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문 파파라치 한달 수입 1000만원?

전문학원서 ‘기술’ 배워 전국적으로 수만명 활동

얼마 전 KBS 드라마 <추노>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추노란 도망간 노비를 말하며, 추노꾼들은 도망간 노비를 잡아 국가나 주인에게 넘겨 주고 대신 보상금을 받는, 노비를 쫓는 사람들을 말한다. 날렵한 추노꾼들과 노망자 노비들의 목숨을 건 결투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었다.

한 여성 파파라치가 카메라를 작동시켜 소형 가방에 넣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순철 기자

그때부터 50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현대판’ 추노꾼들이 활약하고 있다. 포상금을 노리고 쓰레기 불법투기자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불공정 주식거래를 신고하는 ‘주파라치’, 불량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판매행위를 신고하는 ‘식파라치’ 등이 그들이다. 현재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신고 포상 요원(일명 파파라치)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기자는 신고 포상 요원(일명 파파라치)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서울 강남의 한 학원을 찾았다. 학원 측에 따르면 2일 교육프로그램 수강을 하려면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수강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수강자들은 퇴직자, 실직자, 사업하다 실패한 사람들, 신용불량자, 주부 등 다양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으므로 최근에는 직장인, 공무원 등 투잡스족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의 경우 수강료는 25만원이며, 현장을 촬영할 장비는 별도로 판매한다. 요즘에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다양해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14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파파라치학원 2일 교육료 25만원
교육과정은 이론교육, 실습 등으로 이뤄지며, 보통 초보 파파라치에게는 경험 있는 파파라치를 붙여줘 2인 1조로 경험을 쌓게 하기도 한다. 지방의 경우 직접 강사가 출장을 가서 수강생들에게 지도하며, 카메라 등 녹화장비는 택배를 통해 배달해 준다.

수강 교재를 잠깐 봤다. <(모텔, 여관 촬영 방법) 1.간판이 보이도록 할 것 2.주인이나 종업원의 얼굴이 정확히 나오도록 촬영할 것 3.카운터에서 일회용품(칫솔, 면도기 등)을 건네주는 장면을 확실히 촬영할 것 4.방(룸)에 칫솔 등이 비치되어 있을 경우에는 유도성 대화를 할 것 5.영수증(현금영수증)을 반드시 받을 것 6.증거물(일회용품)을 확보해 가지고 나올 것> 모텔 또는 여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적발하는 노하우가 적혀 있었다.

교재는 ▲유사석유 판매 ▲담배꽁초 버리는 것 ▲쓰레기 투기 ▲원산지 표시 위반 ▲허위 과대 광고 등 수십여 종류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수집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또한 교재에는 신고 보상액, 관할 기관, 신고용지(샘플) 등도 기재돼 있었다.

학원 대표는 초보 파파라치도 하기 쉬운 방법을 한 가지 귀띔해줬다. 무신고·무등록 교습소 또는 학원을 적발하는 방법이었다. 우선 관할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허가 받은 교습소, 학원 등의 리스트를 뽑는다. 그 리스트를 갖고 다니면서 리스트에 없는 학원 또는 교습소를 찾아간다. 리스트에 없는 학원 또는 교습소는 대부분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그리고 수강할 것처럼 학원 직원과 상담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녹화한 장면을 CD로 구워서 구청에 제출한다. 구청에서는 이를 확인한 뒤 포상금을 입금해 준다. 신고 포상금의 경우 세금을 한푼도 떼지 않는다. 신고자의 비밀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다.

포상금 세금 없고 신고자 비밀 보장
파파라치 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 학원을 운영해온 이 학원 대표가 10여년 동안 배출한 제자들만 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은 전국에 수십개의 파파라치 전문학원이 있다. 추정해보면 수만명의 파파라치가 활약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파파라치 교재에는 유사석유 촬영 방법, 일회용품 신고 보상 참고사항, 쓰레기 투기 신고서 양식 등이 기재되어 있다.

무엇보다 수입이 꽤 짭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학원 측에 따르면 보통 전문 파파라치는 한달에 1000만원, 투잡스족은 500만원을 번다고 한다. 기자는 귀를 의심하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 달에 100만원짜리 10건만 해도 1000만원은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법 성인오락실의 경우 신고 포상금이 1000만원, 학원 심야영업은 200만원, 불량식품은 30만원 등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파파라치 시장규모는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앞으로 더욱 많은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꽁초 버리는 것을 신고하면 파파라치에게는 1만-1만5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하지만 과태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5만원”이라며 “정부나 지자체는 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함으로써 단속효과도 노리고, 수입도 올리고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파파라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의식하고 있었다. 파파라치 전문 양성 학원인 ㈜미스미즈의 문성옥 대표는 “교육생들에게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신고하지 말라고 권한다”며 “일반적으로 선량하지 못한 사람들이 파파라치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60대 초반 여성 파파라치
“생활정보지·광고 보고 정보 얻어”

전문적으로 파파라치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이 일을 한 지는 3년 넘었다.”

파파라치와 관련해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기업들이 낸 허위 과장·과대 광고, 미허가 학원 또는 밤 10시 넘어서 영업하는 심야학원 등을 찾아다닌다. 또 여관에 가서 칫솔 같은 일회용품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나.
“생활정보지나 지하철에 있는 구인·구직 광고를 보면 과대 광고하는 곳이 많다. 그런 정보를 갖고 직접 회사에 찾아 간다.”

위법 또는 불법을 저지른 증거는 어떻게 수집하나.
“미등록 학원의 경우 우선 화장실에 가서 카메라 동영상을 작동시키고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자녀 교육과 관련해 상담하러 왔다고 하고 직원들과 상담한다. 상담하는 직원이 가방 속에 있는 카메라에 의해 모두 찍힌다. 카메라 렌즈가 워낙 작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얼굴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이 일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이었나.
“돈을 벌려고 시작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식당일을 했으나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일도 없고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다. 아는 사람과 2인 1조로 일한다.”

혹시 연세가 어떻게 되나.
“60대 초반이다.”

실례지만 파파라치 활동으로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되나.
“비밀이다(한참 생각한 후에). 한달에 1000만원 정도 번다. 사람들이 하기에 달려 있다”

여성인데 증거수집을 할 때 위험하거나 무섭지 않나.
“초보자였을 때는 일을 할 때 떨렸으나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요즘은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 성인오락실이 좀 위험한데 그런 것은 남자들이 주로 한다.”

파파라치라는 전문 직업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는 스스로 미안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니까 파파라치라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할 것이다. 다른 사람한데 권하고 싶은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