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기통신법 47조 1항 ‘인권 감전사’

정권과 견해차이 글 온라인 유포 땐 공권력 개입 근거

“평범한 사람이 경찰서 문턱을 넘을 일이 있습니까. 솔직히 부담스럽죠. 글도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임도 생기고. 어떤 사람이라도 글을 썼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로부터 ‘전기통신기본법을 위반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그런 통보와 함께 출두 요구를 받는다면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노루귀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리던 고창규씨(53)는 지난 5월 하순 낯선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부산 영도경찰서인데, 이러이러한 이유로 조사를 해야 하니 출석하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고씨는 처음에 장난전화나 사기전화인 줄 알았다. “당신, 피싱전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 당신이 경찰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되물었더니 집에 가서 확인하라는 겁니다. 애한테 내 휴대폰 번호를 알았다고. 아니, 아이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아서 전화를 한 건지, 이건 가족들에게도 일방적으로 협박하는 것이 아니냐….”

지난 2009년 1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아고라에 허위 글을 올렸다는 혐의로 박대성씨가 구속 수감되고 있다. 박씨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정지윤 기자

조사자 자기검열·정신적 피해 속출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고씨는 자신이 사는 곳도 아니고 부산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결국 8월 16일, 체포영장을 들고 형사 3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경찰이 내민 ‘범죄사실의 요지 및 체포의 이유’에 따르면 그가 체포된 것은 5월 하순, 그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패러디 동영상을 2회에 걸쳐 게시했기 때문이다. 패러디 영상은 그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퍼온 것이었다. 천안함이 두 쪽 나고 미국 잠수함이 떠오르는 만화 영상이다.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깹니다. 다시 유치장에 수감되는 꿈들, 수갑 차는 꿈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 ‘힘을 엉뚱한 데 써서’ 유치장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갔다가 온 사람도 그런데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출석요구서를 받는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얀샌’이라는 닉네임으로 천안함 침몰 관련 의혹·분석 글을 꾸준히 올렸던 양윤석씨(52·연극배우)는 자신이 경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압수수색 통보서’를 들고 기자를 만나러 왔다. 양씨가 내놓은 ‘통보서’는 꾸깃꾸깃 구겨져 있었다. 그 ‘의미’를 곱씹으며 수없이 들여다본 흔적이다. “수사를 받고 나오는데, ‘아, 깜박했다’며 알려주더라고요. 한메일, 라이코스, 네이버, 천리안 아이디까지. 포털 사이트 가입한 곳은 이메일을 다 뒤져봤다는 건데, 이건 참. 천리안은 들어간 지 하도 까마득하게 오래돼 아이디가 있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는데….” 그는 ‘수사를 하던 경찰도 자신이 올린 글들을 다 읽으려고 꽤 고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받으러 가서 보니 이만큼 수북하게 제 수사기록을 쌓아놓고 있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글을 쓰면서 최대한 조심했습니다. 모든 글에 다가 ‘이건 추론이지 절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설혹 ~이다라고 단정하는 식으로 글을 썼더라도 그건 추론이다’라고 덧붙여 놓았는데, 혹시 그러지 않았다면….”

고씨나 양씨 모두 조사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통보 받지 못했다.

닉네임 CAFRA 최창욱씨(45)가 아고라에 올린 패러디 사진. 1심과 2심 재판부는 “사진을 놓고 볼 때 허위의 사실이 아닌 단순 의견개진·풍자일 뿐”이라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촛불인권연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반’. 경찰이 고씨에게 제시한 ‘범죄사실 요지…’ 경찰 문건을 보면 “…아고라 게시판에 게시하면서 천안함 사고를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북풍에 이용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었다”는 문구가 나온다. 해당 법 47조 1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제47조 (벌칙) (1)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양씨는 이 법을 들이대는 것이 입막음 수단이라고 의심한다. “당시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느낀 이상한 점을 토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랑 심도깊게 이야기를 나누던 분 중에 어떤 분도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가서 ‘다시는 글을 안 올리겠다’고 싹싹 빌어 기소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 분 신분이 공무원인지, 준공무원인지 그랬거든요. 저야 걸릴 것이 없지만, 이분은 생업이 달린 문제이니까. 그 뒤 그분은 글을 안쓰게 됐습니다.”

고씨와 양씨 등은 9월 28일 국회에서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열린 ‘촛불·네티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민간인사찰, 공권력 남용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했다. 용기가 없어 차마 밝히지 못하고 그냥 ‘절필’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씨는 누리꾼 단체 ‘촛불인권연대’의 홍보를 담당하며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 공동대응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촛불인권연대가 파악한 사람은 5~6명. 실제 비슷한 피해를 입은 누리꾼 규모는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47년만에 부활 검찰 유권해석 이용
지난 10월, 참여연대는 이슈리포트로 바로 이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문제를 다뤘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이 조항은 1961년에 신설되었고, 한번도 적용되지 않고 사문화되고 있다가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갑자기 검찰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 법조항을 해석하면서 ‘허위사실유포죄’로 해석,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엄밀히 말해 법 조문 어디에도 허위사실 유포라는 말은 쓰고 있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법조문의 ‘허위 통신’이라는 문구를 전용시켜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조항을 적용해 실제 재판까지 간 경우는 2008년 이래 지금까지 모두 7건이다. 이 중 3건은 유죄였고, 4건은 무죄를 받았다. (표 참조) 전기통신법상 허위통신죄를 허위사실유포죄로 보더라도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단적인 사례가 참여연대 보고서에도 거론되어 있는 최창욱씨(45·회사원·닉네임 CAPRA) 사례다. 최씨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직후인 2009년 봄 아고라에다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일종의 패러디 이미지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합성사진이다(사진 참조). 한 보수단체 대표의 고발로 수사는 시작되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게재한 글 내용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명박 정부와 북한이 내통해 일으킨 것’이라는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게재한 허위의 사실로, 위와 같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결국 이 사건 게시물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피고인의 주관이 반영된 이해, 평가, 추측 등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하고, 또한 위 게시물이 희화적인 묘사나 풍자를 속성으로 하는 패러디물의 한계를 벗어났거나 다양한 의견 교환을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 아래의 표현의 자유영역을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2심 판결문 중) 1심과 2심 판단은 모두 무죄였다. 검찰은 상소했다. 대법원은 적용된 법리만 검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최씨로서는 출석해 애써 자신의 혐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최씨의 마음 속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편한 게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시국이 정상적이었다면 ‘별 것 아닌 일’이라는 내 생각이 맞을텐데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위기감입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더라도 2심으로 넘어갈 때는 또 다르잖아요. 판사의 성향도 다르고. 이 사람은 대통령 욕을 많이 했으니까, 계도적 차원에서라도 10원이라도 벌금을 때린다면…. 전혀 성격이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과잉처벌 금지원칙 위배되는 법”
법이 적용된 7건의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단체휴교령 문자’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현재 재판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다. 이유는 ‘미네르바 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온 박대성씨와 ‘전경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모씨가 낸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때문이다.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다. 두 사람이 헌법소원을 낸 시기는 각각 2009년 5월과 2008년 12월. 2건이 병합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김씨가 냈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벌써 2년이 다 됐다. 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걸까. 노희범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사실상 선고 전 2~3일 전에 저희(공보관)에게 고지가 되기 때문에 우리도 언제 선고가 내려질지 알 수 없다”며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결정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이 왔다갔다 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건이 병합되어 진행되는 것도 선고가 지체되는 이유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촛불인권연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닉네임 노루귀 고창규씨 (54·오른쪽)와 얀샌 양윤석씨(52)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조사 받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노 공보관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지체되는 건 맞네요. 통상적으로 변론을 마무리한 경우는 이르면 3개월 이내, 아무리 늦어도 1년 내에는 결론이 나왔는데….”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쓴 한 학계인사는 “빨리 결론을 낸다고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헌재 선고 경향을 볼 때 ‘위헌’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며, 기껏해야 지난번 야간시위 관련 선고처럼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는 정도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박경신 교수는 “이 조항과 관련해서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61년 법 조항이 신설된 뒤 왜 여태까지 적용되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헌재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이 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는 변론을 폈다. 박 교수는 “허위사실이 타인에게 피해를 초래하거나 유포자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아닌,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전기통신기본법의 해당 조항을 허위사실유포로 해석해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는 폐지되어 남아있는 나라가 없다. 1978년 파나마, 2000년 짐바브웨에서도 폐지된 법이 이명박 정부 들어 전기통신기본법의 조항을 빌려 부활한 셈이다. 박 교수는 오히려 “허위사실은 강하게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참여정부 당시 ‘줄기세포는 없다’는 주장이 허위처럼 보였지만 익명의 누리꾼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인터넷에 계속 올림으로써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허위의 사실이 단죄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폭탄소문법’이라고 해서 비행기나 자동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주장하면 형사처벌이 된다. 박 교수는 “이 경우도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것을 넘어서는 경우 과잉적 규제가 된다는 것이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의 통신’은 통신 주체를 사칭하는 등의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전기통신기본법의 기원은 일제시대 만들어진 무선전신법인데, 연혁 등을 따져보면 설령 이 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주체의 허위’를 지칭하는 조항이지, 내용의 허위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대성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찬종 변호사는 “형법은 물론이고 행정법규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은 이 조항밖에 없다”며 “그러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잉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 왜 늦어지나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부 들어 사문화된 조항이 검찰 기소·형사처벌에 동원되었을까. 박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걸면 피해 당사자가 있어야 하는데, (박대성씨의 경우) 국가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박원순처럼 패소할 것이 분명하니 이런 꼼수를 동원한 것”이라며 “애초에 내걸었던 공익이라는 것도 결국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법 조항을 적용해 기소하는 것에 대해 사법기관 관계자의 평가도 싸늘하다. 한 사법기관 관계자는 “사실 자유로운 정부 비판이나 공권력 비판이 민주주의의 토대인데, 아무래도 국가권력은 자기에 반대되는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속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법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검찰도 이 건과 관련해서는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검찰의 반응은 어떨까. 기자는 검찰 대변인실을 통해 ‘전기통신기본법 57조 1항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다.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검찰의 답변이 돌아왔다. 답변은 이렇다. “검찰은 위 사건들에 있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과 원칙에 따라 기소한 것이며, 법 해석상 법원과 이견이 있어 일부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일이 있으나 3건은 현재 항소심 또는 상고심 계속 중에 있다.”, “위헌소송 제기 논란과 관련하여 검찰은 본 처벌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기소하였으며, 참고로 법원도 피고인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헌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문제가 있다”
헌법소원 낸 ‘미네르바’ 박대성씨

정용인 기자

박대성씨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외환보유고 고갈, 정부가 주요 은행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보냈다는 글 등을 올린 혐의로 2009년 1월 구속되었다. 그해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현재 2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처음 구속될 때에 비해 40㎏가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재판이 계속되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 영향도 있는 것인가.
“심적 고통이 막대한 것은 사실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불량이 생겼고 몸무게가 자연스럽게 빠졌다. 개인 대 개인의 소송과 나의 경우는 다르다. 나는 헌재가 결론을 쉽게 안내릴 것으로 본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헌재가 비난여론을 감수하고 도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입는 피해는 경제적 활동의 차질이다. 어떤 회사나 조직을 막론하고 일단 매스컴 등에서 그런 식으로 팔리면 정상적으로 들어가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국을 나가려고 해도 장기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걸리면 완전히 사람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개인적으로 경제분석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아고라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가 궁금해 한다. 재판 때문인가.
“재판 자체도 이유이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다음 아이디는 메일 확인 때문에 접속은 한다. 하지만 아고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경제분석을 하는 것은 어디에 올리거나 인터넷에 발표하려고 쓰는 것은 아니다.”

구속되어 수감되었을 당시 심경은 어땠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굴욕감이다. 감옥에서 아침점심으로 방송으로 내 뉴스를 접했다. 당시 나는 대학편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수라고, 백수가 그딴 글을 써서 사회혼란을 조성했다…고 검찰과 언론들이 떠드는 것을 들었을 때 굴욕감과 분노가 교차했다. 내가 왜 이것을 증명해야 하나 화가 났다. 이제는 편입을 생각하지 않는다. 편입을 해서 간판을 갖는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을 많이 해봤다. 내가 생각을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결론으로 보여줄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인생에서 엄청난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전기통신기본법 헌법소원까지 간 것은 일종의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 셈이다. 좋든 싫든 결론을 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외국사람들이 투여한 만큼의 노력 없이 싸게 민주주의를 얻은 대가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 내 사건과 관련해선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구조적 문제점이 뭔지를 묻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십이다. ‘백수 남자애 하나가 인터넷에 글을 썼는데, 이명박이라는 현대건설을 하던 노인네가 깜방에 집어넣었더라.’ 그것으로 끝. 이런 것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