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Y세대 직장문화는 ‘재미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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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 사장부터 직원까지 ‘업무에선 평등’

왼쪽부터 유덕형씨, 임지호 편집장, 김홍민 대표, 추지나씨.


가장 보수적인 업종 가운데 하나가 출판이다. 역사가 오래 되고 호흡이 느린 인쇄매체인 데다 소규모 조직이다 보니 기획에서 편집·영업·홍보·광고까지 사장 또는 편집장의 입김이 일방적으로 작용한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객관적인 예측과 분석이 어려워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感)’에 의존하기 때문에 선배의 권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출판계에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 북스피어는 신선한 존재다. 남들이 보면 희한한 이유로 출판사를 차렸고, 업무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게 최우선이다. 필자를 대접하거나 출간일을 맞추기 위한 술자리, 야근은 없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은 높다.

“출판계 경험이 거의 없어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저희 나름대로의 직장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와 소통도 중시… 아이디어 눈길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33)가 임지호 편집장(37)과 함께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은 없어진 아웃사이더란 출판사에서 직장 상사와 부하(이때는 임 편집장이 상사, 김 대표는 부하였다)로 만난 두 사람은 회사가 적자로 문을 닫으면서 한참 재미를 붙인 신화소설 <아더왕 이야기>(8권) 작업이 중단되자 단지 이 책을 완간하기 위해 2005년 북스피어를 설립했다.

다행히 이 책은 <아발론 연대기>란 이름으로 바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 책을 내는 것 이외에 다른 계획이 없었던 두 사람은 다음에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8개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투자자이자 번역에 관심이 많던 최내현씨(전 딴지일보 편집장)가 들고 온 SF소설 <두개골의 서>를 출간해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비로소 장르문학에 눈을 돌렸다. 회사를 반석에 올려준 일본 추리작가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발굴한 것도 사업성을 따지기보다는 무명이지만 재미있다는 점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책을 기획할 때 일차 관문은 재미있는가입니다. 저희가 봤을 때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에게 재밌다고 권할 수 없지요.”

이 회사의 문화는 독특하다. 재미와 소통이 최우선이다. 1년 전에 합류한 편집자 추지나씨(26), 마케터 유덕형씨(29)까지 4명이 모두 ‘재미있다’고 동의해야 책을 낸다. “우리가 읽고 재밌는 작품을 독자들과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미는 반드시 책의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미야베의 첫 책을 낼 당시 마지막 장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글씨로 ‘미미(미야베 미유키의 애칭) 여사 파이팅!’이라는 문구를 넣은 게 독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면서 결말 부분을 봉인하거나 번역자 소개글의 첫 글자를 이어 보면 ‘참한 애인 구함’이란 내용이 나오고, 일러스트의 반쪽이 다른 페이지에 숨어 있는 등 색다른 시도를 했다. 전문교열자에게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독자교열을 도입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파워블로거인 임 편집장은 ‘리드 or 다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김 대표는 회사 사이트를 통해 열심히 글을 올린다. 책 뒤에 숨은 편집자라는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내부 문화 역시 여느 출판사와 다르다. 임 편집장은 “굳이 야근까지 하면서 일정에 쫓겨 재미없게 일하지 않는다. 저자나 번역자와의 인맥 쌓기를 위한 술자리도 없다”고 말한다. 추지나씨는 “항상 토론하면서 원활하게 상호소통하는 것”, 유덕형씨는 “출간 결정이나 이벤트 아이디어를 다 함께 내는 것”을 북스피어만의 장점으로 꼽는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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