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T 차세대 동력 ‘클라우드 서비스’

각종 데이터·파일 백업과 공유 기능… 올해 시장규모 80조원 돌파

11월 4일 국내 양대 이동통신사의 아이폰4s 예약접수가 시작됐다. 예약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통신사 서버가 접속 폭주로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보였다. 새로운 아이폰은 전작과 달리 디자인과 기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단지 운영체계(iOS5)가 달라졌고 처리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특히 인공지능형 음성인식(Siri)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IT 전문가들은 더 중요한 전환점이 숨어 있다고 진단한다. 바로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한 자료의 백업과 기기 간 공유 기능의 도입이다.

IT 업계에서는 다음 단계의 주도권을 좌우할 기술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꼽고 있다. 클라우드란 컴퓨터와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처리하는 모든 데이터를 개별 네트워크 상에 올려놓고 필요한 업무를 기기마다 분산해서 이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네트워크 환경을 구름, 즉 클라우드로 표현해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구름 속에서 처리되고 보관되고 있다는 비유이다.

SK텔레콤과 KT가 11월 4일부터 아이폰4S의 예약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통사의 예약판매 사이트는 이날 새벽 예약 신청자가 몰려 한때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은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 KT 대리점. /연합뉴스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이동 업무 환경이 대세가 되고 그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부각됐다. 아이폰의 예를 들자면 이용자의 각종 데이터, 음악, 사진 등을 기기와 동시에 애플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하고, 다른 컴퓨터에서도 내려 받아 수정하며 다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사용하던 휴대폰이 손상되거나 분실해도 데이터를 날릴 염려가 없어진다. 개인은 더 이상 복잡한 데이터 관리가 불필요해지고, 기업은 쾌적한 공동작업 환경의 구축과 업무절차의 단순화, 비용절감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데이터 백업을 위해 외장메모리를 가져다니거나 자료의 중복 따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애플,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완공
현재 세계 IT업계의 대표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 애플, 구글, 아마존, 인텔 등은 클라우드 환경을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과 서비스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애플은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완공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환경을 착실히 구축했다. 구글은 90만대 이상의 서버를 이용해 독자 설계한 분산처리형 데이터 센터를 운용하고 있고, 효율을 위해 세계 곳곳에 데이터 센터를 추가 건립 중이다. 다른 회사들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세계 IT시장의 추세를 분석한 가트너 보고서는 올해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설 것이며 2014년께 두 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안에 클라우드 관련 국내 시장이 약 5000억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급격한 투자와 함께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는 분야가 클라우드 시장인 것이다.

국내 환경도 다음·네이버·SKT 등이 데이터와 콘텐츠 관리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 데이터 백업과 공유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점차 무료화되며 오픈 오피스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IT 행사 ‘스마트 앤 클라우드쇼’에서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울이는 관심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석채 KT 회장은 개막식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는 하드웨어 시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가능성과 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기업 대상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다. 클라우드가 정착되면 기업은 이제까지 IT 구축을 위해 필요했던 대규모 서버의 구축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인력 확보, 막대한 인력과 시간, 그리고 자본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 30일, 이석채 KT 회장(오른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기업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를 주도하는 대표기업은 미국 세일즈포스닷컴. 2007년 기업 대상의 인프라와 관리 소프트웨어의 클라우드화를 표방하고 나선 이 회사는 현재 기업에서 필요한 800개 이상의 인사·회계·영업·분석 등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서비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복잡한 IT 구축업무가 즉시 끝나게 된다. 작년 기준 세계 6만7000개 이상 회사에서 세일즈포스의 서비스를 선택했고, 국내 환경과 비슷한 일본 기업도 2200여개 이상의 회사와 정부기관이 그들을 통해 IT업무를 클라우드화했다.

IT 주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기업대상의 매력적인 시장에 눈을 뜨고 강력하게 대응 중이다. 오피스제품군을 통해 업무용 소프트웨어 부문의 대부분을 장악해온 대로 미래시장 개척을 위해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깬다는 전략이다. 그들이 야심차게 선보인 서비스는 윈도 애저(Azure)와 라이브(Live), 푸른 하늘을 뜻하는 애저는 클라우드 보다 상위의 서비스를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보급된 오피스제품군과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유지하겠다고 나섰다.

클라우드 미래 ‘먹구름’ 우려도
국내 업계는 범세계적인 경쟁구도에 편승해 실리를 챙기는 중이다. 지난 9월 8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의향을 밝혔다. 그보다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KT와 협력하여 세계적 규모의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 인접해 있으며, 무한한 잠재력의 중국 시장을 겨냥할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환경을 갖춘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게다가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용하는 최대의 매력으로 꼽힌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정착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보안과 프라이버시의 강화이다. 대규모 보안사고가 터지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며 어떤 징벌적 제재도 없는 지금과 같은 여건이라면 매년 25% 이상씩 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을 고스란히 해외에 넘겨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정책적 대응과 보안시스템 강화 여부에 따라 클라우드는 미래를 먹구름으로 뒤덮을 어두운 저주가 될 수 있고, 고마운 단비의 비구름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