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도요타 코롤라의 무리수?

“망했으니까, 이제 될 대로 되라는 건가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한 자동차 회사의 자동차 광고를 본 누리꾼의 평이다. 도요타의 자동차 코롤라 한국어 광고다. 동영상을 재생해보면 시작은 평범하다. 믿음직스럽게 들리는 남자 성우의 대사는 이렇다. “우리를 움직이는 커다란 꿈/창조성의 영감을 불어넣는 커다란 꿈….” 그런데 이때 차 지붕의 해치가 열리면서 기다랗게 양 갈래로 딴 파란 머리카락이 나온다. ‘저게 뭐지?’라는 생각이 퍼뜩 스칠 즈음, 광고는 차의 ‘스펙’ 설명으로 넘어간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2011년 코롤라! ‘하이웨이’ 연비 35 ‘마일’, MP3 플레이어 및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코롤라는….” 여기까지는 양호하다. 중요한 것은 다음. “…하츠네 미쿠의 꿈을 응원합니다.” “도요타닷컴 슬래시 코롤라에서 ‘그녀’의 큰 꿈이 실현됩니다.” 이, 이건 뭔가. 인터넷 게시판 좀 다녀본 사람들은 이 도요타 광고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기시감이 있을 것이다. ‘남자’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무대를 향해 열광하고 있다.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를 기용한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 |도요타의 코롤라 홈페이지

그런데 무대에 서 있는 건 사람이 아니다. 양 갈래로 딴 긴 머리 소녀의 홀로그램. 보컬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이버 캐릭터다. 그녀(?)의 대표곡 ‘미쿠미쿠하게 해줄게’의 동영상 버전이 한국의 인터넷에 퍼진 건 벌써 몇 년 됐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EBS도 일본의 ‘하츠네 미쿠 신드롬’의 세태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이 신드롬은 일종의 하위 문화다. 까놓고 말해, 오타쿠 문화다. 그러니까 코롤라가 “하츠네 미쿠의 꿈을 응원한다”는 것은 코롤라를 타는 사람이 바로 오타쿠, 오덕이라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하츠네 미쿠를 아는 사람은 꽤 되겠지만, 일본처럼 돈내고 콘서트에 참여할 만큼 빠져 있는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거기에다가 코롤라를 사서 그 꿈(?)을 응원할 사람은?

맨 앞으로 돌아가보자. 뭐가 망했다는 걸까. 답은 4월 한 달 동안 한국토요타가 판매한 코롤라 대수다. 무려(!) 15대다. 이건 쫄딱 망한 거다. 한국에서도 전파를 탄 “세상에서 제일 많이 팔린 차가 어떤 차인지 아십니까”라는 코롤라 광고를 생각한다면 경악할 만한 대수다. 한국에선 부정적인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타쿠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저 차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것이 이 하츠네 미쿠 광고를 보고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하이웨이’, ‘마일’이라는 단어라든지 ‘엠피뜨리’로 읽는 발음 등에서 이 광고가 겨냥한 게 한국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어를 쓰는 재미교포가 타깃이라는 것이다.

진실은 뭘까. 우선 4월 한 달 동안 정말 저 차는 15대밖에 안 팔렸나? 한국토요타 관계자에게 문의해봤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맞습니다.” 왜 그것밖에 못 팔았을까. “일단 지난 3월 일본 지진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지진으로 인해 재고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고객접점 마케팅 활동’이 부진했다는 자체 판단이다.” 하츠네 미쿠 광고는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맞다. 한 누리꾼의 질문을 대신 물어보자. 그러면 도요타 코롤라 한국판 광고에서는 국산 캐릭터 사이버 가수 아담이 출연하겠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현재 한국토요타는 연예인 구혜선씨가 출연하는 ‘토요타에 가자’ 광고 이외에 다른 광고 라인업은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하츠네 미쿠가 누군지도 몰랐고, 누리꾼으로부터 화제를 모은 뒤 한 경제지가 이걸 기사화하면서 처음으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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