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서번트 증후군’으로 따뜻해진 의학드라마

KBS2 월화극 <굿닥터>(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김진우)는 특이한 시점에서 시작하는 의학드라마다.

이전의 의학드라마가 냉혈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의사 본연의 책임감을 찾아가는 여정이나(<의가형제>, <하얀거탑>, <브레인>), 말썽꾸러기이지만 인간적인 수련의가 진정한 실력을 갖춰가는 과정(<뉴하트>, <골든타임>)을 담았다면, 이 드라마는 전에 없던 특별한 주인공을 내세웠다.

KBS <굿닥터> | KBS 제공

<굿닥터>의 주인공인 박시온(주원)은 레지던트 1년차다. 어린 시절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을 진단받았으나 천재적인 암기력과 공간지각 능력, 그리고 그림 실력을 갖췄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 뇌성마비 등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했거나 혹은 의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두 가지 유형으로만 구분할 수 있었는데, 박시온은 두 유형의 교집합도 합집합도 아닌, 다른 영역의 사람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이미 수십년 전에도 소재로 등장했다.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레인맨>(1989)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더스틴 호프먼은 자폐를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암기력을 보였다.

KBS <굿닥터> | KBS 제공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데려왔다는 점은 같지만, <레인맨>은 형제가 우애를 찾아가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과정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면 <굿닥터>는 어떤가? <굿닥터>는 가장 냉정하고 치밀해야 하는 메디컬 드라마 속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풀어낸다. 의학이라는 집합 안에서 천재적인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다.

박시온(주원)은 차윤서(문채원) 선생과 함께 놀러간 동물원에서 동물의 마음을 읽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개들 사이에서 방치되어 길러진 ‘늑대 소녀’ 환자가 나타나는데, 박시온은 강력한 진정제 외에는 아무도 제압할 수 없는 ‘늑대 소녀’의 눈높이에서 그녀를 보살핀다. 박시온은 늑대 소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바닥을 기어가고 옆으로 구르는 등 동물 흉내를 내며 교감을 시도했다.

KBS <굿닥터> | KBS 제공

서번트 증후군을 통해서 차가운 의학드라마의 본질이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박시온이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자 종합병원 의사들은 그에게 배타적이다. 일부러 일에서 배제시키거나 윽박지르면서 시온을 압박한다. 그러나 시온이 가진 한계는 되레 소아외과라는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환자와 소통하는 그의 능력은 모든 환자가 바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결국 서번트 증후군은 주인공의 한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소통능력을 확장하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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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이용해 주변과 소통했다. SBS <주군의 태양> 역시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통해 소통을 강조한다. <굿닥터>는 주인공이 가진 한계를 통해 여러 환자와 소통하고, 이 같은 과정에서 한계는 오히려 특별한 능력이 된다. 장애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주인공의 특별한 활약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