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인물]세계 최초 ‘리트윗한 행위’로 구속

결국 박정근씨(24)가 구속됐다. 박씨가 경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21일. 경찰은 박씨가 운영하는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박씨는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경기도에 위치한 보안수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정근씨

혐의는 친북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멘션을 리트윗(Retweet·재전송)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 1월 11일 증거 인멸과 도주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수원 남부경찰서에 수감됐다. 트위터에는 “박정희 때 막걸리 보안법이 있었다. 이명박 치하엔 RT 보안법이 생겼구나” “2012년 최초의 기네스북 등재자는 한국인 박정근. 무려 세계 최초로 ‘트윗을 리트윗한 행위’로 구속되는 신기록 세워” 등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하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따지자면 박씨는 ‘반북좌파’다. ‘반조선노동당’ ‘반자본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사회당 당원이다. 사회당은 1998년 청년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는 1997년 대선에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전신 국민승리21의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지 않은 데 반대한 진보세력이 모인 당이다. 사법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박씨의 트위터 멘션도 사실은 북한 체제를 비꼬고 풍자하는 내용들이다. 박씨가 트위터에 올린 것 중에는 총 대신 위스키를 든 북한 병사의 그림도 있다.

그러나 박씨는 검찰 앞에서 ‘반북좌파’인 자신의 사상을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문제는 사상이 아니라 사상을 검증하는 국가보안법에 있다는 것이다. 박씨의 지인인 김성일씨에 따르면 “박정근씨가 트위터에 자신이 올린 내용들을 모아놓기는 했지만 증거자료로 따로 제출은 안 했다”며 “사상검증을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불복종’이었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박정근씨 구속과 관련, “이런 식으로 현 체제와 다른 사상을 일절 용납치 않고 처벌하는 법이야말로 당신네들이 그렇게 욕하는 북한이나 제3세계 독재국가들 아님 일절 남아있지 않은 전근대적인 법”이라고 말했다.

김성일씨는 박씨의 구속도 ‘증거인멸·도주의 위험’ 때문이라기보다는 “괘씸죄가 적용됐을 것”이라고 본다. 박씨가 압수수색을 당하고도 계속해서 트위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발언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에 저항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구속까지 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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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조사를 받고 결국 구속수감된 박씨는 현재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김성일씨는 “조사를 받는 게 날이 갈수록 힘들어져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약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구속까지 됐다”며 “박정근씨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도 그렇고 트위터 RT로 구속까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정근씨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시각과 어떤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전했다. 북한과 국가보안법 모두 국가가 강한 권위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 둘 모두를 비판했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