받은 뒤에는 명백하게 ‘정치포럼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그 극우적인 정치적 코드가 유머와 같은 연성 콘텐츠로 희석되고 정당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농업화 사건’ 후 일베의 운영진들은 공지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불법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컨텐츠 방향에 되도록 참여 안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사이트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2012년 12월 15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당 및 정보기관 관련설에 대해 “평생 연락조차 취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40G 디도스 트래픽을 막은 것으로 보아 서버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헝그리 정신으로 사이트를 키워왔으며, 종종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버 작업도 해왔다. 돈 보다는 노력으로 서버를 최적화하고 있으며, 그 누구에게도 서버나 자금의 지원을 바란 적이 없으며, 그 누구도 일베저장소에 서버나 자금을 지원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베는 콘텐츠관리시스템 XE(엑스프레스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다. 아래 사진은 XE 쇼케이스에서 일베 운영진이 공개한 서버구성 현황이다. 쇼케이스 인터뷰에서 일베 측은 “운영진 4명이 대체로 일주일에 한번 꼴로 새벽 4시까지 작업하며 끝 없는 서버 확장과 사이트 업데이트로 주말에도 쉬지 않고 보통 작업한다”며 “현재 광고비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규모가 되었고, 서버 호스팅이나 기타 호스팅을 사용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직접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운영하지 않았다면 비용 문제로 이미 망했거나 성장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베측은 또한 “일베저장소 정도의 규모가 되면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끝없는 해킹 시도”라며 “지속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며 패치를 적용해야 하고, 혹시 보안 구멍이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서버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또한, 로그를 최대한 많이 남겨서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에 빠르게 추적해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들의 운영 노하우를 밝혔다.
디씨의 ‘히트갤러리’와 일베의 ‘일간베스트’
일베의 공지 글을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보통의 일베 사용자들이 모든 존칭을 생략하고 서로 반말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베의 운영진들은 모든 공지 글에서 존댓말을 쓰고 있다. 운영에서 눈에 띄는 특색은 운영자의 개입을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히트갤러리’의 게시글 선정은 운영자가 직접 하고 있다. 특히 디시인사이드나 대표 김유식씨와 관련된 글은 거의 대부분 히트갤러리에 등록된다. 그러다보니 ‘이딴게 힛갤 ㅋㅋ’과 같은 시비가 항상 따라붙는다. 일베가 디시인사이드 등 외부 ‘일일베스트’ 저장 대신 자체적으로 일일베스트를 선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뒤, 이 일베선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시스템의 개선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새로 일베에 선정되는 글을 팝업창으로 알리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일베의 일베시스템은 두 가지다. 전체 게시판에서 올라가는 ‘일베’와 정치게시판 게시글 중 많은 추천을 받은 게시 글이 올라가는 ‘정치일베’다. 일베닉네임 ‘춘풍’은 “보통 일베에 올라갈려면 20여개의 ‘일베로!’ 추천을 받아야 하며, 정치일베는 12개에서 14개 사이의 추천을 받으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베닉네임 ‘늘근으새’의 직업은 의사다. 그는 “정치일베에 글을 올리는 일게이들은 주로 고학력 전문가 층이고 그를 받아 ‘짤게’에 올리면 온라인상으로 퍼지게 하는 화력지원은 ‘짤게이’(짤방게시판에 주로 모이는 일베 사용자들)들이 한다”며 “운영자인 새부가 “재미만 있으면 운영자를 비롯해 누구를 희화화해도 상관없지만 재미가 없으면 밴(사용금지)”라고 말한데서 보이듯, 일베에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재미’”라고 말했다.
‘재미’는 기자가 이번에 접촉한 일베 사용자 대부분이 거론한 것이다. DJ 얼굴에 딜도(여성용 자위행위기구)를 합성해 움직이는 동영상을 만드는 것은 DJ를 존경하는 사람에게는 모욕적인 그림이지만 일베 사용자들에게는 그 ‘병신같은 생각’ 자체가 유머로 보인다. 컴퓨터를 전공한 대학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운영자 새부는 일베 사용자들에게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묘사된다. 12월경부터 이들은 스스로를 지칭할 때 ‘끼릭끼릭’이라는 의태어를 사용한다. 휠체어를 손으로 끌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병신스러움을 인정한다. 그런데 너희는 뭐냐”는 것이 일베 사용자들이 일베 밖 세상을 바라볼 때 보는 시각이다. 즉 일베 사용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권위, 도덕,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안티테제다.
이들의 시각에서 그런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소위 좌파진보세력이다. 말로만 민중과 서민을 이야기하면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점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의 책임’을 말하는 보수보다 훨씬 위선적이라는 시각이다. ‘늘근으새’는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도 종북이라는 점을 빼놓으면 개인적인 정치성향은 민노당에 가깝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빵살이(감옥살이)가 훈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일베의 여론이다. 진보좌익이 당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한편, 모채팅 사이트를 개발한 임상의가 일베 핵심운영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근거는 세 가지다. 일베에 붙어있는 해당 채팅사이트가 일베의 서버에 직접 설치가 되어 있다는 점, 두 번째는 12월까지 해당 채팅사이트, 그가 개발한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일베의 구글애드센스 아이디가 동일했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일베와 마찬가지로 그가 공개소프트웨어 XE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듈의 코딩이 유사하다는 점 등이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비슷한 의혹제기가 나왔는데, 대부분 현재 삭제되었다. 진실은 무엇일까. <주간경향>은 사실 확인을 위해서 여러 경로로 이 임상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그로부터 회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