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생활 속 작은 실천이 살빼기 비결

단기간 무리한 욕심 부리다간 건강 해치고 효과 못봐

유산소운동 중 걷기는 살 빼기뿐 아니라 성인병 예방과 골다공증 치료, 우울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설계한다. 특히 ‘새해에는 기필코 살을 빼겠다’는 다짐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살 빼기처럼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다짐도 없다. 하지만 비만은 이제 단지 외모 문제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과 같은 생활습관병, 심장혈관 질환과 관련한 돌연사, 우울증 등의 원인이다. ‘비만=생활습관병의 주범’으로 불릴 정도다.

그런데 살 빼려고 단기간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가는 건강만 해치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좋지만 생활 속 작은 실천만으로도 살 빼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비만은 신종 전염병-비만 자체가 질환

한국애보트에서 건강미인 거듭나기 캠패인의 일환으로 체지방 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국제비만대책회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인구가 점차 많아지는 것은 물론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따라서 비만이나 고도비만, 초고도비만은 질병 예방이나 병 치료적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만 자체도 문제지만 비만이 여러 중요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비만하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소화기 질환, 관절염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상 모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비만은 무릎에 하중을 더해 관절염의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또한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을 일으킨다. 정상인보다 비만인은 고혈압을 앓을 확률이 3배나 높다. 과도한 지방 축적은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해 당뇨병을 일으킨다. 특히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자 90㎝ 이상, 여자 85㎝ 이상)인 경우엔 더 위험하다. 비만은 이밖에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혈관 질환을 일으키게 한다. 게다가 비만은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담낭암 등을 일으킬 위험을 더 높인다.

체지방을 없애야 진짜 살 빼기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문규 교수는 “비만은 체지방 과잉 상태로 일반적으로 남자는 체지방량이 체중의 25% 이상, 여자는 30% 이상인 경우”라고 말했다. 단순히 체중이 과다한 상태가 아니라 체지방이 과잉 축적된 상태라는 말이다.
몸은 수분, 근육, 지방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지방 비율이 높은 상태가 비만이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모두 비만은 아니고, 마른 체형이라고 해도 비만과 무관하지는 않다. 복부에 지방이 많은 ‘거미형’ 체형은 마른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몸에 지방이 많아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섭취한 칼로리보다 적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분의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된다. 평소 생활습관(과식, 운동 부족, 흡연, 음주, 불규칙한 생활 등)이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비만 예방과 치료에는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핵심이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가능한 혼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포만감을 느끼면 과감히 음식을 거부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별로 움직이지 않는 직장인은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수시로 올렸다내렸다를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개인이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 식습관 등의 정확한 진단과 객관적 교정법을 스스로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진단해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비만 예방과 치료의 첫걸음이다.

비만 치료법은?
전체적인 체중과다는 물론 부분비만도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체중은 정상이지만 지방이 특정 부위에 집중된 부분비만이 많아졌다. 이 가운데 아랫배가 나온 복부비만은 심장병과 각종 암,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성을 높인다.

비만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개인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 비만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이 행동수정요법이다. 행동수정요법은 환자 각각에 맞는 생활 수정사항을 지적해 생활스타일에 맞게 개별화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무리하지 않고 비만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으며 다이어트 후 몸무게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요요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비만 치료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것은 음식을 먹지 않은 ‘절식 다이어트’. 이 다이어트는 원 푸드(one-food) 다이어트, 저녁 거르기 다이어트에서 극단적인 단식까지 돈이 별로 안 들고, 효과가 커서 세대를 막론하고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절식은 요요현상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대사량을 줄여 정상적인 하루 세 끼 식사만으로도 쉽게 살찌는 체질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절식하면 칼로리 부족과 영양 불균형으로 비상이 걸린 몸은 정상적인 대사를 포기한다. 칼로리 소모를 최대한 줄이며, 섭취된 열량을 몸 구석구석 체지방으로 축적해 셀룰라이트가 드러난 비호감 바디라인을 만든다. 조금만 먹어도 살찌고 배가 나오는 노인성 비만까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체중 감량에 성공해도 보디 라인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오히려 체중이 불었다며 하소연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소 걷기 등 유산소 운동 꾸준히
살을 빼려면 적절한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지재환 교수는 “체중 감량 목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매일 200~300㎉를, 식이요법을 통해 300㎉ 정도를 줄여, 1주일에 0.5㎏을 줄여 6개월에 본인 체중의 5~10%를 줄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건강하게 살을 빼려면 몸무게만 줄일 게 아니라 체지방을 줄여야 한다. 근력 운동은 주에너지로 탄수화물을 사용하는 데 비해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이때 산소 공급으로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고 오랜 시간 지속하면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비율이 높아져 유산소 운동은 살 빼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체지방을 줄이려고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최소 20분 이상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조깅,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마라톤 등이 있지만, 꾸준히 하기에는 걷기가 가장 좋다. 걷기는 살 빼기뿐 아니라 성인병 예방과 골다공증 치료, 우울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관절이나 심폐계통에 무리를 주지 않아 고도비만자나 노인에게도 좋다.

365mc비만클리닉의 김하진 원장은 “살 빼기 위해 걷기를 시작한다면, 우선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1시간을 걸었을 때 소비되는 열량은 300㎉이기 때문에, 1시간을 걷고 500㎉의 음식을 섭취한다면 운동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한 “반드시 완벽한 스케줄에 따라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지 않더라도 평소 걷기 운동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등산과 자전거 타기도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유산소 운동 효과뿐 아니라 무릎과 허리 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시간은 강도에 따라 다르나 30~40분이 적당하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비만인은 1주일에 5일 이상 해야 몸 속의 지방이 줄어든다”며 “1주일치 운동을 하루에 몰아서 하면 효과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준규〈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