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디지털 기술의 진화, 공유경제의 시대로

초등학교 때 우표 모으기가 취미였다. 옷장 위 선반에는 1980년대 모아둔 우표들이 수북했다. 중학교 때는 레코드판, 고등학교 때는 다양한 국가의 화폐, 그리고 대학교 때는 DVD 타이틀을 모았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백권을 넘어 1000여권이 넘는 책들이 서재 한편을 채우고 있다. 사실 그렇게 모아둔 우표·음반·화폐·타이틀은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갈 뿐 1년에 단 한 번도 꺼내어 보지 않아,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심지어는 책마저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 소장품들이 무슨 골동품마냥 큰 가치를 가지는 것도 아니었다. 굳은 결심으로 이것들을 하나 둘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끼고 아껴 남은 200권 정도 되는 책들뿐이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닌 그 물건들을 도대체 왜 소유하고자 그런 노력을 했던 것일까? 아마도 온전히 내 것으로 가져야만 풍요로워지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과한 욕심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빌려서 사용하고 사용한 시간만큼 지불하는 것이 집카의 공유경제 모델이다. 사진은 집카(zip car)의 홍보 이미지. | Gary Land JK&

그 욕심이 갑자기 사라질 리 만무하지만, 디지털과 인터넷의 진화와 함께 바뀌고 있다. 음악·영화·책 등의 콘텐츠가 음반·DVD·종이에서 디지털화하면서 굳이 현실계의 특정 공간을 점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와 기술의 발전으로 필요할 때에 인터넷에 연결해서 해당 콘텐츠에 접근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소유하면 소유한 것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더 큰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는 소유보다는 연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소유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절대권한을 가지기 위함이다. 그런데, 디지털은 인터넷을 통해 어떤 디바이스에서나 데이터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러니 소유하지 않고도 연결만으로 절대사용권을 가질 수 있다.

디지털은 이처럼 소유의 종말을 가져왔고, 연결의 중요성과 함께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차량 공유사업인 집카(ZIPCAR), 민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 등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들이다. 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빌려서 사용하고 사용한 시간만큼 지불하는 것이 집카의 공유경제 모델이다. 에어비앤비는 민박·호텔처럼 숙박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인데 제공자가 일반 개인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다. 사용하지 않고 여유가 있는 잉여를 타인과 나눔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사용하고, 소유하되 사용하지 않을 때 빌려주는 공유의 콘셉트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 것이다.

사실, AWS(Amazon Web Service·아마존웹서비스)나 기업 대상의 구글앱스 등과 같은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 소프트웨어),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자) 등도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들도 온전히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빌려서 사용하는 면에서 보면 공유경제의 커다란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클라우드나 SaaS나 전기·가스·수도 등을 공유경제라 하지 않는 것은 공유경제의 핵심은 참여자들이 함께 소통하며 서로의 것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유경제가 소비를 나누는 것을 넘어 생산마저도 나누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http://www.kickstarter.com)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아이디어를 등록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면 해당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금액을 투자한다. 일정 금액의 투자금이 모집되면 그 자금으로 제품을 생산해 출시한다. 이렇게 출시된 제품의 이윤은 투자자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투자한 사람과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해당 아이디어에 추가적인 의견을 더하면서 개발자는 아이디어의 문제를 보완하고 개선하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금의 확보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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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유경제는 제품의 소비를 넘어 생산에도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주권이 높아지고 참여율이 커지면서 경제활동의 효율화가 높아지고 있다. 함께 나누는 공유가 주는 가치는 소유가 주는 것보다 클 뿐 아니라 비용은 더 적게 든다.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