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중교통 택시’ 시동 걸자마자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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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회 통과한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시사… 업계 비상총회 열어 운행중단 결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택시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월 17일 서울 강남구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비상대책회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대중교통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와서다.

택시업계의 결론은 운송 거부였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이날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30만 택시 가족이 참여하는 비상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다”며 “비상총회가 열리면 그날부터 운행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힘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얘기였다.

서울 중구 통일로 거리에 손님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 홍도은 기자



택시업계 숙원, 선거 때마다 불거져
대중교통법은 택시를 버스와 함께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날인 12월 31일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55명이 표결에 참여해 222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5인, 기권 28인이었다. 찬성률이 80%를 넘은 압도적인 통과였다.

D-데이는 1월 22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대중교통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했다. 업계는 국무회의 전날인 1월 21일 한 차례 더 비상대책회를 갖기로 했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만드는 것은 택시업계의 10년 숙원이었다. 정치권은 매번 선거를 앞두고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만들겠다고 공약을 해놓고도 선거만 끝나면 물러섰다. 2007년 이명박 후보도 그랬다. 그해 10월 24일 서울 당산동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그는 “옛날에는 택시가 고급교통수단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자가용이 1600만대가 보급된 지금은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냐 고급교통수단이냐를 한 번쯤 생각할 때가 됐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는 택시가 이 시점에서 고급교통수단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자가용이 1000만대를 넘어가는 지금은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런 관점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장이 같이 협조해야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도 공염불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대중교통법 개정은 유야무야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택시업계는 다시 뭉쳤다. 야권 후보가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17대 대선과 달리 여야 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였다. 택시업계 종사자 3만여명은 지난해 6월 20일 서울광장에서 모였다. 이날 업계는 정부에 5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①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해주고 ②LPG 가격을 안정시켜주며 ③택시 연료를 다변화할 수 있게 하고 ④택시 수를 줄이는 데 보상을 해주며 ⑤택시요금을 인상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한 표가 궁했던 여야 의원들은 관련법을 쏟아냈다. 택시업계의 ‘달리는 표심’을 의식해서다. 9월 18일 노웅래, 최봉흥, 이명수, 박기춘, 이병석 의원이 제출한 대중교통법안 5건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다. 모두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포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11월 22일 버스업계는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업계 측은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 될 경우 버스업계의 지원금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11월 15일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를 통과했고 21일에는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재정부담을 우려해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해양부 장관이 적극 반대했다. 버스업계는 국토해양위원들에게 건의서와 탄원서를 잇달아 올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는 11월 22일 본회의 상정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까지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예산안과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정부가 택시 지원하면 서비스 개선될까
정부는 부랴부랴 ‘택시산업발전종합대책’을 내놨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것을 제외한 4가지 모두를 들어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업계는 거부했다. “더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노조 측에서도 강력히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해 운영도 해봤지만 결국은 택시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더라”며 “노조가 중심이 돼 앞장섰고, 사측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택시운전 노동자들에게는 실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대중교통법 개정안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택시업계의 요구가 업계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업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해 첫날 국회 본회의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킨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 연합뉴스


실제 잦은 승차 거부, 불친절 등으로 승객들의 불만은 이미 높다. 특히 대중교통법이 이슈가 됐던 지난해 12월 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이날 밤 많은 택시들이 도로로 나오지 않거나 심한 승차 거부를 하면서 분통을 터트린 승객들이 많았다. 택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코스를 다니면서 승객을 차별하지 않는’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이 될 수 없다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민주택시노조연맹 측은 “우리로서는 시점이 참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는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삭감된 국방비를 대중교통법과 연결짓는 ‘황당한’ 언론 플레이도 나왔다. 국토부는 대중교통법 통과에 따른 지원액 규모를 부풀렸다. 대중교통 환승할인, 통행료 인하, 소득공제, 버스전용차로 진입, 준공영제(영업손실 지원), 공영차고지 지원, 차량시설 지원 등을 해주면 연간 1조원가량이 택시업계에 지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현행 지원되는 LPG 유류세 면세, 자동차 취득 관련 세금 감면 등 8247억원(2011년 기준)과 합치면 최대 1조9000억원가량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버스 지원(1조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택시업계가 ‘돈먹는 하마’처럼 비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대중교통법이 통과됐지만 정부가 올해 택시업계 지원을 위해 신규로 편성한 예산은 70억원에 불과하다. 감차 보상금 50억원, 전국 통합콜센터 구축 20억원 등이 전부다. 대중교통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국토부 측은 “대중교통법은 ‘근거법’으로 통과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시행령이나 여타법이 개정되지 않고는 추가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택시의 대중교통화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취약시간이나 지역에 한해서는 택시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명순 한양대 교수는 “대도시의 서민 밀집지역일수록 지하철과 버스 접근도가 떨어지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택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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