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폴총리’ 우표나라에 출동하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발행된 지 보름 만에 ‘국무총리 우표’가 나왔다. 물론 정홍원 총리의 취임을 기념하는 우표가 아니다. 어른이 아닌 어린이 세계의 총리 이야기다. 어린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뽀통령’으로 통하는 ‘뽀로로’와 마찬가지로 총리급이라고 해서 ‘폴총리’로 불리는 ‘로보카 폴리’ 말이다. 지난 3월 12일부터 로보카 폴리를 소재로 한 우표 200만장을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로보카 폴리, 뽀로로, 깨부리, 뿌까, 마시마로, 밍밍, 배찌, 졸라맨, 뿡뿡이, 둘리, 태권브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비,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 아톰, 짱가, 텔레토비 등 외국산 캐릭터에 익숙한 세대도 알 만한 인기 국산 캐릭터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으로까지 수출돼 ‘캐릭터 한류’에 기여하는 글로벌 캐릭터다. ‘로보카 폴리’ 우표는 우정사업본부가 2011년 ‘뽀롱뽀롱 뽀로로’, 지난해 ‘뿌까와 친구들’에 이어 ‘한국의 캐릭터 시리즈 우표 세 번째 묶음’으로 발행한 것이다.

지난 3월 12일 발행된 한국의 캐릭터 시리즈 세 번째 묶음 ‘로보카 폴리’ 우표 전지.

2011년 2월 EBS를 통해 선보인 로이비쥬얼의 창작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는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수출되는 ‘대박’ 상품이다. 700여종의 캐릭터 상품으로 출시됐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친선 파트너로 임명되어 기아 아동을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폴리와 함께하는 교통안전 이야기’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위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로보카 폴리>는 자동차 친구들이 살고 있는 브룸스타운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로봇으로 변신하는 ‘로보카 폴리와 구조대’가 출동해 친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구조대는 리더인 경찰차 폴리를 비롯해 소방차 로이, 앰뷸런스 엔버, 헬리콥터 헬리, 덤프트럭 덤푸, 택시 캡, 우편배달차 포스티, 견인차 스푸키, 스쿨버스 스쿨비, 청소차 클리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구조활동을 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다.

제작사인 로이비쥬얼 이동우 대표가 ‘로보카 폴리’를 기획한 계기가 인상적이다. 2005년 두 아들이 유치원에서 빗자루를 휘두르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인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흉내를 낸 것임을 알게 됐다. 자신의 아이가 볼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그의 결심과 노력이 6년 후 로보카 폴리를 낳은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뿌듯했던 것이 ‘더 이상 아이가 파워레인저를 갖고 놀지 않아요’와 같은 시청 소감을 접했을 때였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인기는 우정사업에도 대박(?)을 안겨주었다. 2011년 2월 22일 400만장이 발행된 뽀로로 우표는 판매 9일 만에 80%가 팔린 반면 2010년 5월 6일 발행된 김연아 등 밴쿠버 동계올림픽 영웅들을 담은 우표는 같은 기간 35% 남짓 팔리는 데 그쳐 ‘연아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만화와 캐릭터를 소재로 한 우표는 주민등록번호까지 갖고 있다는 김수정의 ‘아기 공룡 둘리’를 비롯한 ‘만화 시리즈 우표’가 1995년부터 20004년까지 10차례 20여종 발행된 바 있다. 2009년에는 김수정의 ‘아기 공룡 둘리’와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 신문수의 ‘로봇 찌빠’를 담은 ‘한국 만화 100주년 기념 우표’가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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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릭터 시리즈 우표는 어린이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스티커로 돼 있다. 이번 세 번째 묶음에는 로보카 폴리와 그 친구들이 10종의 우표로 소개된다. 전지에는 우표와 함께 꾸밀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티커가 포함돼 있다. 어른이 봐도 금방 동심을 ‘회복’할 만큼 귀엽고 깜찍하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