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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서 맥 못추는 글로벌 웹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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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실패 여부 평가하긴 일러… 한국 인터넷 특성 간과해선 안돼

1월 30일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코리아가 한국형 유니버셜검색의 론칭을 발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1월 30일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코리아가 한국형 유니버셜검색의 론칭을 발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지난 1월 30일, 구글코리아는 “한국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더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섹션형으로 발전시킨 구글 유니버설 검색(universal search)을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유니버설 검색은 한 검색어에 대해 웹문서와 이미지, 동영상, 뉴스, 블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 유형을 통합, 실시간 검색순위를 정한 다음 가장 연관성 높은 순으로 검색 결과를 한 페이지 안에 보여주는 것.

구글 랭키닷컴 순위 23위 기록
이를테면 구글 검색 엔진에 ‘이효리’를 입력하면 가수 이효리의 공식 홈페이지가 제일 먼저 뜨고, 그 아래로 최근 이슈가 된 ‘재미교포 열애설’ 기사가 뜬다. 오른쪽으로는 ‘이미지 검색 결과’가, 그 밑으로는 ‘최신 뉴스’가 뜬다. 구글코리아 측은 “특히 칼럼을 나눈 섹션형 유니버설 검색 형태는 전 세계 구글 사이트 중 최초로 한국에서 적용한 것으로, 한국 사용자들에 대한 검색이용 환경에 대한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유니버설 검색은 지난해 6월 영문 구글 검색을 통해 처음 선보였지만, 이번에 내놓은 ‘한국형 유니버설 검색’은 한국 현지화를 위한 구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지화를 위한 구글의 노력’의 성적은 어떨까. 본지는 웹 사이트 분석 전문기관인 랭키닷컴에 의뢰, 최근 6개월간의 구글 성적을 알아봤다. 랭키닷컴의 전체 사이트 순위에서 구글은 2008년 2월 현재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사이트의 순위는 26위. 11월 22위까지 올랐지만, 12월과 1월 다시 구글의 전체 순위는 하락했다. 랭키닷컴의 경우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검색포털’과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을 별도 카테고리로 집계하고 있어 분야 점유율은 별도로 도출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검색 포털들을 같이 고려한다면 구글의 경우 3~6%대의 점유율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1위의 막강한 인터넷 웹2.0 기업 구글이 왜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걸까. 성적이 비교적 부진한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글로벌 웹2.0 기업의 대표주자로 전 세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 업체인 세컨드라이프,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야후의 플리커, 구글의 유튜브 등도 지난해 잇따라 한글판을 론칭하는 등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그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들 글로벌 웹2.0 기업의 공통점은 공유와 개방이라는 철학에 근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참여 없이 이들 모델은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사용자들의 공유와 참여는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위키피디아의 경우다. 위키피디아의 영문 콘텐츠 수는 3월 14일 현재 227만8632개에 달한다. 위키피디아 측에 따르면 30만 개 이상 항목을 보유하고 있는 언어는 독어, 스페인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8개 권역이며, 10만개 이상 항목 역시 중국·터키·노르웨이어 등 8개다.

반면 한국어는 인도네시아·에스페란토·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 등과 함께 ‘5만 개 이상’ 그룹에 들어간다. 위키피디아는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기초로 해 이뤄진다. 그만큼 영어나 일본어 등의 콘텐츠에 비해 ‘빈 구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픈백과사전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한글화와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유튜브의 경우 대선 선거법 논란과 최근 ‘YTN 돌발영상 삭제사건’(커버스토리1 기사 참조) 등으로 인지도를 올렸지만, 같은 카테고리의 국내 업체인 판도라TV에 비해 현재까지 10분의 1 정도의 시장을 잠식했을 뿐이다. 왜일까.

“웹2.0 서비스 어필 요인 적다”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는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사람들이 검색하는 것은 ‘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나 미국과 네티즌들의 검색 패턴을 보면 궁금한 것이 다르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이슈 파이팅’의 성격이 강하다. 오늘 TV에서 어떤 것이 나왔다면, 바로 검색해서 거기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답은 포털들이 충족시켜준다. 반면 외국 사용자들은 검색엔진을 떠나 더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원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체적인 콘텐츠DB를 갖고 있지 않고, ‘어디로 가면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순수 검색엔진의 역할에서 머무르고 있는 구글로서는 따라잡기 쉽지 않은 ‘한국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주요 글로벌 웹2.0 기업의 최근 방문자 수 추이. 최근 들어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 동종 기업들과 경쟁해서 토착화에 성공할지 평가하긴 이르다. <랭키닷컴 제공>

주요 글로벌 웹2.0 기업의 최근 방문자 수 추이. 최근 들어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 동종 기업들과 경쟁해서 토착화에 성공할지 평가하긴 이르다. <랭키닷컴 제공>

또 하나의 특징은 인터넷 환경의 차이다. 윤석찬 다음DNA랩 팀장은 “한국의 경우 브로드밴드가 일찍부터 시작하면서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었는데 반해 미국의 경우 5년 전만 하더라도 브로드밴드가 안 돼 인터넷 접속이 적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현재는 틴에이저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같은 모델이 이제야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비슷한 모델인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가 나왔다는 것. “이미 한국에서는 한 차례 지나간 유행이다 보니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면 주 사용층인 20, 30대에게 글로벌 웹2.0 서비스가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 적다”는 것이 윤 팀장의 분석이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이사는 아직까지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웹2.0 업체들의 한국시장 내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정김 이사는 “개발과 관련된 구글의 철학은 한국에서 개발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 변화가 가시화되는 시점은 올해 말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전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특유의 검색 문화와 한글 문서 검색 정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구글은 양질의 콘텐츠는 구글 자신이 아닌 콘텐츠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되도록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해당 업체 페이지로 이동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상당수 한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같은 업체가 구글 검색 로봇의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에 특정 정보가 누락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한 콘텐츠 이외에 사용자가 올리는 콘텐츠마저 가로막고 있는 일부 포털의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 측의 주장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 스스로 검색을 원치 않아 막은 경우를 제외하고 네이버의 특정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해당 검색 엔진의 기술력 문제”라고 주장했다.

구글 기술진 측은 이에 대해 “3월 14일 테스트해본 결과 네이버의 경우 메인화면을 제외하고 카페, 블로그, 뉴스, 쥬니버, 즐보드 등 주요 서비스의 호스트를 막아놓은 것을 확인했다”고 본지에 밝혀왔다.

문지은 랭키닷컴 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웹2.0 사이트들의 기술은 뛰어나지만 아직 한국어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보여줬을 뿐, 번역조차 직역한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평가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시장에서 토착화하기 위해서는 언어뿐 아니라 정서 등 고려할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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