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온라인 극우파 결집 코드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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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 상에서 청년층의 우파적 정서와 견해들이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커뮤니티로는 디씨인사이드 ‘정사갤’(정치·사회 갤러리)과 ‘일베저장소’(일간베스트저장소)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노노데모’ ‘라도코드’ ‘홍어프리존’ 등의 인터넷 카페, ‘폴리젠’ ‘프리존’ 같은 정치 토론 웹사이트 등이 우파들의 온라인 결집처로 거론된다.

지난 2007년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다문화 반대 단체 회원들이 불법체류자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 경향신문


온라인 우파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혐오’다. 이들이 혐오하는 대상은 ‘전라도’ ‘외국인(특히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 ‘좌파’ 등 크게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해당 커뮤니티의 맥락 안에서 ‘좌파’ ‘전라도’ ‘외국인’은 서로 독립된 범주라기보다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가령 온라인 우파들에게 전라도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옹호하는 이는 곧 좌파로 간주된다. ‘전라도 옹호’나 ‘외국인 노동자 옹호’가 일종의 좌파 식별코드로 작동하는 셈이다.

그 이름에서부터 전라도를 연상하게 하는 인터넷 카페 ‘라도코드’는 전라도와 전라도 사람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과 욕설이 담긴 글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지난 1월 이후로는 일반 이용자는 물론 이 카페 회원들도 접속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네이버가 ‘영구접근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영구접근제한’ 카페에는 해당 카페의 운영자만 접근할 수 있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고려대 교수)은 “라도코드는 12·12 쿠데타를 구국혁명으로 찬양하고 5·18을 실패한 공산혁명으로 규정했다. 또 5·18 민주화항쟁을 ‘오입할’로 표현하는 등 특정 지역에 대한 집단적 모욕과 혐오를 드러냈다는 판단에 따라 다수의견으로 시정요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도코드나 홍어프리존과 비교해 일베저장소나 정사갤의 언어는 노골적인 직설이라기보다는 패러디를 중심으로 한 풍자와 조롱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사건 보도만을 골라 올림으로써 전라도 사람들의 윤리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거나 이 지역 향토음식인 홍어 특유의 냄새를 풍자하는 글을 올리는 식이다.

‘전라도’ ‘외국인’ ‘좌파’ 집중 공격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시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들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포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뒷받침하고,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호황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를 망친 주범이다. 일베저장소에서 유행처럼 통용되는 ‘운지’라는 단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하는 표현이다. 1990년대 초반 유행했던 운지천 광고에는 당시 유명배우가 암석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커뮤니티에 올라 있는 한 게시물은 이 광고에서 배우의 얼굴을 노 전 대통령의 얼굴로 바꾸고 바위에서 추락하는 장면을 삽입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두 전직 대통령들은 ‘좌파 대통령’으로 간주된다.

‘전라도=좌파’라는 비약적 논리가 ‘전라도=종북’ 논리로 한 차례 더 비약하기도 한다. 일베저장소의 한 게시물은 우파 인터넷 매체인 ‘빅뉴스’의 기사를 링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은 ‘통진당 심장 들여다보니, 광주·전남이 종북의 메카’다.

한 우파 성향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만평.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10년의 대북정책을 ‘북핵 퍼주기’로 풍자한 것이다.


정치 토론 사이트를 표방하는 웹진 프리존도 전라도 비하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이트를 보면, 지난해 희망버스를 ‘전라도 깡패버스’라고 지칭하는 등 사회적 사안에 지역색을 덧칠하거나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유포하는 글들이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다만 프리존은 이용자들이 칼럼 형태의 글을 지향하는 곳이어서 정사갤이나 일베저장소와 달리 패러디나 풍자에 의지하는 글들은 거의 없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정사갤이나 일베저장소는 보편적인 윤리 기준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위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의 윤리적 틀 바깥에 있다보니 더 노골적인 것”이라며 “온라인 상의 하위문화적 특성이 드러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배 교수는 “정사갤이나 일베저장소에 올라오는 내용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들만의 굳건한 울타리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롱이나 패러디 등 언어적 수단으로 우파적 정서를 표출할 뿐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사회 영향력 없는 하위문화적 특성”
온라인 우파들은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과도한 데다 수시로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정부가 지나친 관용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상의 우익적 견해들이 이주민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에 실질적 행동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국내 진입과 체류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생겨났다.

“이 단체들은 이주민 관련 기사가 나오면 악의적 댓글을 달아 왔는데 과거에는 이들의 활동에 큰 호응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오원춘 사건과 이자스민 의원 논란 이후 호응이 크게 늘어났다.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보기가 불편할 정도다. 최근 이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와서 집회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감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 이들에게 심리적인 자신감을 심어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김기돈 한국이주노동자센터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온라인에서의 견해 표출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게 마련이지만 자주 접하다보면 일상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성향 논객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온라인 상에서 우파 담론을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소위 ‘뉴라이트’를 표방하며 각종 커뮤니티와 토론방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우파가 이념적 실체를 확보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자신들만의 보수주의 이념이나 담론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진보의 주장에 반대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며 “반전라도, 반노무현, 반종북, 반민주당 등 반대 코드만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어떤 이념을 가진 합리적 우파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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