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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넷]인하대 유도부의 입소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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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안팎으로 흉흉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봄이 돌아왔다. 봄의 대학 캠퍼스는 동아리들의 각축장이다. 신입부원 유치경쟁이다.
오늘 살펴볼 이 동아리가 전국구로 유명세를 탄 것은 몇 년 전부터로 기억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걸린 인하대 유도부의 신입부원 모집 대자보. |듀나게시판

인하대 유도부. 솔직히 신입생 끌어들이는 데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신입부원이 없어 동아리 폐쇄를 앞두고 폭주’라는 느낌이랄까. 못 본 사람들을 위해 지난해 이 동아리가 내건 신입생 모집 자보 문구를 소개하면 이렇다. “유도-넌 더 이상 자유에 모미 아냐”-이건 언젠가 이 코너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패러디다. “가입했다가 탈퇴해도 추노처럼 찾으러 가지 않아요- 유도부”-이건 추노. 다음은 ‘폭주’ 느낌이 충만한 가입 권유 자보들이다. “유도-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남자들이 아니란다. 그럼 학관 5층에서 기다릴게”, “유도-유도는 못해도 대자보는 잘써 학생회관 5층”, “유도-ANG? 학관 5층”, “유도부-만원짜리 붓을 샀다. 아이고 잘 써져! 학생회관 5층.” 이런 자문자답도 있다. “유도-Q: 운동 안하고 대자보만 쓰면 안되나요? A: 안돼. 학관 5층.”

그리고 대망의 2011년 봄. 누리꾼과 커뮤니케이션도 시도한다. “유도-인터넷에 올리지 마, 대자보 재탕을 못하겠어 학생회관 5층”, “유도-서예대회 입상자 우대”, “나 지금 그쪽에게 대놓고 매달리는 거야-유도부” 누리꾼들이 올해의 최고의 작품으로 뽑은 문구는 다음과 같다.

“먹므를 버서난 붓처럼”(만화이자 영화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패러디)
어쨌든 궁금하다. 도대체 누구냐. 너희들.

인하대 유도부의 김강동 회장(24·언론정보학 3)과 연락을 해봤다. 일단 놀랄 만한 진실. 김 회장에 따르면 그냥 아무렇게나 써댄 자학개그가 아니었다. 대자보들은 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었다. 김 회장은 말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홍보문구를 결정합니다. 제가 나름대로 ‘게이트 키핑’도 하지요.” 김 회장에 따르면 이건 일종의 버즈(buzz)마케팅, 그러니까 입소문 전략이다.
 
“그렇게 하면 홍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직접 올린다면, 그것은 저급한 PR이겠지요. 인터넷에 올라간 건 모두 타인들이 올린 것들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는 확실하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이 동아리가 홍보할 때 쓰는 대자보는 500장. 전지 1장에 200원이니 500×200=약 10만원의 홍보비용을 쓰는 것이다. “붙이는 인력이야 직접 하는 것이고, 청테이프 값도 얼마 안 듭니다.”

대자보 홍보의 전통은 오래되었다. 80년대부터 벌써 30년. 초기의 자보들은 다소 딱딱한 유도부 소개였다. 위트를 가미한 형태로 바뀐 것은 2005년부터다. 김 회장이 꼽는 올해 최고의 마스터피스도 ‘먹므를 버서난 붓처럼’이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썼던 작품 중 최고를 꼽으라면? “푸르나 켜지 말어. 말라 죽어”라고 한다. 남자 신입생을 겨냥한 문구다. 일종의 계층유머다. 알 사람은 알 것으로 믿는다. 제일 중요한 것을 확인 안 했다. 하여간 그래서, 신입회원은 많이 들어왔을까. “지난해 10학번은 14명이 들어와 있는데 다 남아있습니다. 11학번은 현재까지 10명이 들어왔어요.” “이나(중)대 유도부”라는 홍보문구가 있어 ‘이나중 탁구부’ 만화 같은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그래도 꽤 성공한 전략이었던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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