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유명 누리꾼 다 어디로 갔을까

아고라 지금은, ‘PD수첩’ 등 사건 뒤 대부분 G메일로 바꿔

다음 아고라의 자유토론방, 아고리언, 네티즌망명지 홈페이지 초기화면.

"제 E메일은 ****@gmail.com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모 변호사에게 이메일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원래 다음메일을 썼지만 최근 구글이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로 바꿨다고 그는 말했다. “일종의 사이버 망명이라고 보면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부인하지 않았다.

아고라 누리꾼의 ‘사이버망명’은 이미 일찌감치 시작됐다. 촛불시민연석회의에 참여했던 누리꾼은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신이 사용하는 메일을 G메일로 옮겼다고 말한다. 다음·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들은 경찰이 가입정보를 요청하면 정보를 제공한다. 자체 법무팀의 검토를 거친다고 하지만 ‘제지’한 경우는 거의 없다.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실명제 거부의사를 밝힌 뒤 누리꾼은 사법망이 닿지 않는 구글로 주 사용처를 옮겼다. 박 모씨(37·회사원)는 아고라에는 글 한 번 올리지 않은 ‘눈팅족’이지만 역시 G메일을 선택했다.

박씨는 말한다. “그렇다고 딱히 걸릴 것은 없지만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주경복 교수 수사에서 몇 년치 이메일을 넘겨받아 뒤졌다는 말을 듣고 ‘설마’했는데 검찰이 ‘PD수첩’ 작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고 보수언론이 그 내용을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면서 경악했다.”

“내년 서울시장 후보 내겠다”
2009년 8월, 아고라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베스트에 선정된 글을 보면 여전히 정부비판 성향의 게시 글이 베스트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게시판의 분위기는 다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 전대통령을 비난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게시 글 다수가 반복적으로 아고라에 등장했다.

누리꾼은 “정부·여당 또는 보수외곽 단체의 사주를 받는 ‘알바’가 조직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 정국에서 유명세를 얻은 닉네임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촛불시민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그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수세력의 지속적인 침탈로 활동의 무대를 옮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촛불시위 과정에서 아고라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던 ‘안티이명박카페’ 등 ‘게이트키핑’이 가능한 커뮤니티에서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누리꾼 단체는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경주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한글사랑나라사랑’ 채수범씨는 적극적인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당선이 1차 목표이지만 범민주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Weekly경향’은 ‘사이버망명’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누리꾼들의 온라인 집단망명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 ‘Weekly경향’ 820호 커버스토리 기사 참조) 당시 케이스로 다룬 것은 ‘대안포털’ 논의이다.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경제방 누리꾼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계아고라정의포럼’이 논의의 중심에 있다. 국내 포털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기존의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둔 망명사이트 운영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서버를 두고 있는 (가칭)네티즌망명지(exilekorea.net)는 지난 4월 사이트를 개편·재정비했다. 사생활보호 등을 이유로 블라인드 처리된 경찰폭력 관련 글 등의 ‘정보’가 이곳을 매개로 유통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 개설된 아고리언(Agorian.kr) 역시 한때 거의 운영이 중지됐으나 최근 서거정국을 거치면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