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불평등 양상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계의 대표적인 불평등 연구자다.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는 신 교수가 2005년 이후 여러 학술지에 발표한 불평등 관련 논문을 골라 단행본에 맞게 다듬은 책이다. 이 책은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민주화의 기반이 굳건해진 시기이기도 했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세계화’ ‘IMF 외환위기’ ‘신자유주의’라는 삼중의 태풍을 연속적으로 겪으며 양극화 경향이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 1만5000원

주목해야 할 것은 불평등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불평등’이라고 말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상이한 집단간의 불평등이다. 가령 ‘자본가-노동자’ ‘남성-여성’ ‘도시-농촌’ ‘기성세대-청년세대’ 같은 전통적인 대립쌍들은 기득권 집단과 비기득권 집단 사이의 격차를 상정한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계급과 계급, 성별과 성별, 세대와 세대 사이의 격차만이 아니라 특정 계급·성별·세대 내부의 불평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 불평등의 새로운 양상이다.

세대간 불평등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2007년 출간 이후 일정 기간 우리 사회 청년문제 담론의 틀을 형성한 <88만원 세대>의 문제인식은 1970년대 초·중반 출생한 이들을 기점으로 그 윗세대와 그 아랫세대 사이에 사회경제적 자원의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1998년과 2007년에 이뤄진 <한국노동소득패널조사>를 비교했더니, 이 기간에 전체적인 불평등은 20% 정도 증가한 반면 세대간 불평등은 1998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전체 불평등에서 세대 내 불평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컸다. 그 중에서도 30대와 40대의 세대 내 불평등이 가장 심했다. 이런 결과가 세대간 불평등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실증적 자료분석이 보여주는 시사점은 세대간 불평등은 전체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며 “세대간 불평등은 상당히 과장되고 또한 왜곡되었다”는 사실이다.

산업 부문에서도 산업 부문간 불평등보다는 특정 산업 부문 내부의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각했고, 계급의 층위에서도 노동자 계급 내의 정규직-비정규직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고령인구 및 이혼율 증가, 비슷한 교육수준을 지닌 부부의 증가 등으로 고령 빈곤율과 이혼여성 빈곤율이 증가하고 남편의 소득과 부인의 소득이 연동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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