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신동아 K 미네르바 가능성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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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전문가들 지적, 본지 ‘미네르바’ 아이디로 접속 박대성씨 IP·실명 확인

신동아는 특종이라는 표지를 달고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을 메인제목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은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에 대한 신동아의 검증은 철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동아는 특종이라는 표지를 달고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을 메인제목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은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에 대한 신동아의 검증은 철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연령대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게) 멤버들이 같은 IP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쓴 특정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멤버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타이핑이 빠른 반면 오타가 많다. 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인 비유법을 많이 쓴다.”

<신동아> 2월호에 ‘7명으로 이뤄진 미네르바 그룹의 대표 집필자’라고 밝힌 K씨의 주장이다. 많은 사람이 <신동아> 2월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월 7일 긴급 체포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자신은 신동아에 기고한 적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신동아 주변에서 심상찮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씨 구속으로 인한 의혹에 대해 누차 해명을 요구받은 ‘신동아 미네르바’가 결국 입을 열었고, 게다가 대면접촉을 절대 피하던 그가 신동아 간부진을 만나 신상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K씨의 주장은 놀라웠다. 미네르바의 ‘명성’을 높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 예측(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9월 10일 올린 글)이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10월 6일자) 등의 필자는 자신이며, 박대성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신동아의 추궁이 계속되자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멤버 중 의견차로 현재 연락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박대성을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신동아 IP 일치 검증 충분했나
그러나 신동아 지면을 통한 K씨의 주장에는 많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다음 아고라에서 같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게 허용되기 이전의 IP가 멤버들이 쓰던 것이라면 가입할 때 신원을 밝혔을 것 아닌가”라는 신동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멤버들과 IP 주소를 공유했다. IP 주소는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중략) 우리가 사용한 IP는 두 개다. XXX로 시작하는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았다.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 글을 올릴 때 둘 중 하나를 돌아가면서 사용해야 하는데, 내가 직접 올릴 때는 원칙적으로 하나에 맞춰서 올렸다.”

K씨의 이런 주장은 성립 가능할까. 신동아 측은 한 국책연구원 박사의 말을 빌려 “IP주소는 조작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격제어를 통해 IP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했으며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동아와 K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전에 먼저 전제해야 하는 것이 있다. 미네르바 논란의 본질은 ‘미네르바가 누구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속된 박대성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는 “검찰이 구속적부심 전까지 밝힌 주장은 박대성의 글 때문에 20억 달러 이상을 더 쓰게 되었고 국가에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인데, 그거야말로 허위사실로 우리가 고발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규만 진보넷 활동가도 “사실 박씨 구속의 근거가 되었던 허위통신이라는 것이 최근 들어 특히 지난해 촛불시위 때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그것만 봐도 억지로 꿰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재승·김갑배 변호사는 1월 28일 “박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법 47조 1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21조 등을 위배한다”며 위헌법률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Weekly경향은 국내의 대표적인 보안전문업체와 접촉, <신동아>와 K씨의 주장을 검토했다. A업체의 ㄱ이사는 “조작할 의사가 있다면 IP 조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안전문가들은 ARP 스푸핑, IP 스푸핑과 같은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IP를 무작위로 쓸 수도 있고, 특정한 서버나 특정인의 IP를 도용해서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ㄱ이사는 “굳이 고난이의 기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윈도 기반 PC에서도 IP나 맥 주소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보안전문가가 동의한다. <신동아>의 ‘검증’도 여기까지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라면 더 나아갔어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B업체의 ㄴ이사는 “IP 조작은 가능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권한을 획득해야 하는데, 그 첫째가 아이디며 아이디에 맞는 패스워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IP맞추기’를 통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ㄱ이사는 또 “IP를 조작해서 설령 맞췄다고 하더라도 조작하면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면서 “어떤 형태로 우회하든 풀기 어렵게 만들어 시간을 끌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K씨의 주장대로 IP를 도용했더라도 보도대로 수사 당국이 IP추적을 했다면 반드시 꼬리가 잡힌다는 말이다.

미네르바가 아고라 토론-경제방에 글을 올리며 남긴 IP는 두 개다. 211.178.***. 189와 211.49.***.104다. 다음 측은 아고라 게시글 IP를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소수의 특정 사용자가 닉네임을 바꿔가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외부의 비판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2008년 7월 내놓은 정책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세 번째 클래스의 ***표기는 밖으로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IP만으로도 ‘IP 추적’을 통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IP 추적은 누구나 가능하다. ‘후이즈(WHOIS)’와 같은 국제공인 인증기관에서 검색해 해당 IP를 사용하는 기관 및 상세주소, 심지어 관리책임자 성명과 연락처까지 얻을 수 있다.

박대성씨 SK브로드밴드 유동IP 사용
하지만 ‘IP 추적’ 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차이다. 바로 고정IP와 유동IP의 구별이다. 큰 규모의 회사나 정부·공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고정IP를 쓴다. 그러기 때문에 고정IP의 경우, IP추적을 통해 ‘몇 층에 있는 어느 부서의, 몇 번째 컴퓨터’라는 것까지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이나 대부분 개인 사용자가 사용하는 유동IP의 경우는 다르다. 유동IP는 IP를 검색하면 대부분 개인이 가입한 통신사의 주소만 나온다. 미네르바의 두 IP를 검색해보면 모두 연결IP는 ‘하나넷’, 기관은 ‘SK브로드밴드 주식회사’가 나온다. 지역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유동IP다.

상식적으로 유동IP는 접속할 때마다 IP가 달라진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IP는 2008년 10월 23일 전까지 211.49. ***.104이었고, 그 뒤는 211.178.***.189를 유지했다. IT 관련 유명 블로그인 channy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윤석찬씨는 “유동IP 사용자라도 보통 컴퓨터는 끄더라도 모뎀까지 끄지 않기 때문에 같은 IP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모뎀을 꺼야 다른 IP를 다시 할당받는데, 아마도 미네르바의 경우 10월 23일쯤 한 번 모뎀을 껐을 뿐, 계속 모뎀을 켜놓은 상태였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K씨 주장 네트워크 상식 모순”
여기서 문제는 K씨의 주장이다. K씨는 “XXX로 시작하는 IP는 쓰지 않을 때 빼놓았다”고 했지만, 이런 K씨의 주장은 두 IP를 병렬해서 사용하지 않은 ‘미네르바’의 실제 행적과 부합하지 않는다. 보안전문가들은 “잭을 빼놓았다가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는 K씨의 주장을 의심한다. 무작위로 할당되는 IP주소의 특정대역을 맞추기 위해 잭을 뺐다 넣었다 한다는 것은 ‘IP 맞추기’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고정IP는 IP 조회를 해보면 기관명, 관리책임자, 주소 등이 나올 수 있지만 통신서비스가 제공하는 유동IP는 통신사 위치만 나온다. 비어있는 C클래스에 0을 대입해서 나온 결과.

고정IP는 IP 조회를 해보면 기관명, 관리책임자, 주소 등이 나올 수 있지만 통신서비스가 제공하는 유동IP는 통신사 위치만 나온다. 비어있는 C클래스에 0을 대입해서 나온 결과.

게다가 미네르바의 IP가 그 이전까지 소급해 아고라에 공개된 시점은 2008년 7월 7일 이후다. 미디어다음의 정책이 변경되기 전부터 IP를 맞추는 대비를 미리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보보호전문가 전주현씨는 “K씨의 주장대로라면 사전에 구속될 것까지 각오하면서 글을 썼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윤석찬씨는 “K씨의 말대로 IT, 구체적으로 네트워크와 관련해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K씨의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IP가 아니라 아이디(ID)다. 미네르바는 특정 아이디를 사용해 해당 게시물을 올렸고, 박찬종 변호사 측이 다음카페 등에 남아 있는 정보를 통해 해당 게시물을 복구한 결과, K씨가 썼다는 글은 모두 박대성씨의 아이디로 올라가 있었다. 설령 연락되지 않은 한 명을 통해 박씨가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미네르바 닉네임의 글 대부분을 직접 작성했다는 ‘대표 집필자’ K씨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답할까.

Weekly경향은 서초동에 있는 박찬종 변호사의 사무실을 방문, 실제 박대성씨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사용해 접속을 재연했다. 회원정보 수정항목을 통해서 미네르바 아이디의 실소유자 실명을 확인했다. 미네르바의 기본 정보는 다음과 같다.
아이디(ID): holyoooooo /Daum이름 / (닉네임): 미네르바 / 이름(한글): 박대성 / 성별: 남 / 생년월일: 1978년 oo월 oo일 / 거주지역: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회원정보 수정항목에는 로그인 기록이 남아 있다. 미네르바 박씨의 주요 접속 패턴은 대부분 Daum 첫화면→아고라 순이다. 마지막 글 이후 잡혀가기 전까지 아고라는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로그인 기록에는 IP도 블라인드 없이 함께 남아 있다. 모두 211로 시작하는 두 IP 중 최근 IP다. 특이한 점은 박씨가 자신의 다음메일 즉, holyoooooo@hanm ail.net은 청구서를 제외하고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부의 별도 메일계정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박찬종 변호사의 보좌역 김승민씨는 K씨도 문제지만, <신동아>의 검증 역시 철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만약 신동아가 K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확인하려고 한다면 그 절차는 간단하다. 박씨 IP 중 블라인드되어 있는 숫자가 무엇이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렸다면 아이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게임 끝 아니었겠나.”

네이버 댓글 pds7103는 박대성씨

박대성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가 미네르바에 대해 올린 글에 대한 누리꾼의 반향을 살펴보고 있다. <정용인 기자>

박대성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가 미네르바에 대해 올린 글에 대한 누리꾼의 반향을 살펴보고 있다. <정용인 기자>

IP와 관련해 또 하나 흥미로운 추적이 있다. 누리꾼은 211.49.***.104 IP 추적을 통해 미네르바 박대성씨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댓글 작성자를 발견했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이용자를 별도로 검색해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중 4개의 아이디로 작성한 댓글이 미네르바의 공개된 IP주소와 일치했다.

누리꾼은 pds7103으로 올라온 댓글 중 ‘남자가 피해야 하는 10가지 여자’라는 글이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쓴 글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해 ‘pds7103이 박대성이 아니냐’고 추론했다. pds는 박대성의 이니셜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했다.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이중 pds7103은 박대성씨의 것이 맞았다. 나머지 3개 중 2개도 박대성씨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덧붙여 증권 관련 토론사이트 팍스넷에 올라온 pheonix33 아이디의 글도 박대성씨의 글로 밝혀졌다. 여기서 또다시 ‘신동아 K씨’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가 자신이 썼다고 신동아 측에 밝힌 목록에 위의 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아이디다. 다음의 한 고위임원은 “아고라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아이디 노출 없이 철저하게 익명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네르바 구속 뒤 회원들이 항의차원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미네르바’로 바꿔서 올렸다”라며 “하지만 그 경우 프로필 조회를 하면 진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 아이디나 실명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본인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eekly경향은 2008년 올해의 인물로 아고라를 선정하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임원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동아나 K씨가 그런 아고라의 특성을 잘 몰랐거나 간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K씨 주장 아고라 특성 간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박대성씨의 집. 검찰은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올라온 미네르바 명의의 글은 모두 이 집의 컴퓨터에서 작성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박대성씨의 집. 검찰은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올라온 미네르바 명의의 글은 모두 이 집의 컴퓨터에서 작성됐다고 밝혔다.

다시 공은 신동아 2월호 기사로 넘어간다. K씨의 해명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석연찮은 것은 K씨가 과연 미네르바가 맞는지 검증하는 신동아 기사의 허점도 너무나 쉽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미네르바가 글을 올린 아이디는 무엇인지, 실제 IP 중 블라인드된 부분의 숫자는 무엇인지 K씨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기사만으로는 그런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IP 조작은 가능하다’만 거론한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검증일까. Weekly경향의 질문에 대해 신동아 편집국 관계자는 “우리는 K씨를 인터뷰할 당시 IP뿐 아니라 아이디도 물어봤다”라며 “다만 그가 답변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 부분의 기사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동아 관계자는 개인신상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개인신상정보와 상관없는 신동아의 검증 방법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신동아의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

한 누리꾼은 “이번 미네르바 구속 논란은 결국 아고라에 글을 올린다는 것, 아고라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인터넷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검찰과 언론들이 벌이고 있는 시대착오적 코미디”라고 개탄했다. 어쩌면 이 지적의 대상엔 신동아와 K씨도 포함되어야 할지 모른다.

“신동아 기사는 다른 사람이 쓴 미네르바 해설”

<월간조선> 2월호는 박대성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신동아의 미네르바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월간조선> 2월호는 박대성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신동아의 미네르바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신동아의 K는 누구일까. 지금도 많은 언론이 신동아의 K씨가 누구인지 취재 중이고 또 모 언론은 이미 확인 및 검증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K씨가 만약 미네르바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왜 그는 미네르바를 사칭했고,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올린 초창기부터 쭉 주목해서 주의깊게 읽어 왔다는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신동아> 12월호에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면서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온라인에 쓴 글과 지면에 쓴 글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신동아에 실린 글은 미네르바의 글이라기보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을 참고로 쓴 해설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라며 또 “당시 미네르바의 글이 갑자기 주목받고 절필선언을 한 뒤 일각에서 '미네르바가 사용한 일부 단어가 고도의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냐'는 설이 나왔는데, 신동아에 실린 글은 그런 '비의적 해석'에 적극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K씨는 이번 신동아 인터뷰에서 일부 누리꾼이 주장한 비의적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고구마파는 노인’ ‘빨대’ ‘미자’ 등을 ‘일종의 비유법이자 은유법으로 썼다’라고 추인했다. 그러나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박대성씨는 다르게 말했다. 고구마파는 노인은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시집에서 ‘멋있어 보여서’ 따온 말이며, 빨대·미자 등은 그냥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라고 밝혔다.

“K씨가 미네르바일 수 없다”고 말한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신동아 K씨가 ‘K’라는 이니셜도 미네르바의 글에 나온 내용에 따라 조작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미네르바는 여러 글에서 자신은 “인터넷 상에서 1001011이라는 이진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1001011의 아스키 코드는 K다. 이 전문가는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실제 경제스터디 모임으로 7명의 그룹은 존재했다고 본다”라며 “다만 핵심은 지금 K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나머지 6명을 기만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K씨의 실수는 박대성씨가 잡힐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신동아가 12월 글에 대한 원고료를 지급한 계좌나 전달 경위만 추적하면 쉽게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전문가의 추정은 현재까지 ‘소설’이다. 의혹의 매듭을 풀어야 할 사람은 K씨 자신이다.

여전히 남는 의혹들

K씨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글을 어떻게 올렸는지 여러 주장을 폈지만, 정확하게 어떤 방식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꺼려했다. K씨가 다른 가능성으로 언급한 ‘연락되지 않은 한 명의 구성원이 박씨를 시켜 글을 올릴 가능성’을 주장하려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과 아귀가 맞으려면 대표집필자 K씨는 자신이 글을 써서 아고라에 직접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린 적이 없고, ‘미네르바 박씨’를 통해서만 글을 올렸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K씨의 주장대로 박씨가 모종의 커넥션을 가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박씨는 다음메일을 사용하지 않았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네르바 아이디의 다음메일에는 신동아의 기고요청과 관련해 의견교환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검찰은 국내포털을 대상으로 미네르바에 대한 정보협조요청을 했다. 만약 박대성씨가 주로 사용하는 메일이 gmail과 같이 국외계정이었다면, 현재까지 검찰이 다른 커넥션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검찰은 “신동아 보도를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박씨에 대한 수사에서는 많이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메신저 등을 통한 1:1 대화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대성씨가 네이버에 pds7103 아이디로 올린 댓글을 보면 많은 부분 미네르바의 주장과 일치하지만 역시 석연찮은 대목이 있다. 2007년 8월 pds7103은 “솔직히 이명박이 재수 없기는 하지만”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뉴스 댓글에서 “최소한 명박이는 지금 대통령인 노무현보다는 경제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의 상황으로 봐서는 지금 시기에 경제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정부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골적인 반북정서를 드러낸 댓글이나 ‘여성혐오’ 입장을 강하게 드러난 그의 일부 댓글들은 당시 다른 사용자로부터 ‘악플러 아니냐’는 지탄을 불러오기도 했다. 심지어 팍스넷에 올린 글에서는 “미네르바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며 미네르바를 비판(?)하기도 한다. 누리꾼으로부터 ‘박대성 미네르바 대역(代役)’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이밖에 미네르바가 올린 마지막 글에서 “50년대 건물 하나 없는 서울 생활” 등을 언급한 것 등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김승민씨는 “팍스넷에 올린 글이 겨냥하는 대상은 신동아에 미네르바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기고한 글”이라며 “박대성씨도 신동아 기고글을 보고 꽤 당황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할아버지라고 했던 대통령이라고 했던 그것이 죄가 되나”고 반문하고 “박씨 본인은 그냥 재미로 했다고 말하는데 짐짓 심각한 척 받아들이는 정부당국의 모습이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정부, 미네르바 체포 훨씬 이전부터 뒷조사했다

본지가 입수한 ‘미네르바 관련 정보사항 보고’라는 제목의 금융감독원 내부문서. 이 문서가 발행된 시점은 관계당국이 미네르바 내사를 부인하던 2008년 11월 25일이다.

본지가 입수한 ‘미네르바 관련 정보사항 보고’라는 제목의 금융감독원 내부문서. 이 문서가 발행된 시점은 관계당국이 미네르바 내사를 부인하던 2008년 11월 25일이다.

Weekly경향은 4장짜리 정부기관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의 제목은 ‘미네르바’ 관련 정보사항 보고. 문건의 서두에는 “다음 아고라 사이트의 사이버 논객인 ‘미네르바’와 관련하여 주요 게시 내용 등 정보사항을 파악하여 보고드림”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1쪽의 “주가지수 500선 등 지나치게 부정적인 경제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최근 사정당국에서 동 인물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짐. 사정당국의 조사 이후 절필선언을 했으나…”라고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기관의 문서에서 사정당국의 조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의 뒷부분은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올린 주장의 요약본이다.

이 문건의 작성자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시장감시팀이며, 작성일자는 2008년 11월 25일이다. 11월 3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비쳐 논란이 됐다. 기자는 당시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당국의 입장을 취재했다. 당시 법무부가 내놓은 해명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었지 실제 미네르바를 수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실제 어떤 수사도 법무부에서는 진행하지 않았다”였다. 아고라에 올린 해명 글에서 미네르바를 언급한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단지 미네르바의 글을 인용했을 뿐,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Weekly경향 802호, ‘인터넷 규제만이 능사인가’ 기사 참조) 하지만 이번에 입수한 문건에서 드러난 사실은 일부 사정당국에서 미네르바를 ‘주목’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그런 내용의 내부문건을 만든 것은 사실”이라며 “문건의 보고 대상은 본부장이며, 원 밖으로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에는 사정당국이 조사했다고 언급되어 있으나, 그 역시 신문이나 인터넷·증권 관련 사이트에 나온 정보를 취합한 것일 뿐 실제 어떤 사정기관인지는 우리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건은 미네르바 수사 및 구속에 근거자료로 사용됐고,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다른 사정기관이나 정부당국에서 미네르바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수집이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표적수사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에 의문이 들게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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