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네이버 밴드’ 제2 카톡 신화 쓸까

폐쇄형 SNS의 소문 없는 열풍… 올 연말까지 3000만명 가입 목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소리 소문 없는 열풍이다. 네이버 밴드. 검색되지 않은 폐쇄형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모른다. 기자가 대학교 동창으로부터 밴드 초대를 받은 것은 지난 5월. 현재까지 대학과 동문모임, 서클모임, 가족모임 등 5개의 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내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게시판을 통해 파일·동영상·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으며, 올라간 사진은 앨범의 형태로 따로 관리된다. 채팅창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실시간 그룹 채팅도 가능하다. 일정이나 모임 구성원들의 휴대폰 번호를 따로 모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5월 7일, 밴드의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 1000만은 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에서 밴드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다운로드 수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30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사용자 중 약 3분의 1이 밴드를 설치한 셈이다.

캠프모바일이 내놓은 모바일커뮤니티 서비스 밴드.

밴드는 이미 4월 11일 PC버전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사용자 이외에 종전 피처폰 사용자나 외국에 있는 사용자도 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밴드는 현재 네이버 주소(band.aver.com)를 사용하고 있지만 만든 회사는 다르다. 캠프모바일이라는 회사다. 지난 2월, NHN이 400억원을 투자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아예 사무실도 따로 차렸다. NHN 본사가 있는 경기도 분당 정자동을 떠나 서울 강남역 인근 나라빌딩 3개층을 임대해 별도 사무실을 꾸렸다. 지난 7월 11일 캠프모바일 사무실을 방문했다.

400억원 투자한 NHN가 지분 100% 소유
사무실의 디자인 콘셉트는 ‘캠프’다. 야생에서 텐트치고 모닥불 피워 야영하는 그 캠프다. 캠프모바일의 직원들은 ‘캠퍼’라고 불린다. 캠프모바일 직원은 150여명. 대부분 NHN에서 건너온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설령 투자받은 400억원을 다 까먹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NHN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어떻게 하든 모바일로 독자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서바이벌이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生卽死)의 결기가 느껴진다. NHN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아니다. NHN 한 관계자는 이들을 두고 “정예요원들”이라고 표현했다.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검색포털 기업 네이버가 모바일 영역에서도 쉽게 석권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 NHN은 자사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을 쏟아냈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그런데 캠프모바일이 진행 중인 모바일 사업은 전혀 다르다. 앞의 직원의 말. 그는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마음속으로 힘든 것이 있었다. 이게 전부일까 하는. 무엇인가 더 하고 싶은데, 누가 압박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잡고 싶었다. 물론 아무런 밑천 없이 도전하는 벤처와는 다르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이쪽(캠프 모바일)으로 넘어왔다.”

회사가 설립되었을 때 캠프모바일의 ‘캠퍼’들은 알파벳으로 된 코드명으로만 존재하는 프로젝트를 각 캠프별로 진행해왔다. 새로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추진된 프로젝트도 있지만 중간에 사라진 프로젝트도 있다.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프로젝트는 10여개. 캠프모바일은 밴드 이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드로이드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바탕화면 꾸미기 테마앱인 ‘도돌런처’, 대화형 SNS인 ‘인터뷰’, 여행을 주제로 한 SNS ‘부릉버스’ 등이다.

서울 강남역에 자리잡은 캠프모바일 사무실. | 이상훈 선임기자

캠프모바일 직원들은 지난 3월부터 매일 점심시간 이후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는 ‘캠퍼 투 캠퍼’라는 내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명 정도의 ‘캠퍼’들이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캠퍼 투 캠퍼 행사가 열리는 7층 중앙 옆 벽면엔 상장패의 형태로 캠프모바일이 현재 이룬 것과 앞으로 이룰 목표가 게재되어 있다. 목표가 달성(Mission Completed)되면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어 올린다. 도돌캘린더의 경우 6명의 팀원이 지난 3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89일간 작업해 출시해냈다. 다음 목표는 도돌캘린더 100만 실사용자 확보다. 출퇴근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지만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거대IT기업 박차고 나온 ‘정예요원들’
NHN이라는 거대 IT기업에서 나와 야생의 IT생태계에서 생존하는 것은 가능할까. 돌이켜보면 한국 IT 역사에서 성공신화를 써온 이들은 한 뿌리에서 비롯된다. 3000만 가입자 신화를 쓴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NHN 공동창업자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처음 내놨을 때 성공 여부는 아무도 점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캠프모바일은 제2의 카카오가 될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캠프모바일 측은 밴드가 모바일 커뮤니티에 최적화한 모델이라고 하지만 카카오톡의 그룹채팅 기능을 잘 사용하면 현재 밴드와 비슷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다양하게 설정이 가능한 페이스북의 공개범위 선택 기능이나 비공개그룹 등을 활용해서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카카오는 이미 일찌감치 ‘카카오아지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앱을 내놓은 바 있다. 밴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밴드나 캠프모바일이 내놓고 있는 애플리케이션들로부터 어떤 수익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사용자 수가 일정한 규모를 넘어서면 카카오톡처럼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현재 밴드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300만에 달하고 있다. 밴드 측은 올해 연말까지 3000만 다운로드 수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밴드의 홍보업무를 겸하고 있는 NHN 관계자는 “카카오톡도 마찬가지겠지만 밴드도 3000만을 달성하려면 국내 사용자만으로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밴드앱의 글로벌 진출과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이람 캠프모바일 대표는 싸이월드 재직 시절 핵심 수익모델이었던 ‘도토리’를 기획해냈다. 네이버로 옮기고 난 다음에도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을 기획해낸 인물이다. ‘밴드’나 캠프모바일의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이 대표의 새로운 성공 경력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올해 연말쯤엔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