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민주당 486’ 불신 털고 비상할 수 있을까

당내 모임 ‘진보행동’ 전체회의·토론회 개최 예정… “새로운 모색과 행동 필요한 때”

지난 2월 14일 민주당 내 모임인 ‘486 진보행동’ 운영위원 10여명은 모임을 가졌다. ‘진보행동’은 민주당 내 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인 486 정치인들이 주축이 되어 2010년 11월에 출범시킨 모임이다. 우상호·이인영·김현미·박홍근·유은혜 의원 등 국회의원 20여명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주요 회원이다. ‘진보행동’은 2월 말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모임의 진로를 논의하고, 3월 초에는 486 정치를 중심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보행동’의 박홍근 의원은 “국민들과 동세대가 486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직시하고 새로운 모색과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486으로 불리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진보적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공론화해보자는 것”이라고 토론회의 기획 취지를 밝혔다.

2010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진보행동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대선 패배이후 당 안팎 싸늘한 시선 반영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내 486 세력 또한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86 대표주자인 이인영·우상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각각 공동선대본부장과 공보단장을 맡았다. 대선 캠프에서 핵심 직책을 맡은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486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이 싸늘하다보니 486 또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됐던 이인영 의원은 현재 출마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월 12일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향후 1년간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내 486세력이 비판을 받는 것은 단순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에서 당권을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간의 싸움이 한창이지만, 과거처럼 ‘486이 나서달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 이상 486을 민주당의 대안·개혁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486이 정치권에 처음 등장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피 수혈론’을 들고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486이 제도정치권에 등장한 지 이미 10년이 넘은 셈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486은 개혁에 대한 기대를 받고 정치권에 등장했다. 시대적으로 정치적 특혜를 받은 셈”이라며 “그러나 이제껏 정당 민주주의나 민주당 개혁을 위해 특별히 한 일이 없다. 오히려 언제나 주류로 진입하려고만 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486이 개혁적 이슈에 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힘을 실어준 적이 없다. 참여정부 당시, 분양원가 공개나 한·미 FTA 문제 등이 불거질 때도 언제나 당내 주류의 목소리를 따라가거나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 10년간 486이 당내 정치적 지분만 확장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민주당 비주류 측 관계자는 486을 ‘당권파 연합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486은 언제나 당의 중심에서 당권파와 결탁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사이 486은 정세균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한명숙 전 대표 등 당의 중심 권력과 함께 했었다는 비판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한명숙 전 대표가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서 ‘친노와 486의 결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손학규 대표 때 최고위원을 지낸 이인영 의원은 당시 손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486이 당의 주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만큼 현재 민주당의 위기와 지난 총·대선 패배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언제나 당권파와 결탁 비판 받아
하지만 486 내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486측 관계자는 “486 중에서 본인들이 당직을 맡겠다며 나서서 맡은 사람은 별로 없다. 486이 지도부나 당대표를 뒷받침하는 실무적인 중간 역할들을 한 것이고, 권력의 정점에 서서 권한을 행사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486 중에는 당의 필요 때문에 맡고 싶지 않은 당직을 억지로 맡았던 경우가 많다. 이는 민주당의 전체적인 문제이지 486이 지난 총선의 공천잡음 때나 대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좌지우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486이 개혁적인 ‘독자 세력화’의 길을 가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486에게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486은 공통된 정치노선이나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는 가치공유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486이라는 정치집단은 사실 실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민주화 운동을 했고, 현재 40대라는 연령적 공통점 외에 다른 정치적 이념이나 내용을 공유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내에서 486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의원들은 이인영·우상호·오영식·최재성·김태년 의원 등이다. 이들은 현재 민주당에서 각각 다른 계파나 정파로 분류되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정세균계, 이인영 의원은 민평련(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끈 민주평화국민연대) 그룹, 김태년 의원은 핵심 친노로 분류된다.

한때 486이 당의 중심세력과 결별하고 ‘독자 세력화’를 모색했던 시기도 있었다. 2010년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한 486은 ‘하청정치’를 끝내고 ‘우리 세대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486의 계획은 전당대회가 치러지기도 전에 좌초됐다. 당시 최재성 의원이 단일화에 불복하면서 486 후보간 단일화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당시 최 의원의 단일화 불복에 대해 최 의원과 가까웠던 정세균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2010년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만 해도 무상급식·무상보육을 내걸고 486이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것이 좌초되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권력이었던 친노와 486이 결합하면서 486은 아무런 정치적 내용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486진보행동’의 박홍근 의원은 “486은 그동안 선배 그룹과의 짝짓기를 통해서 뭔가 해보려는 양상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홀로서기나 독자적인 노선을 감행하고 시도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라며 “그간의 한계도 있지만, 486은 진보적 가치나 대의적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